서울대 교수·직원, 법인화 앞두고 ‘행정력’ 선택
◆법인화 앞 둔 서울대, ‘행정력’ 선택=투표결과 공개 직후 한 자연과학대학 교수는 “서울대 교수·직원들이 법인화를 염두에 두고 ‘학자형’인 오세정 교수보다는 ‘행정가형’인 오연천 교수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인화를 앞 둔 시점에서 행정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은 오 교수가 교수·직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는 분석이다.
오연천 교수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부터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해오며, 행정대학원장 등을 지냈다. 특히 이장무 현 총장과 정운찬 전 총장 시절 대학평의원회 재정위원장, 특별재정위원 등으로 일하며 행정력과 추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가 서울대 인문대 예산 50억원을 확보한 일이나 축구장 인조잔디 설치를 주도한 점이 대표적 사례다.
아울러 지난 총장선거 때도 출마하며 조직력을 다져왔고, 인지도 면에서도 오세정 교수에 앞섰다는 평가다. 오연천 교수는 지난 2006년 제24대 총장선거 당시 이장무·조동성 교수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30%가 넘는 득표율을 얻었으며, 1위 이장무 교수와의 득표 차는 50표 밖에 되지 않았다.
◆논문 이중게재 의혹...변수되나=오연천 교수가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득표했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서울대 25대 총장으로 선임될 전망이다. 다만 논문 이중게재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현재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오연천·오세정 후보에 대한 논문 검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위원회의 검증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낙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오 교수가 1987년부터 2001년까지 5건 11편의 논문에서 이중게재 의혹을 받고 있으나, 절반이 넘는 서울대 교수들은 이를 알면서도 그를 지지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 공과대 교수는 “선거 과정에서 이미 오연천 교수의 이중게재 의혹이 나왔음에도 과반수가 지지한 이유는 별 문제될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과거에는 이중게재에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과 오 교수가 이를 승진심사나 연구비 수주에 사용했다고 보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혹이 제기된 5건 가운데 가장 문제로 지적되는 의혹은 2건이다. 그 가운데 하나는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발간하는 <행정논총>에 지난 1994년 12월 게재된 ‘자치화와 교육재정확충 및 배분에 관한 연구’ 논문이다.
이는 지난 2006년 작고한 박동서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의 책임 아래 오 교수가 제3저자로 참여한 공동연구 논문이다. 그런데 이 논문이 지난 1995년 12월 한국행정학회의 <한국행정학보>에도 실려 이중게재 의혹을 받고 있다.
◆“총장 선임에 영향 안줄 것”=학계에 따르면, 당시 이 연구는 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으로부터 연구비를 받아 진행됐다. 때문에 학진 등재지가 아닌 교내 논총에 게재한 것을 학진 측이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 이듬해 이를 다시 한국행정학회에서 발행하는 <한국행정학보>에 다시 게재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1998년 6월 한국재정학회의 <재정논집>에 실린 ‘정부이양과 재정운영의 합리화’라는 논문이다. 이는 앞서 1997년 12월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논총>에 실린 논문과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어, 이중게재 의혹을 받고 있다.
오 교수는 이번 총장 출마 전 이 논문의 게재를 취소 요청했다. 2008년 재정학회의 <재정학연구>에는 오 교수의 ‘정부이양과 재정운영의 합리화’ 논문이 게재 취소됐다고 공지하고 있다. 오 교수측은 “한국행정학보에 실린 논문도 게재 취소를 요청할 방침이었지만, 제1저자인 박동서 교수가 고인이 됐기 때문에 여의치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논문 이중게재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선 해당 학문분야의 특성이 반영된다. 오 교수의 논문이 90년대에 발표됐다는 점과 한국행정학회가 연구윤리헌장 등을 2005년 이후에 만들었다는 점이 연구진실성위원회의 검증과정에서도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한 서울대 교수는 “학계에서 이중게재에 대한 잣대가 엄격하게 적용된 것은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며 “오 교수의 의혹이 총장선임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교수도 1위 당선 직후 “연구진실성위원회의 검증작업에 최대한 협력하겠다”며 “(의혹에 대해) 상세히 설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있다. 이중게재 의도가 없었다면 출처를 달아 줬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또 최근 아주대 총장 등이 논문 이중게재 의혹으로 물러난 전례를 들어 후폭풍을 우려하는 관측도 있다. 연구진실성위원회의 검증 결과와 향후 논란 여부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다.
신하영
press75@unn.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