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지식이라든가 앎이라는 것이 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학교 밖에서 더 크고 강한 울림으로 다가올 수 있어요. 한 주일동안 교실을 틀어 잠그고 캠퍼스 밖에서 학생들이 세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 한신대 장공관 전경

지난 6일 중간고사가 끝나고 한창 북적일 대학가지만 한신대 교정은 한산했다.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특별활동주간’이었기 때문. 이 기간 동안 한신대 학생들은 캠퍼스를 벗어나 교외에서 학교가 마련한 프로그램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특별활동주간 중 학생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교과교육영역 프로그램을 비롯해 학과 자체 프로그램, 활동교육영역 프로그램 등 크게 3분야로 나뉘어 47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과교육영역은 △평택시의 평화와 생태 문제 △우리 주변의 사회적 기업 탐방 △DMZ 생명평화동산 탐방으로 진행된다. 학과 자체 프로그램은 현장답사와 기관·기업체 탐방 등이며, 활동교육영역은 역사탐방과 문화예술, 진로탐색여행 등 6개 세부 분야로 나뉜다.

유문선 교무처장은 “특별활동주간이야말로 더불어 가는 실천 지성을 기르겠다는 한신대만의 교육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 정조교양대학을 출범한 한신대.

■ 교육방식 선도하는 한신대, 중장기 발전안도 ‘착실히’= 특별활동주간 외에도 한신대는 차별화된 장학제도와 학사운영방식을 도입했다.

포인트 장학금 역시 한신대가 자랑하는 제도다. 포인트 장학금은 학업성취영역, 사회봉사영역, 학교기여영역, 취업영역 등 4개 영역에서 총 84가지 포인트 항목에 해당하는 활동이나 성과가 인정되면 1포인트당 1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포인트는 △학업성취 △사회봉사 △학교기여도 △취업 등 4개 영역을 기준으로 적립된다. 예를 들어 이전 학기보다 일정 기준 이상 성적이 오를 경우 최대 20만 포인트, 창업을 하면 30만 포인트, 헌혈은 1만 포인트, 자원봉사활동을 할 경우 2만 포인트가 각각 적립된다. 적립 포인트가 10만 포인트 이상이 되면 현금이 지급된다.

1만 포인트에 1만 원으로 학생 1인당 최대 2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매 학기 포인트를 가장 많이 적립한 학생 5명에게는 해외탐방을 위한 항공료도 지원된다. 또한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최대 50만 포인트, 즉 50만 원을 선 지급한 뒤 갚도록 하고 있다.

포인트 장학금 외에도 한신대는 이미 강의평가제를 1993년 대학가에서 최초로 도입한 바 있다. 이는 1990년대부터 교육개혁에 초점을 맞춰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

이 같은 한신대의 노력은 중장기 발전안인 ‘한신 비전 2020’에 담겨있다. 지난 2003년 ‘한신 비전 2010’을 수립해 경쟁력 강화에 나선 한신대는 2007년 ‘한신 비전 2020’을 선포했다. 이 발전안에 따른 한신대의 인재상은 ‘통합적 교양인, 이웃속의 세계인, 도전하는 실천 지성’이다. 이를 위해 △교육만족도 제고 △대학특성화 발전 △캠퍼스 환경개선 △대학이미지 제고 △발전동력 구축 등 5대 목표를 설정해 세부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정조교양대학으로 인문학 ‘성큼’=새 교육을 위한 한신대의 노력은 올해 정조교양대학 출범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정조교양대학은 기존 교양대학을 단과대학으로 격상해 대학차원에서 교양교육을 강화하겠단 취지로 설립됐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와 함께 국내 대표적인 교양대학인 셈이다. 이 대학이 출범함에 따라 한신대 학생은 35~45학점의 교양이수학점을 모두 정조교양대학에서 이수하게 됐다.

이 대학의 올해 교과목은 △정조의 꿈과 18세기 조선의 개혁 △사랑할 때와 헤어질 때 △내 삶을 바꾼 세 편의 소설 △에로스와 타나토스 △종교와 과학의 대화 등이다. 토론과 교수 2인 이상의 팀티칭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신대는 정조의 이념과 꿈을 교양교육과정에 실현해 ‘더불어 가는 실천 지성’ 양성의 핵심으로 삼을 계획이다. 한신대 측은 “정조는 세종대왕과 함께 조선시대 가장 개혁적 군주로 꼽히는 인물”이라며 “이를 본받아 전인 교육과 실용인 교육을 모두 달성하는 것이 대학의 목표”라고 전했다.

이 같은 목표는 진보대학으로 자부하는 대학의 전통의 영향이다. 민주화 운동의 대부였던 故문익환 목사와 장준하 선생이 이 대학 출신이다. 또 한신대는 1973년 교수·학생 삭발식으로 유신독재에 저항키도 했다. 1986년에는 5공화국에 맞서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등 한국 현대사의 국면에서 진보담론의 본산을 자처해왔다.

한신대 측은 “국내 민주화와 평화통일 운동에 족적을 남긴 주요 인물들 다수가 한신대 출신이라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며 “이 같은 전통을 바탕으로 학문과 실용교육을 실시해 융합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정조교양대학이 지향하는 ‘실천 지성’이다”고 말했다.

[인터뷰] “실천 지성 양성과 정조의 통치철학은 일맥상통”

▲ 유문선 교무처장.
유문선 교무처장 인터뷰

-대학가에 인문교육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있다. 한신대 정조교양대학은 어떤 차별성이 있나.

“교양교육의 강화 측면에서 일치한다. 하지만 교양과목이 전공과목에 들어가기 위한 기초 또는 부수적인 교육이라는 인식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교양과목이 전공과목과 더불어 대학교육의 두 개의 축을 담당해나가야 한다는 전제를 했다. 또 한신대 교양교육은 정조교양대학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는 한신대가 역사 속에서 정조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실천하는 지성을 양성한다’는 한신대의 교육목표와 정조가 보여줬던 조선후기 통치철학이 합치되는 부분이 적지 않은 것 또한 한신대 교양교육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 짦은 기간 동안 정조교양대학을 출범했는데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

“지난해까지 1년 반 동안 단과대별로 교수 1명 씩 5명으로 구성된 정책연구팀을 구성해 검토해왔다. 이 기간 동안 거의 매주 빠짐없이 일과시간 이후에 정조교양대학을 구상해왔다. 특히 총장님께서 강한 드라이브를 거셨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정조교양대학을 출범할 수 있었다고 본다.”

- 모델이 되는 대학이 있었나.

“그동안 국내외 20여개 교양대학을 검토해봤다. 그 가운데 미국의 리버럴 아츠 칼리지(미국 대학의 교양대학)를 유심히 봤다. 미국에는 4년 내내 교양과목만 배우는 대학이 있을 정도로 교양교육에 관심이 크다. 특히 우리와 달리 교양과정에 사회과학분야 등이 포함되는 등 우리의 교양교육보다 폭이 넓다. 그런 대학의 정신이라든가 운영방법 등을 참고했다.”

- 정조교양대학의 강의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한 가지는 이른바 정조와 관련된 내용이다. 우리가 정조라고 말할 때는 역사적으로 정조에 기초하고 있지만 정조의 정신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앞으로도 형성해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는 뜻이다. 그것을 담아내는 교과목이다. 두 번째는 교수방법에서 팀티칭이 강조된다. 두 명 이상의 교수진이 한 가지 교과목을 동시 다발적으로 강의하는 형식이다. 올해 개설된 교과목을 예로 들면 ‘사랑할 때와 헤어질 때’, ‘내 삶을 바꾼 세 편의 소설’, ‘에로스와 타나토스’, ‘종교와 과학의 대화’ 등이다.

- 정조교양대학 출범을 계기로 기대되는 바는 무엇인가.

“교육이라는 것이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정조교양대학 출범을 계기로 학생들이 교양과목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학생들은 그동안 교양과목에 대해 개론이나 안내서 정도의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겠지만, 그런 점에서 탈피하도록 노력했기 때문에 아마 학생들이 교양과목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또 한신대의 인재상은 ‘더불어 가는 실천 지성’이다. 구체적으로는 통합적 교양인, 이웃 속의 세계인, 도전하는 실천 지성을 지향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타인(이웃)과의 경쟁이 아니라 자신이나 미래와 경쟁하는 사람이 되라고 교육한다. 정조교양대학에서도 이 같은 학풍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잠재역량을 깨우고 스스로 앎을 깨우칠 수 있는 능동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싶다.”

- 한신대 교양교육의 특징을 소개한다면

“한신대의 모든 신입생들은 1학기 때 ‘독서와 토론’, 2학기 때는 ‘글쓰기의 기초’라는 교과목을 필수로 듣도록 하고 있다. 이들 교과목은 특히 학교 재정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가장 작은 클래스로 운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독서와 토론의 경우 한 클래스에 25명, 글쓰기의 기초는 20명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 1학년 1학기 때 듣는 ‘대학생활길잡이’라는 교과목은 전체 교수가 담당하도록 해 클래스 당 10명 단위로 편성하고 있다. 신입생들이 12년 간의 교육을 마치고 가장 이질적인 대학교육을 처음 맞이하는 만큼 더욱 중요시하고 있다는 의미다. 내용적으로 보면 교과목의 내용이라든가 교수들의 실제 수업 내용에서 전통적인 진보담론을 견지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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