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의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과 일본이 잇따른 대입시험 실수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미국 수능시험인 SAT를 관장하는 컬리지 보드(the College Board)는 8일 기술적 문제로 지난해 10월 SAT를 치른 학생 중 약 4천명의 채점이 잘못돼 실제 점수보다 낮게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를 입은 수험자는 전체의 0.8%에 불과해 "아주 적은 수의 학생에 영향을 미쳤을 뿐"이라고 컬리지 보드는 밝혔다.
또 컬리지 보드 측은 이번 실수로 발생한 학생들의 점수 차는 1백점이 채 되지 않으며 실수를 수정한 해당학생들의 SAT 점수를 다시 대학에 송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많은 대학들이 입학 전형 사정업무를 마치고 합격자 발표를 기다렸거나 이미 발표한 상태라는 것.
SAT가 한국의 수능시험처럼 입학전형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고, 단 1백점에 불과하더라도(각 과목별 만점은 8백점·만점 2천4백점) 학생에 따라서는 각 대학의 최소 지원 자격에 미치지 못해 지원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고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더라도 점수로 인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도 있다.
대응이 늦어진 것에 대해 키아라 콜레티 컬리지보드 대외협력 부사장은 "복잡한 문제가 겹쳤기 때문"이라는 말 외에 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번 문제에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학생 외에도 각 대학의 입학 전형 사정 담당자들. 뉴욕기술대학의 경우 2천명의 지원자중 50명이 이에 속해 있어 2천명의 자료를 다시 검토해 이미 결정 됐던 합격 여부나 장학금 대상자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리건대학의 경우 이미 합격자를 발표한 뒤 SAT채점 오류를 통보받은 상태다.
"5명의 지원자가 피해학생으로 밝혀졌지만 그 영향력은 미미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힌 오리건 대학 관계자는 이들에 대한 합격여부를 전면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컬리지보드는 현재 이 "아주 작은 실수"에 대해 수험료 환불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처음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3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4천명의 채점 실수가 있었다고 밝힌 점, 모든 경위를 시스템 상의 오류로 돌리고 있다는 점에서 컬리지 보드는 당분간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국·공립대의 후기 전형이 시작된 가운데 이미 전·중기 전형의 본고사 과정에서 문제 출제부터 합격자 발표까지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잇따라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본 대입에서는 한국과는 달리 각 계열별로 대학별 본고사(2차 시험)를 치르며 각 본고사는 일본어, 수학, 영어(계열 공통)와 계열별 과목 등으로 구성되는 것이 보통이다.
지난달 치러진 전기에서는 이미 오카야마대학, 후쿠시마대학 등지에서 시험 문제 실수가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시험문제에 다른 과목의 답이 쓰여져 출제되거나 아예 답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도쿄외국어대학은 지난 3일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답이 없는 문제를 출제했다고 밝혔다.
채점 직후 실수가 발견돼 대학은 모든 수험생의 답을 정답으로 처리하고 예정대로 합격자를 발표했다.
지난 7일에는 지난달 야마나시대학의 본고사에서 있었던 출제 실수가 뒤늦게 드러났다. 지문에 시험문제의 답안이 그대로 적혀 있었던 것.
대학 측에서는 "22명의 교수들이 문제를 5회 검토하도록 하고 있으나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의 배점은 1점에 불과해 합격 여부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이타마대학과 고베대학에서는 합격자 발표에서 문제가 있었다. 6일과 9일 각각 합격자를 발표한 두 대학은 홈페이지를 통해 합격자를 발표하면서 합격자의 수험번호가 누락돼 불합격자의 수험번호가 합격자의 수험번호와 뒤바뀌거나(사이타마대학) 전년도 합격자의 수험번호와 뒤바뀌는(고베대학) 등의 실수가 있었다고 밝혔다.
타스미 미츠오 사이타마대학 총장은 성명서를 통해 "세심하게 주의하지 못해 데이터 확인이 부적절해 이와 같은 사태가 일어났다"며 "수험생들에게 곤란을 끼치게 되어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밝혔다.
노가미 토모유키 고베대학 총장 역시 "대학측의 실수인지 어떤지는 아직 판명되지 않았지만 잘못된 정보로 피해를 입은 수험생에 대해서는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지난달부터 국립대학들의 대입전형 실수가 연이어 보도됨에 따라 각 대학 총장들도 연이어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있어 미국 컬리지 보드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