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 취업률 3위로 발돋움

독자적 특성화에 꾸준한 취업지원으로 ‘결실’

▲ 한국항공대 본관.

한국항공대(총장 여준구)가 취업의 강자로 거듭나고 있다. 올해 교육과학기술부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에서 ‘다’그룹(졸업자 1000명 이상~2000명 미만) 전국 3위를 차지했다. 항공우주분야 특성화대학이라는 프리미엄에 학교 차원의 적극적인 취업 지원책이 곁들여졌기 때문이다.

취업률 74%. 전국 대학 평균 58.6%를 훌쩍 뛰어넘는 성적표지만 단순히 수치가 좋은 게 아니라 취업의 질도 우수하다. 취업자 중 정부 부처와 공사를 비롯해 대기업과 항공운송기업 등 주요기업에 채용된 숫자가 67.3%에 이른다. 졸업생 10명 중 7명 이상 취업에 성공했고, 취업자 3명 중 2명 꼴로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주요기업에 입사했다는 얘기다.

■ 취업률 전국3위… 5년간 평균 취업률 70% 이상 = 한국항공대는 꾸준히 취업률 상위권을 유지해왔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최근 5년 동안의 평균 취업률이 72.5%였다. 올해 같은 그룹 취업률 1위인 한국산업기술대(74.9%)와 1%p 안쪽의 근소한 차이로 3위에 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동안의 추이를 살펴보면 더 희망적이다. 한국항공대는 계속 70%대의 취업률을 유지해오다 지난해 교과부가 처음 실시한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DB) 연계 취업률 조사에서 60%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곧바로 반등, 올해 취업률 조사에서 8.9%p나 올랐다. 오히려 건강보험 DB 연계 취업률로 전환되기 직전인 2009년 취업률 73%를 뛰어넘는 결과가 나왔다.

변화된 사회적 인식에 따라 졸업생들의 안정적 고용에 힘쓴 결실을 맺었다. 학교가 정부 방침과 기업의 요구에 발맞춰 학생들에 대한 맞춤형 교육과 취업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각종 취업지원 프로그램과 함께 학생 개개인의 전공에 걸맞은 분야별 인턴십을 매칭(matching)해 성과를 거둔 것이다.

■ 공사·대기업·항공기업까지… ‘알짜배기 취업’ 주목 = 지난해에 비해 올해 취업률 세부 지표들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취업률 자체가 65.1%에서 74%로 상승한 것을 비롯해 △취업자 수 516명→654명(21.1%↑) △주요기업 취업자 수 277명→440명(37%↑) △주요기업 취업률 53.7%→67.3%(13.6%p↑) 등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졸업생들의 주요기업 취업률이 높은 점이 주목할 만하다. 정부 공사를 비롯해 삼성그룹·현대그룹·LG/GS·SK·CJ·STX·GM/대우·두산·포스코 등 주요기업들이 한국항공대 졸업생들을 골고루 채용했다. 이 가운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국토해양부·한국공항공사·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학교 특성과 직결된 항공우주분야 취업률도 17.1%(112명)에 달했다.

취업의 질이 높을 뿐 아니라 전공·적성을 살려 취업한 사례가 많았던 것이다.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곳에 취업할 경우 이직이나 재취업 비율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한국항공대 졸업생들이 ‘허수’가 거의 없는 알짜배기 취업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 4년연속 국책사업 선정 학교차원 중점투자 성과 = 학교 차원의 집중지원이 이러한 결과를 이끌어냈다. 취업교과목·취업특강·취업캠프와 국내산업체 인턴십, 입사서류 클리닉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도왔다. ‘중견기업의 이해’와 같은 교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의 시야를 넓히고 발전가능성에 주목해 취업하도록 유도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무엇보다 학교의 꾸준한 중점투자가 큰 역할을 했다. 한국항공대가 4년 연속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선정돼 확보한 연간 수십억원의 국고 지원이 효과를 거뒀다. 백신기 취업지원팀장은 “국고 지원 확보로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취업 프로그램을 연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수년간 학교가 취업 지원에 적극 투자해온 게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취업 프로그램 참여율이 높은 것도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취업특강은 취업지원팀이 전체 학생들에게 수차례 공지 SMS를 보내 참여를 독려했다.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모의시험에도 재학생 4000여명 중 500명 이상이 응시, 다른 대학들보다 참여율이 높았다. 삼성 테크윈에 근무하는 졸업생 유영재(31)씨는 “SSAT 모의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아 자연스레 관심도 높아지고 분위기도 만들어졌다. 취업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취업 대비 모의면접을 치르고 있는 한국항공대 학생들.

항공우주분야 최적화… 항공대 출신만 가능한 ‘블루오션’

한국항공대는 항공우주분야 특성화로 독특한 블루오션을 만들어냈다. 인력 수요를 대체할 수 없는, 한국항공대 출신만이 맡을 수 있는 분야가 있어서다. 항공관제 분야는 한국항공대 출신이 아니면 진입 자체가 어렵다. 특별한 교육과 전문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항공분야에 최적화된 학교 특성에다 최근 항공산업의 규모 또한 커지는 추세라 전망은 더욱 밝다.

분야는 다르지만 MIT와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MIT는 공학계열이 아닌 미학·경영학 전공자라도 물리학·화학·생물 등을 필수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MIT가 “모든 졸업생이 복잡한 운동방정식을 풀 수 있는 유일한 대학”이라고 언급되는 이유다. 한국항공대 역시 항공 관련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이 분야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인프라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공항의 경영 파트에서 일할 경우에도 한국항공대 출신만의 장점이 있다. 일반적 경영 전공자가 알 수 없는 항공운항·관제 등의 분야가 차별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항공분야에 특화된 학교 인프라를 십분 활용해 전문성을 갖춰두면 한국항공대 출신만의 프리미엄이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학교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함께 개설한 MBA 과정은 이런 전문화된 고급인력의 수요가 있음을 증명한다.

“항공대 특성 접목시키면 경쟁력 충분”
[인터뷰]이광수 인천국제공항공사 기획조정실장(항공기계과·80)

- 항공우주특성화 대학을 졸업한 게 어떤 도움이 됐나.
“어렸을 때부터 쭉 이쪽을 동경해 대학도 한국항공대에 입학했다. 졸업 후 삼성항공에 입사해 전투기 사업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미국 노스웨스트항공에서도 일했다. 지금은 공항 경영과 기획·전략을 맡고 있지만 항공기계과를 졸업했으니 엔지니어 출신이다. 한국항공대를 졸업한 게 내 삶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항공기 제작부터 기획, 공항 운영 등 그간 거친 분야와 모두 연관돼 있으니까.”

- 엔지니어 출신으로 기획·경영 쪽을 맡은 이력이 독특하다.
“이쪽 일이 기본적으로 항공에 관한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공항 기획·경영을 맡는다 해도 돈 들어오고 나가는 것만 알면 안 된다. 항행 장비나 운항은 어떻게 되는지 등의 기술적 부분도 총체적으로 알아야 공항 운영을 할 수 있다. 일반적 경영 전공자가 알기 힘든 부분이다. 경영적 관점과 기술적 관점이 합쳐져 전체적 기획이 나오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한국항공대 출신 엔지니어라는 점이 굉장히 도움이 됐다. 이런 부분은 나뿐만 아니라 한국항공대 출신이 가질 수 있는 특징·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이 분야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하자면.
“학교 특성화를 잘 살려 전문분야에 진출하는 후배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국내 공항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항공산업 전체의 덩치도 커지고 있다. 이런 점을 잘 인식해 적재적소에 배치되면 한국항공대 출신들이 더 인정받지 않겠나. 앞으로 인천공항에서도 일반행정·경영직만 선발하지 않고 일정 비율은 항공분야 전문성을 갖추면 인센티브를 부여해 뽑는 방안을 생각 중이다. 모교의 규모가 커지며 성장통도 있겠지만, 최고 수준을 유지해온 항공분야와 다른 분야가 서로 보완·융합하며 동반 성장해나갔으면 한다.”

“하고 싶은 것 정하면 실패 두려워말라”
[인터뷰]대한항공 종합통제본부 한용희(항공교통학과·00)

- 전공을 살려 취업했는데 어떻게 준비했는지.
“학과에서 배우는 내용 자체가 실무 중심이었다. 취업에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입사 후에도 기초지식이 됐다. 지금 근무하는 종합통제본부는 ‘운항관리사’ 자격증 소지자나 관련 학과를 졸업해야 한다. 기상학과나 항공교통학과 졸업생만 뽑는다고 보면 된다. 최근에 항공교통학과가 생신 한서대를 제외하면 한국항공대 출신만 들어올 수 있다. 취업에 학교 특성이 크게 도움을 줬다.”

- 기억에 남는 학교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꼽아달라.
“3·4학년 대상 취업교과목 ‘취업전력과 사회진출’을 수강했다. 외부 초빙 전문 취업컨설턴트가 직접 강의해 면접·서류전형 준비 클리닉을 많이 활용했다. 자기소개서를 메일로 보내면 첨삭 지도를 해줬고 모의면접도 자원했었다. 학과에서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임직원 특강을 자주 열었다. 개인적으로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임원들은 원하는 인재의 방향이나 어떤 역량을 필요로 하는지 잘 설명해준다. 취업특강에서 포인트를 잡고 준비할 수 있었다.”

-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당부 한 마디.
“막연히 어디에 가겠다는 생각보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결정을 일찍 내리는 게 좋다. 그러고 나면 뭘 준비해야 하는지 자연스레 보이더라. 나는 2학년 때 운항관리사를 목표로 삼았다.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실패를 두려워 말고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잉코리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현대종합상사 뉴욕지사에서 인턴십을 했다. 성공한 사례를 들었지만 사실 실패한 케이스가 훨씬 많다. 도전과 실패를 여러번 해본 사람이 깨닫거나 얻어가는 게 많고 위기 대처능력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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