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수천만∼수억원 쏟아부으며 '대학평가 기준만 넘기자'

“학생 1인당 100만원, 150만원 받고 아무데나 취업시킵니다. 일단 건강보험에 등록되면 그 다음부터는 나몰라라 합니다. 평가시점에만 통과하면 되니까… 잡매칭은 취업률을 돈 주고 사는 거나 마찬가지에요.

전국의 대학으로 취업특강을 다니는 Y씨는 ‘잡매칭(Job-Matching)’에 대해 묻자 “완전 사기”라고 잘라 말한다. 원래 잡매칭은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 일자리를 대학생들에게 알선해 주는 취지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대학이 취업알선업체를 통해 취업자 1인당 30만~100만원의 성공수당을 지급하면서 취업률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취업률 제고 편법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잡매칭은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구조조정 정책을 시작한 최근 2~3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늘었다. 취업률이 ‘부실대학(하위 15%대학)’의 당락을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 학생들의 취업률이 정부지원 등과 관련한 주요 관리대상이 되면서 학생들의 절실한 취업노력과 별개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지난해 10월 서울 aT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취업박람회에서 학생들이 입사상담을 하고 있다.<한국대학신문 자료사진>

본지가 입수한 A대학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이 대학은 지난해 6월 졸업생 79명의 취업을 대행해준 대가로 2개 업체에 4440만원을 지급했다. 비단 A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지정됐던 B대는 잡매칭 업체 3곳에 1억9700만원을 지급하고 취업률을 올렸다가 교과부 감사에 지적 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2학기, 잡매칭을 처음 시작한 수도권의 C대는 잡매칭으로 73명을 취업시켰다. 당초 230명을 취업시킬 계획으로 잡매칭에 예산을 투입했으나 실적이 32% 정도에 불과했다. 이 대학은 그래도 잡매칭이 취업률 제고에는 도움이 되기때문에 새 학기에도 잡매칭을 검토 중이다. 

지방의 대규모 사립 D대는 그동안 교비를 활용해 잡매칭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학생 교육에 투자되어야 할 교비가 취업지원금으로 전용되는 문제점을 알고 교과부가 올해부터 교비를 취업지원금으로 쓸 수 없게 지침을 내리자 이 대학을 잡매칭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 대학의 교무처장은 “올해부터는 잡매칭에 교비를 사용하면 취업률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해서 중단했다"고 말했다. 학내에서 취업지원부서장을 지낸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수도권 주요 대학들이 모두 잡매칭을 이용한다. 교내취업도 잡매칭에 상당부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대학-업체간 짬짜미 의혹 “대학 살리려면 편법 써야”

최근 잡매칭 업체 T사의 대표는 “취업률 70% 이상의 대학은 상대적인 순위가 떨어질까 고민하고, 50% 안팎의 대학은 ‘정부의 대출제한대학’ 지정을 걱정하고 있다”며 “요즘 웬만한 대학은 잡매칭 프로그램에 적게는 몇천만원, 많게는 1억원 이상 투자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잡매칭이 취업률 제고의 편법으로 활용되는 이면에는 대학 담당자들과 업체간의 부당거래 까지 이어지기도 해 특히 충격을 주고 있다. 한 대학취업전문가에 따르면 대학과 잡매칭 업체 간 부당거래는 업체가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 예컨대 대학에선 잡매칭 목표취업자 100명을 계약했는데 막상 업체가 15~20명밖에 성사시키지 못하는 경우, 대학 담당자들이 이미 자발적으로 취업한 학생들의 명단과 연락처를 업체에 넘겨준다. 업체는 자신들과 무관하게 취업한 학생들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취업확인에 필요한 서류를 보내달라고 한 후, 실적에 포함시킨다. 대학은 업체에 성공수당을 지급한다. 업체는 성공수당의 일부를 떼서 대학 담당자에게 되돌려 주는 방식으로 뒷돈을 주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학의 편법을 감시해야할 교과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교과부의 한 관계자는 “올해부터 교내취업률을 3%만 인정하고, 유지취업률을 평가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만반의 준비를 했기 때문에 대학들이 취업률 편법을 쓰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잡매칭은 지방의 일부 대학에서 이뤄지고 있고, (설령 잡매칭 편법이 횡행하고 있다해도) 교과부가 개인사업체까지 제재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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