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 대학, 백마(白馬)‧천마(天馬)‧한마(汗馬) 등 '말' 상징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갑오년(甲午)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청마(靑馬)의 해다. 12간지 중 7번째에 해당하는 말은 박력과 생동감의 상징이다. 말의 매끈하게 뻗은 다리와 각진 말굽, 거친 숨소리를 내며 갈기를 휘날리는 모양새는 거칠고 진취적이다.

12간지 중 가운데 속한 말은 밝은 기운이 응축돼 있다. 정오에 해당하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가 ‘마시(馬)’다. 말이 상징하는 방위는 정남방이고, 오행은 ‘화(火)다. 대응하는 별자리는 쌍둥이 좌다.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은 “말은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멈출 줄 모른다. 동양과 서양할 것 없이 말은 신으로 떠받들기도 하는 영물”이라고 말했다.

말의 해를 맞아 전국 4년제 대학 중 말을 상징물로 택한 대학을 살펴봤다. 모두 14곳에 이른다. 60년에 한번 씩 돌아오는 청마는 없었지만 백마와 비마(飛馬), 한마(한혈마; 汗血馬), 용마(龍馬), 천마(天馬), 군마(群馬) 등을 택해 쉼없는 질주와 끊이지 않는 도전을 상징화했다.

■ '백마'타고 앞장선 선각자 … 영웅‧종교적 의미 동반 =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시인 이육사의 광야에도 백마는 등장한다. 일제시대 저항시인으로서 이육사는 조국의 광복을 실현하고 역사를 꽃피울 초인을 백마에 태워 보냈다. 백마는 이 시에서 올곧고 직선적인 이미지로 민족의 선구자인 초인의 남성적이고 의연한 기품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이같은 백마의 선각자적 이미지를 대학의 상징으로 택한 대학은 남서울대와 영동대, 충남대다.

남서울대는 흰색이 갖는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와 개선장군의 당당함을 대학의 상징으로 삼았다.

충남대 역시 진취적이고 당당한 백마의 힘을 높이 사 대학의 상징물로 선정했고, 백마산 변에 위치한 영동대는 백마를 통해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미래인을 기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종교적인 의미를 강조한 대학도 있다. 숭실대와 명지대다. 두 대학은 종교대학으로서 백마가 갖는 구원의 의미를 강조했다. 요한계시록을 보면 ‘백마를 타신 분의 이름은 충신과 진실이시다. 그 이름은 하나님의 말씀이라 칭하더라’는 구절이 있다. 또 ‘심판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실 때 백마를 타고 오신다’는 구절도 있어 백마가 갖는 상징성이 크다.

숭실대는 특히 평양에서 문을 연 학교였던 만큼 백마에 고구려의 기상을 함께 담아 학생들에게 전하고 있다.

“흰 말이 있는데 그 탄 자가 활을 가졌고 면류관을 받고 나가서 이기고 또 이기려 하더라.”

■ 뛰는 말 넘어 '나는' 말로 … 발전의지 품은 ‘비마’= 나는 말을 상징으로 택한 대학도 4곳이다. 광운대와 중부대는 비마를 상징으로 했고, 영남대와 수원대는 천마를 상징으로 했다. 신라대는 용마가 상징이다. 셋 모두 서구의 페가수스에 해당하는 말이다.

그리스 신화 속 페가수스는 눈을 보면 몸이 돌로 변한다는 메두사의 핏방울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날개가 달린 이 말은 하늘을 날 수 있었고 제우스신의 번개를 옮기는 역할을 맡았다. 죽어서는 하늘로 올라가 별자리 페가수스가 됐다는 이야기다.

국내에서는 신라 천마총의 벽화에서 천마를 볼 수 있다. 고구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신라 천마도에 나타난 천마는 이승과 저승을 잇는 역할을 한다는 주장도 있다.

천마‧비마를 상징으로 택한 대학 중 말과 가장 깊은 인연을 맺은 곳은 중부대다. 비마를 상징으로 삼은 중부대가 위치한 마전리(馬田里)는 과거부터 말을 기르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광운대 역시 비마를 상징물로 정했고, 홍보대사도 비마의 이름을 딴 ‘비마랑’으로 지었다.

수원대와 영남대는 천마를 상징으로 했다. 두 대학은 우리 민족과의 연관성을 강조한다. 특히 영남대는 신라와 화랑을 천마와 연결시켜 학교의 교표로 삼기도 했다.

신라대는 교명에 맞게 신라의 풍습을 본떠 용마를 상징으로 했다. 특히 1954년 갑오년에 건학한 이 대학은 올해로 꼭 60주년을 맞은 대학이라 더 눈길을 끈다.

■가상의 ‘용마’부터 천리마까지 … 말의 기백 담는다 = 말 중 가장 유명한 말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적토마'다. 여포부터 관우까지 삼국지의 내로라하는 맹장을 실었던 적토마가 바로 한혈마다. 한혈마는 피와 같은 땀을 흘린다는 뜻으로, 중국의 서역 지방에서 산출되던 명마를 일컫는다.

이 한혈마를 상징으로 한 것이 경남대와 초당대다. 하루에 천리를 달리고 돌을 밝으면 돌이 파인다는 힘에 주목했다. 경남대와 초당대는 “학생들이 한혈마의 높은 기개와 강인한 기백을 닮기 바란다”고 밝혔다.

관동대와 한서대를 상징하는 말은 한 마리가 아니다. 관동대는 두 마리 말을 상징으로 삼아 이를 새긴 쌍마탑으로 유명하고, 한서대는 다섯 마리의 말을 조형물로 만들었다. 말이 가진 강인한 역동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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