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공정사회’ 외치고, 대학은 ‘무풍지대’

대학이 교수채용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교수를 뽑기 위해 ‘짬짜미’를 하는가 하면, 신규 교수 임용과정이 불투명하자 해당 학과 구성원이 임용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정다툼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는 교수사회에 만연한 ‘패거리 문화’와 모교 출신을 우대하는 ‘순혈주의’가 낳은 고질적인 병폐로 정부에서 외치는 공정사회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경희대 음대는 지난해 신규 교수 임용을 두고 음대 총동창회 등이 임용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임용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낸 이후 지금까지 지루한 법적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음대 총동창회는 재판 직전 가처분신청을 철회했지만, 당시 억울하게 임용과정에서 탈락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A씨가 가처분신청을 다시 내면서 사건은 ‘재점화’됐다.

홍윤식 음대 총동창회장은 “가처분신청 이후 학교의 계속된 회유와 압력으로 가처분신청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며 “현재 당시 1차 서류심사에서 탈락한 A씨가 가처분신청을 내고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 음대는 지난해 6월 기악·작곡·성악 세 분야에서 채용공고를 냈다. 당시 분야마다 20여명이 넘는 지원자가 대거 몰렸다. 이에 학교는 지원자를 대상으로 1차 서류심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음대생들이 특정 지원자와 음대 교수 간 친분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2차 심사가 바로 진행되지 못하고 미뤄졌다. 이 과정에서 음대 학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이전에 진행된 서류심사 결과를 전면 백지화하고, 음대 교수들의 추천을 받아 신임 교수 3명을 임명했다.

석연치 않은 점은 음대 교수들이 추천한 인사가 1차 서류심사에 들었던 지원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1차 심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A씨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교수 추천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음대 총동창회는 이를 두고 ‘사실상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신규 교수 임용에는 나이 제한이 없지만 학교가 불투명한 이유로 A씨를 탈락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 측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1차 서류심사 결과를 공개한 적이 없는 만큼 A씨가 떨어졌다는 것은 음대 총동창회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것이다.
경희대 관계자는 “신규 교수 임용과정에서 의혹이 터지자 음대 교수들이 학교 측에 교수 채용을 전면 위임했다”며 “특히 음대 교수들이 1차 서류심사 성적을 무시해도 좋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경희대는 임용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낸 홍윤식 음대 총동창회장을 경찰에 고소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총학생회 부회장인 B씨에게 3개월의 유기정학 처분을 내렸다.
투명하고 공정해야 할 신규 교수 임용이 교수사회의 파벌싸움으로 변질돼 학내 분열을 초래한 대학도 있다.

대구대는 지난해 7월 한 단과대학의 교수채용 과정에서 지원자 C씨의 임용이 유력해지자 D교수와 학생들이 전공이 다르다는 이유로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이 학과 학생들은 주요 포털사이트에 학교의 교수채용의 부당함을 주장하면서 온라인 서명까지 주도하고 나섰다. 

그러나 당시 제기된 비전공자의 교수채용 문제가 교수들의 파벌싸움으로 비롯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D교수의 제자가 임용에서 불리해지자 학생들을 선동했다는 것이다.

총학생회 관계자 E씨는 “D교수의 제자가 임용이 불리해지자 학생들을 선동해 유력한 지원자인 C씨가 채용에서 불리하게 만들었다”며 “당시 집단 농성도 벌였지만 D교수가 갑자기 곧바로 입장을 철회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결국 D교수만 믿고 나선 학생들만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대구대는 의혹이 커지자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내부감사를 실시했다. 감사결과는 무혐의. D교수가 교수사회의 파벌싸움에서 밀리자 학생들을 동원한 것이다.

박순진 교무처장은 “신규 교수 임용이 끝난 후 감사를 진행했지만 절차상 문제점이나 D교수가 주장하는 의혹을 찾지 못했다”며 “학생들을 선동하고 문제를 제기한 D교수는 학교차원에서 경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교수를 뽑기 위해 사전에 담합하는 경우도 있다. 영남대는 정치외교학과 신규 교수 임용과정에서 E학과장이 주도적으로 후보 2명을 동점으로 처리하고 ‘채용 유보’를 결정했다. 채용 유보를 결정한 이유는 심사에 참여한 7명의 교수들이 선호하는 후보가 각각 달라서다.

하지만 대학본부는 채용 유보를 수용하지 않았다. 당시 영남대는 교과부의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선 ‘교수 충원율이 61%’를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후보 2명에 대한 면접을 실시했다. 이어 총장의 직권으로 이 가운데 1명을 채용했다.

교수채용 과정에서 ‘짬짜미’가 사실로 드러나자 정치외교학과 총동창회는 지난해 10월 심사에 참여한 교수 7명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앞서 영남대도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 학과 교수 2명을 경징계하고, 심사에 참여한 교수 5명에 대해 경고조치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교과부의 교육역량강화사업 선정에 따른 국고지원을 받기 위한 무책임한 인사충원인 동시에 감사결과도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학교를 비판하고 있다.

<이정혁·송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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