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반월 공단 내 설립 ‘기업과 상생하는 대학’으로 발전

LINC 연차평가 ‘매우 우수’···3년 전부터 취업률 1위 고수
기업 연구 갈증 EH·QWL 캠퍼스로 해갈 산업체서도 호평

▲ 산기대는 설립 초기부터 '기업과 공존하는 대학'으로 발전해 왔다.
[한국대학신문 신하영 기자] 한국산업기술대(이하 산기대)는 ‘산학협력’으로 대학 전체를 특성화한 대학이다. 1997년 당시 산업자원부 출연으로 설립된 뒤 ‘산업체와 공존하는 대학’으로 발전해 왔다. 특히 전국에서 ‘가족회사’ 개념을 국내 최초로 도입, 대학가로 이를 확산시킨 장본인으로도 유명하다.

‘특성화’란 대학이 발전가능성을 가진 학과·전공을 특화해 수월성을 키우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대학의 체질을 개선, 해당 대학 전체가 특정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도 특성화에 해당한다. 산기대의 경우는 후자다. 개교 이래 대학 전체를 산학협력에 최적화된 상태로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기 때문이다.

◆ 설립 초기부터 산업체 경력 중시= 교육부는 지난해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사업을 시작하면서 연구업적만큼 교수들의 산학협력 실적이 평가에 반영되도록 유도했다. 대학들 입장에선 LINC 사업에 선정, 정부지원을 받기 위해선 교수업적평가를 개선해야 했다. 교육부가 지난 5월 20일 발표한 사업 1년차 평가 결과 51개 LINC 대학의 교원업적평가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들의 산학협력 실적을 ‘SCI논문 1편 대비 76%’까지 반영하는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산학협력 실적은 아예 교수업적평가에서 제외한 대학도 많았다.

LINC 사업 이전의 교수업적평가에선 연구 실적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교육이나 사회봉사 영역은 변별력이 낮기 때문에 교수들의 승진·승급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소는 연구 실적이었다. 때문에 대학들이 LINC사업 선정을 위해 평가 기준을 바꾸려하자 “교수가 논문이나 강의로 평가받아야지 산학협력 실적으로 평가받는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며 반발한 교수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산기대는 이미 개교 초기부터 교수들의 산업체 실적을 중시했다. 교수 임용 때는 산업체 경력이 전체 배점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반면 논문실적은 10%에 불과하다. 이론적 연구보다는 산업체에서 일한 경력이나 기술개발 실적을 더 높이 평가한 것이다.

그 결과 산기대 전임교수 166명의 평균 산업체 경력은 9.8년에 달한다. 교육부가 LINC사업을 도입하면서 각 대학에 산학협력중점교수(이하 산학교수) 채용을 독려했지만, 산기대는 이미 교수 대부분이 산학교수의 자격을 갖춘 셈이다. 교육부는 LINC사업 도입 이전인 2011년 말 산학교수의 자격으로 ‘산업체 경력 10년 이상의 전문가’를 제시한 바 있다.

◆ 이미 모든 교수가 ‘산학협력중점교수’= 승진·승급 시에도 산학협력실적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조교수에서 부교수로 승진하려면 모두 1200점이 필요한데 이 가운데 600점(50%)은 산학협력실적으로 채워야 한다. 기술이전이나 특허등록은 물론 현장실습 지도, 기술경영 자문, 가족회사 관리 등이 모두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산기대는 LINC 사업에 선정된 뒤 산학교수 12명을 신규 채용했다. 이들은 모두 산업체 경력이 최소 15년 이상 된 전문가다. 산기대는 이들을 채용한 뒤 산학협력 업무를 담당하는 △현장실습지원센터 △창업교육센터 △가족회사종합지원센터 △공용장비센터 △EH사업화센터 등에 집중 배치했다. 최근까지 산업체에서 활약한 전문가를 산학교수로 채용, 대학의 산학협력 역량을 극대화시키려는 전략이다.

산기대는 전국에서 ‘가족회사’ 개념을 처음 도입한 대학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2000년 주변의 시화·반월공단 기업들과의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가족회사제를 도입했고, 2006년 열린 공과대학혁신포럼에서 이 제도가 우수사례로 소개되며 전국으로 확산됐다. 현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3839개 기업이 산기대와 가족회사 관계를 맺고 있다.

김광 산기대 LINC사업단장은 “수도권 서남부권에서 산업체가 가장 밀집된 시화·반월·남동공단에 대학을 개교하면서 기업과 공생하는 형태로 발전하게 된 것”이라며 “대학의 전반적인 시스템은 기업 수요에 맞게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산기대는 전국에서 '가족회사'개념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대학이다.

산기대는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 5월 발표된 LINC 연차평가에서는 최상위 등급인 ‘매우 우수’ 판정을 받았다. 당시 교육부는 산기대에 대해 “가족회사를 중심으로 산학협력을 강화, 대학과 기업이 상생 발전하는 모형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산기대는 2010년부터 내리 3년간 취업률 ‘다’그룹(졸업생 1000명~2000명) 전국 1위를 차지하면서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였다. 김광 단장은 이에 대해 “현장실습과 종합설계(캡스톤디자인)를 의무화했기 때문”이라며 “교과과정도 매년 기업수요를 조사해 반영해 왔는데 이 점도 취업률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산기대 학생들은 재학 중 8주 동안의 현장실습 시간을 채워야 졸업이 가능하다. 실습 뒤에는 산업체에서의 경험을 살려 팀을 구성, 졸업 작품에 해당하는 캡스턴디자인에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제품을 제작한 뒤 특허를 내는 경우도 있다.

김광 단장은 “취업률이 높은 이면에는 학생 누구나 재학 중 한번은 경험하는 실습과 종합설계가 있다”며 “이를 경험한 학생들은 면접에서 인사담당자가 무슨 기술에 대해 아느냐고 물으면 ‘실습이나 졸업 작품을 하면서 해봐서 안다’고 대답하게 된다. 그런 뒤에는 인사담당자가 그 학생을 달리 보게 된다”고 말했다.

◆ 실습과 종합설계가 취업률 1위 비결= 산기대가 위치한 시화·반월·남동 산업단지에는 1만7000여개에 달하는 산업체가 밀집돼 있다. 업체 수로 보면 전국 산업단지 기업의 32.7%가 수도권 서남부에 몰려있는 셈이다. 산기대가 개교이래부터 줄곧 ‘기업과의 공생’을 강조해 온 배경이다.

2008년부터 본격 운영된 엔지니어링하우스(EH)는 기업의 요구에 따라 ‘가족회사’를 발전시킨 사례다. 가끔식 기술자문이나 현장실습을 나오는 교수·학생을 항상 대면하고 싶어 하는 기업들의 요구를 반영, 2005년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기업 연구자와 교수·학생이 이곳에 상주하면서 연구개발(R&D)을 진행한다. 현재는 150여개 기업이 EH에 입주해 있으며, 산기대 학부생 305명이 산학 공동 연구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작년에 완공된 QWL(Quality of working Life)캠퍼스는 이런 EH를 더욱 발전시킨 형태다. 아예 연구소를 갖고 싶어 하는 기업들을 위해 인프라와 연구 장비를 지원하는 곳으로 현재 200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산기대는 오는 2016년까지 이곳에 연구인력 3000명을 유입시키고, 1000억 원 규모의 연구비 유발 효과를 거둘 생각이다.

김 단장은 “지금까지 산학협력에서의 양적 성장은 충분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젠 내실화와 질적 성장을 도모, 산학협력 자체가 대학의 시스템으로 정착되도록 할 방침”이라며 “학생들이 참여하는 교육과정의 연계성도 높여 입학부터 취업까지 전주기적 취업지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뷰]“기업 수요에 따라 산학협력 꾸준히 진화”
김광 LINC사업단장

▲ 김광 LINC사업단장(기계설계공학과 교수)
- LINC 1년차 평가에서 최상급인 ‘매우 우수’ 판정을 받았는데 비결은 뭔가.

“대학 주변에 산업체가 몰려있다. 인근 시화·반월·남동공단만 해도 2만개 가까운 기업이 있다. 경기도 부천과 성남, 구로까지 포함하면 4만개에 달한다. 이 중 80% 이상은 중소기업이다. 이 기업들과 관계를 맺으며 기술개발을 돕고 현장실습을 통해 인력난 등을 해소해주면서 기업과 상생하는 산학협력 모델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 교육부가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와 연계된 취업률을 발표한 뒤부터 줄곧 전국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아무래도 현장실습과 졸업 작품이 주효했다고 본다. 학생들이 이 과정을 거치면서 기술을 터득하고 현장실무를 이해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현장과 실무를 아는 학생을 보면 대견하게 여기게 된다. 학생들은 주로 3학년 때 현장실습 8주를 채우고, 4학년 때는 팀을 짜 졸업 작품을 준비한다. 실습에서 졸업 작품으로 내놓을 과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오는 경우도 많다.”

- 현장실습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

“학생 개개인의 적성을 고려해 실습할 기업을 연결해 주는 게 중요하다. 또 실습생이 오면 이들을 잘 관리해주는 기업이 많아야 한다. 우리 대학의 경우 현장실습지원센터에서 기업과 학생을 연결해 주고 있다. 1년에 누적인원 1500명 이상이 실습을 나가고 800여개 기업이 협력하고 있는데 설문조사 등을 통해 만족도가 낮은 기업은 이 풀(Pool)에서 제외시켜 나갈 생각이다.”

- 가족회사 기반 수요조사도 매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1년에 한번씩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 수요를 파악하고 교과과정 개편 등에 반영하는 것이다. 최근 신설된 에너지전기공학과도 산업체 수요조사를 통해 만들어졌다. 산업체 수요에 기반, 대학의 정책을 세우기 때문에 산학협력 체제가 항상 진화할 수밖에 없다.”

- LINC사업을 포함, 대학 교육이나 산학협력에서의 향후 계획은.

“산학협력분야에서 양적인 성장은 이제 충분하다고 본다. 앞으로는 이를 내실화시켜 질적 성장을 꾀하겠다. 특히 산학협력 관련 프로그램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하겠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입학하면 직업소양을 교육받고, 기업을 방문하고, 취업캠프에 참여하고, 가족회사로 현장실습을 다녀오고, 캡스톤디자인을 경험하고, 인턴십 등을 거쳐 취업에 성공하는 전주기적 지원시스템을 갖추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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