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학원 관계자들은 “수능성적이나 향후 취업전망을 기준으로 해외유학을 결정하면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9일 한 학생이 서울 강남의 유학원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사진은 특정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최성욱

[한국대학신문 최성욱 기자] 수능이 끝나고 대학가는 본격적인 입시에 돌입했다. 수험생들은 각자의 점수에 맞춰 대학과 학과선택을 마쳤다. 이 시기엔 해외유학 시장도 함께 열린다. 일찌감치 해외유학을 준비해온 학생이 있는 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수능 성적표를 받아들고는 돌연 유학을 감행(!)하는 학생들도 있다.

■ 지방대 대신 중국유학 택하는 경우 많아 = 최근 해외유학 시장에서 영미권을 위협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국내에 중국인 관광객과 노동자들이 늘면서 중국유학을 문의해 오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

서울 종로의 한 아시아권 전문 유학원 관계자에 따르면 수능이 끝난 11월부터 2월까지는 중국대학 진학과 관련한 상담이 몰리는 시기다. 

이 유학원 관계자는 “사업이나 학업으로 중국어 연수를 문의해 오는 경우가 많지만 입시철엔 다르다. 특히 수능이 끝난 요즘 유학원을 찾는 고3 수험생들은 해외유학으로 새로운 진학 기회를 모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중국의 대학은 한국과 달리 새 학기 개강이 9월이다. 지금 유학을 결심한 학생들은 어학코스를 1년 6개월여 밟은 후 2015년 9월에 입학하게 된다. 재수 이상의 먼 길을 돌아가야 하지만 고3 수험생들이 중국대학을 택하는 이유는 학벌사회에 대한 두려움 탓이었다.

이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서울대 갈 수 있는 학생이 베이징대 가는 건 아니다. 나중에 취업이 잘 되겠나. 이건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중국유학의 목적이 국내 취업이라면 수도권의 중상위권 대학을 다니면서 어학코스를 밟는 게 낫다는 설명이다. 반면 중하위권 지방대 갈 성적이면 중국유학을 추천한다. 지방대 나와서 취업 걱정할 바에야 처음부터 중국으로 유학 보내는 학부모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중국유학은 랭귀지 코스(언어 습득)만 1년 6개월 이상 걸린다. 언어를 익히고 문화를 이해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사자(학생)의 의지가 유학의 성패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영미권 유학생들 “전공따라 국내취업 천차만별”= 전직 학원강사 이모씨(26, 여)는 중고교·대학교를 모두 뉴질랜드에서 수학한 ‘정규유학생’(10년 이상 유학)이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귀국해 3년간 서울 대치동에서 초·중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다 최근에 관뒀다.

취업난·역차별 등의 여파로 ‘해외보단 토종’이 대학(학부) 선택의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씨는 늦게사 안 것이다. 

그는 “다들 ‘취직해도 유학비 못 뽑는다’는 말을 한다. 영미권의 경우 1년 학비만 4000~5000만원에 먹고 자고 이리저리 쓰면 (연간) 1억원은 잡아야 한다. 어떤 회사가 신입사원한테 1억원을 주겠나. 투자한 만큼 본전도 못 찾는다는 말"이라고 토로했다.

해외유학생들은 하나같이 ‘시기가 다를 뿐이지 결국엔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게 머릿 속에 공식처럼 있다고 했다. 이씨는 “어차피 한국에서 취직해 가정 꾸리고 살거라면 대학은 한국에서 나와야 한다는 인식이 굳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 업무도 요즘엔 특히 ‘소통’을 강조해서 같은 문화권에서 살았다는 게 중요하고, 한국 특유의 인맥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씨는 자신과 같은 해외유학파들이 국내 기업에 취업하려면 출신대학과 전공에 따라 극명하게 희비가 갈린다고 잘라 말했다. 유년시절부터 미국에 살다가 UC버클리를 졸업한 친구가 회화과를 나온 탓에 일반 기업체 취업이 여의치 않더라는 것이다. 이른바 미국 명문대를 나와도 예술계통은 국내대학처럼 취업이 쉽지 않은 탓이다. 그도 결국 서울의 한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 반면 공대·회계·금융·법학(로스쿨)을 전공한 친구들은 국내 대기업에 속속 취업할 수 있었다.

이씨는 그러나 취업이 해외유학의 성패를 가늠하는 기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는 한국과 학업환경이 다르다. 스스로 뭘 잘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게끔 교육한다. 해외나 국내나 각자 하기 나름 아니겠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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