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화합 바탕으로 ‘파트너십’ 특성화 등 성과 일궈

“우수한 여성 인재 길러낼 수 있어 의미 깊었던 시간”

▲ 오는 27일 퇴임하는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은 “지난 7년간 유능하면서도 동행·나눔을 실천하는 파트너십형 인재 양성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한국대학신문 민현희 기자] 우리나라의 대표 여성 리더십으로 손꼽히는 지은희(66) 덕성여대 총장이 오는 27일로 대학을 떠난다. 지 총장은 지난 2006년 1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덕성여대 제7대 총장에 취임했고 2009년 재단 이사들의 만장일치로 연임에 성공했다. 대학을 둘러싼 대외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 총장을 맡아 7년 동안 덕성여대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왔다고 평가받는다.

■ 소통·화합·기운의 ‘소화기 리더십’ = “지은희 총장의 리더십은 한 마디로 ‘소화기 리더십’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소통과 화합을 중시하고 항상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구성원들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리더거든요.”

지 총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호흡을 맞춰온 덕성여대 발전정책실 관계자의 말이다. 대학에 부임하기 전 지 총장의 별명은 ‘지은희는 칼 같다’는 의미의 ‘지칼’이었다. 1983년 해방 이후 첫 진보적 여성단체인 여성평우회 공동대표를 시작으로 20여년을 여성운동가로, 2003~2005년에는 여성부 장관으로 살면서 솔직하고 활달한 성격으로 모든 일을 추진력 있고 똑 부러지게 해냈기에 붙은 별명이었다.

그러나 대학에 온 뒤로 그의 리더십은 사뭇 달라졌다. ‘지칼’로서의 행정 능력에 소통과 화합을 더했다. 구성원을 지휘하기 보다는 품고 동행하는 것이 대학 총장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덕성여대 구성원이 지 총장을 ‘부드러운 카리스마’라고 표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덕성여대 한 교수는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겨내는 사람”이라고 지 총장을 평가했고 또 다른 교수는 “지 총장은 지난 7년간 모든 일을 소통을 바탕으로 균형을 이뤄가며 해나가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일상생활에서는 세심하고 친근한 총장이었다. 캠퍼스를 거닐다 플래카드 한 귀퉁이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면 스스럼없이 자신이 직접 바로 잡았고 덕성여대 후문 밖에 조성된 ‘도심 속 친환경 나눔텃밭’에서는 교수·직원·학생들과 어울려 상추·열무·토마토·가지·딸기·쑥갓 등을 키웠다.

덕성여대 학생 홍보대사인 박미연(미술사학과 2)씨는 “‘지 총장님’하면 웃는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대체로 총장은 학생들에게는 어렵고 다가가기 힘든 존재인데 우리 총장님은 항상 웃고 있어서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며 “대학에 행사가 있어 총장님을 의전하면 꼭 홍보대사들을 돌아보며 웃어주셨던 게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지은희 총장이 학생들과 함께 텃밭을 돌보고 있다.
■ ‘파트너십’ 특성화 대학 자리매김 = 지 총장은 특유의 추진력과 부드러움을 바탕으로 지난 7년간 덕성여대의 크고 작은 변화들을 이끌어 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성과는 덕성여대를 ‘파트너십 특성화 대학’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데 있다.

지 총장은 덕성여대 교육의 목표를 ‘글로벌 파트너십을 갖춘 창의적 인재 양성’으로 설정하고 대학 교육의 기본 바탕을 파트너십에 뒀다. 대다수 대학들이 ‘리더십’을 말하고 있지만 덕성여대는 이끄는 사람보다는 함께할 줄 아는 사람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에 따라 덕성여대는 지난 2011년부터 ‘글로벌 덕성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교양 필수과목으로 본격 가동, 모든 학생이 재학 중 100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해야만 졸업할 수 있게 했다. 또 기숙영어, 이해와 소통 등의 교과목을 통해 학생들이 타인과 함께 생활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체득토록 하고 있다.

개발도상국 여성 인재 양성에도 꾸준히 공을 들여왔다. 지난 2009년부터 ‘덕성아시아파트너십 장학생 제도’를 도입하고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여성 인재를 발굴해 등록금, 기숙사비, 생활비를 지원하며 교육하고 있다. 지난 20일 열린 학위수여식에서는 이 장학제도 1기로 화학과에 입학한 몽골 출신 뱜바수렝 게럴트오드씨가 졸업장을 받는 결실을 거뒀다.

이 같은 파트너십 교육 역량을 발판으로 지난 2011년에는 국내 대학 가운데 최초로 UN Women과 교육·훈련·연구 등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특히 지난해 8월 10~13일 이 협약의 일환으로 덕성여대에서 열린 ‘차세대 여성 글로벌 파트너십 세계대회’에는 아시아·아프리카 33개국에서 1000여명의 여대생이 모여 국제사회의 여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했다.

이 외에도 지 총장은 임기 중 교수학습개발센터 기능 강화, 교양교육 내실화, 맞춤형 진로지도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교육중심대학으로서의 입지를 다졌고 △교육과학기술부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 선정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정보공시 시범운영대학 선정 △대학기관평가인증 획득 등의 대외적 성과도 거뒀다.

▲ 지난해 8월 덕성여대에서 열린 ‘차세대 여성 글로벌 파트너십 세계대회’에서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연설하고 있다.
■ “여성 인재 길러낼 수 있어 행복” = 덕성여대를 이끌어온 지난 7년간의 시간을 지 총장은 어떻게 기억할까. 지 총장은 “수십 년간 여성운동을 실천해온 사람으로서 여성운동 등의 힘으로 이뤄진 법과 제도를 현실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그 위에서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여성 인재들을 길러내는 일 자체가 참으로 의미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유능하면서도 상호존중, 동행과 나눔을 실천하는 파트너십형 인재 양성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었던 것도 무척 의미 있고 행복한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몇 차례 연임하며 연속성을 가지고 대학발전을 이끌어 가는 총장들이 늘고 있는 만큼, 대학가에서는 “지 총장이 한 번 더 연임에 도전하지 않겠느냐”는 예측도 나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 총장은 임기 말을 앞두고 구성원에게 “연임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전했다.

이에 대해 지 총장은 “덕성여대에 적을 두지 않은 외부 출신 총장으로 연임을 했고 하고자 했던 일들을 계획한대로 최선을 다해 추진했다”며 “그동안 덕성여대가 발전하는 데 역할을 충분히 다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7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모든 애정을 쏟아온 대학이기에 지 총장이 덕성여대에 거는 기대도 크다. 지 총장은 “덕성여대가 목표한대로 최고의 교육명문대학으로 끊임없이 발전해 가길 바란다”며 “무엇보다 시류에 휘둘리지 말고 목표하고 계획한대로, 자기 속도에 맞춰 발전하는 대학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퇴임 후 계획에 대해서는 “우선 편안한 휴식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노년에 대한 계획을 세워볼까 한다”고 웃음 지었다. 오는 27일, 지 총장은 덕성여대 총장으로서의 임기에 종지부를 찍지만 지난 7년간 그가 덕성여대에 기울인 노력과 사랑은 앞으로도 대학 발전을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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