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건물 한국건축문화대상 등 건축상 휩쓸어

[한국대학신문 최성욱 기자] ‘건축은 단순한 건물인가?’

건축을 이야기 할 때마다 자주 되짚어보는 주제다. 흔히 건축가들은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그 건축이 다시 우리를 만든다”고 말한다. 이는 건축이 우리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뜻으로 건축의 중요성을 함축하고 있다.

그렇다면 좋은 건축물이란 무엇인가. 일반 건축물과 대학 건축물은 어떻게 달라야 하나. 건축가 승효상씨는 건축의 여러 가지 요건 중에서 “학교는 학교다워야 하고 교회는 교회다워야 한다”며 “목적에 부합되는 건축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대학 건물다운 건축물은 어떤 것일까.

배재대 관계자는 “대학의 주된 역할은 연구와 교육을 통해 유능한 인재를 양성해 사회에 배출하는 것”이라며 “대학의 건축물은 교육과 연구와 더불어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재대 캠퍼스에 들어서 있는 건축물들은 바로 이 같은 대학 건축물이 지녀야 할 기본적인 요소에 충실하다고 볼 수 있다.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철저하게 환경적 요소를 고려했다는 점이다. 대학 부지가 대전의 주요 공원 중 한 곳인 월평공원을 배경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해서 설계됐다. 둘째는 첨단공법과 건축 재료를 적용했다는 점이다.

배재대 건축물들은 완공 당시 ‘대한민국 건축대상’을 휩쓰는 등 다양한 건축상을 수상해 대내외적으로 명품 건축물로 인정받고 있다. 전국 대학의 건축학 전공 학생과 건축 종사자들에게 필수 탐방코스로 알려져 있다. 매년 배재대 건물을 보기 위해 캠퍼스를 찾는 건축학도들만 500여명에 달한다. 건축물에 관심있는 일반인도 개별적으로 방문하는 일이 잦아 명품 건축문화기행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탐방을 온 한 건축가는 “아름다운 건축물은 건물이란 본래의 의미를 넘어 새로운 영감을 주는 작품”이라며 “건축학도들에게는 새로운 건축기법이나 독특한 설계로 지어진 건축물이 살아있는 교과서”라고 표현했다.

배재대가 기존의 대학 건물의 개념을 뛰어넘는 건축물을 기획하기 시작한 것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지어진 ‘21세기관’은 건물 중앙에 직접 자연채광이 들어오도록 설계됐고 각층마다 브릿지와 발코니를 조화롭게 배치해 대전시건축문화대상을 수상했다.  

2005년 3월 완공된 예술관과 국제교류관도 각종 건축 관련 상을 휩쓸며 전국적인 명품 건축물로 인정받았다. 예술관(설계자 조병수)은 대한건축사협회가 주관한 ‘2005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본상을 수상했다. 국제교류관(설계자 유걸)은 특선을 받았다. 대전지역 대학 건축물 중 본상을 수상한 것은 예술관이 최초다. 한 단지 내 2개 건축물이 동시에 수상한 것도 건축문화대상 사상 처음있는 일이었다.

국제교류관은 한국건축가협회가 주관한 ‘제24회 대한민국 건축제’에서 협회상과 함께 ‘2005 아름다운 건축물 Best 7’에 선정됐다. 이 상은 올해 완공된 건축물 중 가장 우수하고 건축적인 성취도가 높은 작품을 선정해 건축가, 건축주, 시공자에게 동시에 시상하고 있다. 건축당시부터 건축계의 관심을 끈 이 건물은 기존의 딱딱한 사각형에서 탈피, 별도의 토목공사를 하지 않고 자연 경사지면을 그대로 살렸다.

국제교류관은 지하 1층 지상 5층 9983㎡(3,020평)규모로 기존 지형을 복원해 경사지를 훼손하지 않고 노출콘크리트의 대형 기둥으로 강의동을 공중에 들어올림으로써 아이디어 공간을 구성했다. 또 레저스포츠학과 공연영상학부, 대학원, 한국어교육원 등 입주 학과와 부서의 특성을 살려 벽면과 외부공간을 자연스럽게 실습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꾸며져 있다.

특히 국제교류관은 국내 건축사상 처음으로 지열을 이용하는 공법을 도입하고 저층부의 옥상에 잔디를 심어 녹지확보해 냉난방 효과를 극대화해 약 15%의 에너지 절약 효과를 거둘 수 있게 설계됐다. 또 내부 홀 전체 천장을 유리로 꾸며져 자연채광과 환기를 동시에 해결했다. 이 건물은 지난해에도 국가건축정책위원회와 국토부가 개최한 ‘2012 제1회 대한민국 녹색건축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설계자 유걸씨는 “대전시민의 휴식처인 월평공원에 건물이 위치한다는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자연풍경과 어우러지고 공원을 찾는 지역민들의 편의성을 고려해 자연스럽게 통행로를 확보했다”며 “건축물은 단순한 건물주만의 공간이 아니라 지역과 주민들이 함께 공유하는 기념물로 승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숙사인 ‘배재국제언어생활관(PAITEL)’은 2007년 최고의 건물로 선정됐다. 건설교통부와 대한건축사협회가 주관한 ‘2007한국건축문화대상’ 공동주거부문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한 것이다. 대학건물이 대상을 수상한 것은 지난 1992년에 상이 제정된 이래 이번 처음이며, 대전․충청지역 건물 중 대상 수상은 역시 최초다.

배재국제언어생활관은 지난해 완공돼 1,100명이 입주한 건물로 지상 5층, 지하 2층에 연면적 18,274.8㎡(5,528평) 규모다. 콘도형 기숙사 안에는 11타석 규모 실내 골프연습장과 각종 운동기구로 가득 찬 피트니스클럽을 갖추고 있다. 편의점, 세탁실, 카페테리아 등 온갖 위락 시설까지 들어섰다. 식당, 세미나실, 학습실, 인터넷실, 휴게실, 어학실습실 등을 두루 갖춰 공부와 생활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꾸며진 것도 특징이다.

배재대 건축물의 수상실적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개교 125주년기념으로 2010년 완공된 ‘아펜젤러기념관’과 ‘하워드기념관’도 건축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펜젤러기념관은 3299㎡(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캠퍼스에서 가장 중요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 독창적인 설계로 외관부터 독특하다. 이 건물은 중앙에는 대강당 겸 강의실이 있는데, 이 공간을 다섯 개의 거대한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다수의 지붕구조가 그 상부에서 비상하고 있는 역동적인 입체 구성을 보이고 있다.

이 건물은 대전 최초의 비정형 건축물이어서 준공에 이르기까지 첨단 시공 공법이 총 동원됐다. 다른 각도로 뉘어진 콘크리트 옹벽과 그 끝단에서 만나야 될 940개의 철골부재를 맞추어야 하는 정밀성 때문에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워드기념관은 4998㎡(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유아교육과를 비롯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보육교사 교육원 등이 입주한다. 하워드관은 캠퍼스의 동측 경계에 위치한 폭이 좁고 긴 땅으로 서향이라는 조건을 완화하기 위하여 남서향의 곡선형 매스로 설계됐다.

이 건물은 대지의 형상을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자리 잡아 기존지형을 활용한 레벨계획과 경관적 연속성을 고려하여 주변 환경에 영향을 최소화한 환경친화적인 건물이다. 유아교육 관련 시설로 사용될 건물적 특성을 감안해 획일적이고 닫힌 공간이란 기존 건물의 개념에서 벗어나 개방적이고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지어졌다. 2011년 준공건축물을 대상으로 시행한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하단기사)인터뷰_ 김영호 배재대 총장
“한국 건축계에 새바람 일으킬 건물들”

“대학에 들어서는 건축물은 고유의 기능뿐만이 아니라 교육적인 의미도 있다. 배재대 건물들은 캠퍼스를 벗어나 대전의 자랑이자 랜드마크다.”

김영호 배재대 총장은 대학건물이 단순히 시설에 머물지 않고 예술의 영역으로 발돋움 했다는 데 자부심이 가득하다.
 
김 총장의 말처럼 배재대가 지속적으로 명품 건축물을 보유할 수 있었던 것은 대학건물이 가져야 할 기본에 충실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한 덕분이다.

배재대는 유명 건축가에게 대학의 의도를 전달한 후 기획안을 평가해 설계자를 선정했다. 

“설계과정에서부터 공모전을 거치지 않았다. 그동안 작품성을 인정받아온 유명 건축가들을 대상으로 작품을 맡기는 식으로 건물을 지었다.”

실제로 국제교류관과 예술관, 배재국제언어생활관 등 일련의 신축 건물은 대전시민의 휴식처인 월평공원에 건물이 위치한다는 지리적 특성을 충분히 활용했다. 자연풍광과 어우러지고 공원을 찾는 지역민들의 편의성을 고려해 자연스럽게 통행로를 확보하는 데 주력한 것이다.
 
“아펜젤러기념관과 하워드기념관은 주변 경관뿐만이 아니라 건물의 기능까지 충실히 반영했다. 아펜젤러기념관은 사용 목적이 학생들의 채플인 점을 감안해 경건성와 웅장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고, 하워드기념관은 유아교육과를 비롯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이 들어선다는 점이 반영돼 건물의 층간 높이부터 동선까지 기존의 건물과는 크게 다르게 지었다.”

김 총장은 “배재대 캠퍼스에 들어선 건축물들이 건축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대학건물의 상징으로 부각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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