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실험실 사고 중 대학이 92%

최근 서울대 실험실에서 각종 발암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 대학 실험실 안전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대학 내 실험실 사고가 4년간 22배 증가하는 등 안전불감증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어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실정이다.

지난해 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이 배포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연구기관의 실험실 사고 가운데 92%를 대학 실험실이 차지할 정도로 대학은 사건·사고의 온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서울대 환경안전원이 밝힌 자료를 살피면 서울대 내 138개 연구·실험실 5곳 중 1곳이 공기 속 유해물질 기준치를 웃도는 것으로 밝혀졌다.

2개 실험실에서는 ‘포름알데히드’ 산업안전보건법 유지기준을 최대 1.5배 초과했고 휘발성 유기화합물 권고기준을 초과한 실험실도 있었다. 벤젠의 경우 3개 실험실이, 자일렌의 경우 1개 실험실이 권고기준을 웃돌았다. 특히 벤젠 초과 실험실의 측정치는 권고기준 대비 최대 8.3배나 높게 나타났다.

정진호 서울대 환경안전원장은 “해당 실험실에 벤젠의 대체 물질을 사용하도록 권고했고 시약을 사용할 때는 환기시설이 있는 곳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며 “국내에는 대학 실험실에 대한 공기오염도 기준치가 없기 때문에 교과부와 함께 장기적으로 기준치를 설정하는 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고려대 내 실험실에서 있던 김영균 씨 (신소재공학 석사1)는 옆 실험실에서 들리는 ‘펑’ 소리에 놀라 밖으로 뛰쳐나왔다.

고려대 실험실에서는 화약 약품이 섞이면 반응이 일어나 폭발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따로 버리게 되어있다. 하지만, 한 학생이 무심코 화학 물질을 버려 폭발이 일어난 것이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김 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아주대 내 실험실에서 공부하는 김00 씨 역시 ‘폐수통 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강산·할로겐 등 폐수통이 나눠져 있는데 문이 24시간 개방되어 있고 어느 실험실에서 어떤 폐수통을 내놓았는지 알 수 없다”며 “기업에서는 철저히 관리하는데, 학생들은 아무런 책임 없이 행동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충남대 수의학과 정00 씨는 “수의학과에서도 발암 물질을 다루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학생들 대부분이 마스크 착용을 귀찮아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학 차원에서 학기 혹은 학년에 한 번씩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불시 점검을 하는 등 실험실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고려대 측에 따르면, 고려대는 2008년 5월부터 실험실 사용 학생들에게 안전 교육 동영상을 보도록 했다. 법적의무 교육 시간이 한 시간이기 때문에 매월 20분짜리 동영상 두 개를 듣고, 자체적으로 5분 안전 교육을 실험 실습 전마다 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동영상 교육과 자체 교육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이 의원은 “연구실험실 사고가 폭증하고 있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우려”라며 “대학과 연구기관은 체계적인 안전교육시스템을 마련하고, 교과부도 이를 철저하게 관리 감독하고 전문적인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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