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학제개편 간담회 개최, 교과부는 정책연구 진행

청와대가 최근 약대 학제개편에 관한 간담회를 연 것으로 알려지면서, 약대 ‘통합 6년제’로의 전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시행 1년 만에 제도를 개편하는 데에 교과부가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있어, 이 부분이 변수로 지목된다.

■ 청와대서 약대 학제개편 간담회=3일 교과부와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이 주관한 약대 관련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약대·자연대·공대 교수 8명이 참석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정세영 경희대 약대 교수(대한약학회장)는 “약학의 기초·응용·실무 교육이 모두 갖춰지려면 통합 6년제로 전환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자연대·공대 교수들도 ‘신입생들이 학점 잘 받는 강의만 듣고, 수업이 끝나면 약대 입시학원으로 달려간다’며 문제점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약대·자연대·공대 교수들은 현행 약대 2+4학제의 개편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배석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관계자도 공감을 표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이날 간담회는 약대 2+4학제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학계 전반에 퍼져있다는 점이 잘 드러난 자리였다. 약대입문자격시험(PEET) 과목과 관련 있는 자연대(화학·생물·물리 등)는 물론 최근엔 공대생들까지 약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남회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약대 입시가 기초과학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PEET시험을 위해 학원 수강을 따로 해야 하는 ‘대학생 사교육 문제’도 생기고, 기초과학 분야 인력수급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강대는 올해 자연과학부(입학정원 200~210명) 학생 가운데 화학전공에서만 18명이 약대 진학을 이유로 자퇴했다.

때문에 일반학부 2년을 마치고 약대에 진학하는 현행 ‘2+4’학제를 아예 1학년부터 약대생을 뽑아 내리 6년을 가르치는 ‘통합 6년제’로 바꾸자는 요구가 제기된다. 일반학부 2학년 이수자를 대상으로 약대생을 뽑으면서 이공계 학부교육이 황폐화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 교과부 학제개편 정책연구 진행=이와 관련해 교과부도 최근 약대발전자문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약대 학제개편 논의를 시작했다. 자문위는 위원장인 정규혁 성균관대 약대 교수를 비롯해 의학·약학·이공계·정부부처(교과부·복지부)·교육전문가·학부모단체 대표 등 총 15명으로 구성됐다. 지난달 초 구성된 자문위는 지난 5월 2일 2차 회의를 열었다.

정규혁 위원장은 “아직까진 이렇다 할 논의 내용이 없다”면서도 “현재 약대 학제개편에 대한 연구과제가 진행되고 있어 중간 결과가 나오는 7월께 3차 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교과부가 약대 학제개편과 관련해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라 주목된다. 정 위원장은 이 정책연구에 대해서 “약대 학제를 개편한다면 통합 6년제가 적당한 지 아니면 다른 대안이 있는 지가 주요 연구과제”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청와대의 간담회 개최와 교과부의 정책연구를 약대 학제개편을 위한 ‘수순 밟기’로 해석하고 있다. 청와대 간담회에 참석한 전인구 동덕여대 교수는 “약대 2+4학제에 대한 문제점이 청와대에 보고 돼 간담회를 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무래도 약대 학제 개편의 수순을 밟으려면 정확한 현황 파악을 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학제개편 시행 시점이 문제=대학들도 약대 통합 6년제로의 전환을 환영하고 있다. 2+4학제가 통합 6년제로 바뀌면 실질 정원이 1.5배 늘어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약대생을 뽑아 기초·전공 교육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서울의 한 약대 학장은 “지난해 초 약대정원 쪼개기로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약대들로선 정원 증원 효과가 있는 통합 6년제 개편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다만 일부 지방대의 경우 약대 유치로 자연대 학생 충원율이 높아지고 있어 학제개편 주장에 소극적”이라고 전했다.

반면 교과부는 시행 1년 만에 제도 개편이 논의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있다. 개편이 추진되더라도 시행 시점은 다소 늦춰질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2+4학제가 시행되고 나서 1년이 채 지나지 않았고, 이제 막 (2+4학제의) 첫 신입생을 뽑은 것”이라며 “제도가 도입된 이상 학생들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도 시행 이후 약대에 들어온 학생이나 약대 진학을 준비해 온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약대발전자문위가 통합 6년제로의 개편안을 도출하더라도 시행 시점은 2013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이르면 현재 중학교 3학년생이 대학에 입학하는 2015학년이 될 수 있다. 또 일각에선 ‘2+4학제’ 병행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현재 대학 1~2학년 재학생에게도 약대 진학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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