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좋은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들

금주·금연은 물론, 서포터즈 발족·문화욕구 충족으로 정신건강도 챙겨

▲ 영남대 학생들이 학내 법정관 인근에서 금연 및 청결캠페인을 펼치고 있다.(사진=영남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백수현 기자]최근 몇 년 사이 캠퍼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대학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인지도, 취업률, 입학성적, 등록금 등 대학을 평가하는 데 주요 기준으로 적용됐던 항목에 캠퍼스의 질이 더해지면서부터다.

클린 캠퍼스, 그린 캠퍼스라는 말이 심심찮게 등장하면서 이제 대학들은 눈에 보이는 화려하고 큰 규모의 건물 조성을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캠퍼스의 ‘질’을 높이는 데도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금연·금주 시행, 스포츠시설 구축 등 구성원들의 신체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부터 문화 프로그램 활성화, 성폭력 예방교육 등 정신이 건강한 캠퍼스 조성까지. 2014년 새해를 맞아 몸과 마음의 건강 챙기기에 나선 대학들의 노력을 살펴봤다.

■“캠퍼스 흡연 안 돼!” 학생들이 더 적극적=  이달 6일까지 2014학년도 정시모집 원서접수를 진행하는 유한대학은 오는 3월 초 전체 신입생을 대상으로 금연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학생들의 건강이 곧 대학의 질을 결정짓는다는 신념에서다. 지난해에도 같은 기간에 전문 강사를 초청해 금연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 외에 지난해 2학기에는 매주 화요일 경기 부천시 소사보건소와 함께 ‘담배연기 없는 클린캠퍼스 만들기’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소사보건소는 금연상담사와 전문 강사를 대학에 파견해 금연교육, 흡연학생 금연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했다.

이처럼 대학들은 건강한 캠퍼스 조성에 나서면서 몇 년 전부터 금연 캠페인 붐이 일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지난해 초 ‘건강캠퍼스 프로젝트'의 하나로 생활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학내 매점에서 담배를 팔지 않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자율규제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 학생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공식적으로 총학생회가 반대를 표시하기도 하는 등 금연을 둘러싼 문제로 진통을 겪기도 했다.

유경하 서울대 학생복지 담당자는 “규제안에 대한 학내 의견수렴 결과 자율공문을 보내는 것으로 완화돼 현재 담배판매 금지를 실질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는 생활협동조합 소속 매점 14곳, 위탁 매점 2곳을 운영 중이다. 담당자는 “담배판매 금지는 실현되지 못했지만 도서관 금연건물 지정은 매우 잘 지켜지고 있고, 건물 밖에서도 택시 승강장과 버스승강장 등을 금연 시범구역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2년엔 3480명, 2013년엔 5239명이 건강검진을 받는 등 구성원들의 건강을 꾸준히 점검하고 있다”며, “올해는 건강검진 기간을 지정하는 대신 예약제 시행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구성원들의 건강을 위해 학내에 체계적인 헬스 시설을 갖춘 대학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유한대학 스포츠센터의 모습. 대학 관계자는 “체력증진 공간으로 30여 종의 다양한 최신 스포츠기기와 개인별 락커룸, 샤워룸은 물론 있는 실내골프연습장과 탁구실도 갖춰진 복합 스포츠센터”라고 설명했다. (사진 유한대학 제공)
특히 학내 금연은 학생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영남대의 경우 지난 학기 한 건물(법정관)을 함께 사용하는 학과들이 힘을 모아 금연 및 청결캠페인을 펼쳤다. 매주 월·금요일은 단과대 학생회, 화요일은 행정학과, 수요일은 정치외교학과, 목요일은 지역 및 복지행정학과가 맡아, 정오부터 1시 30분 사이에 법정관 주변을 중심으로 10여명이 팀을 이뤄 캠퍼스를 돌며 캠페인을 벌였다. 행정학과 3학년 손준형(23)씨는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서로의 권리를 존중하고 배려하면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하대 총학생회의 경우 ‘인하 건전홍보대사 체인지(體人智)’를 운영하고 있다. ‘체인지’란 ‘인하의 건강을 지키는 지혜로운 사람들’이란 의미이다. 10개 팀 35명으로 구성된 1기는 지난해 5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10개 팀 36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2기는 10월 21일부터 12월 20일까지 활동했다. 이들은 건강한 대학 문화 정착을 목표로 △금연·건전음주 △에너지 절약 △쓰레기 △소음 등 대학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팀마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캠페인 활동을 수행했다. 체인지는 올해 초 개강과 동시에 학생을 선발해 활동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학내 스모킹 룸을 설치한 고려대·중앙대·동국대, 금연 장학금을 운영하고 있는 대덕대학·세명대·삼육대·백석대의 경우와 같이 다수 대학들이 금연문화 정착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금주문화 확산을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술 없는 캠퍼스, 술 없는 신입생 환영 문화’를 선언한 삼육보건대학, 김해시 보건소와 건강동아리 ‘가야 그린헬스 커뮤니티’를 통해 ‘술없는 체육제’ 등 구성원의 건강증진을 위해 나선 가야대, 보건복지부의 대학 절주동아리 운영 지원사업에 따라 절주동아리를 운영 중인 대구과학대학, 전주비전대학이 좋은 예다.

절주동아리 ‘웨이크업(Wake up)’을 이끌고 있는 대구과학대학 보건교육사과 박효석 학과장은 “총학생회와 함께 술 없는 MT, 축제 등 캠퍼스 내 올바른 음주문화 정착에 노력하겠다”며 “앞으로도 지역 곳곳에 건전음주문화가 조성되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홍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이 건강해야 인재' 성폭력 교육 실시·서포터즈 운영도= 신체건강뿐만이 아닌 정신건강을 위한 대학들의 노력도 다채롭다. 강동대학의 경우 ‘성희롱·성폭력이 없는 학교’를 위해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0일부터 22일까지 처음 열린 성폭력 예방교육에는 31개 학과의 4099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는 △성희롱의 유형(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사회통념상 인정) △구제절차(대학 내 상담소, 여성부, 사법기관, 개인적 대처) △성폭력 가해자,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 등이 담긴‘함께하는 대학, 행복한 시작’ 동영상 시청 등의 교육이 이뤄졌다. 강영욱 학생처장은 “대학 내 성희롱을 미연에 방지하고, 건전한 캠퍼스 문화 조성을 위해 해마다 전 재학생을 대상으로 예방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대학 첫 정신건강센터인 전북대 행복드림센터는 작년 10월 초, 학생 94명으로 구성된 ‘학생 행복드림 서포터즈’를 발대했다. 서포터즈는 1년 동안 학생들의 정신건강 이슈를 파악하고 조기에 위험신호를 발견해 센터와 연계하는 가교역할을 한다.

▲ 대구보건대학이 메세나의 일환으로 조성한 영·유아전용 ‘북쿵(BOOK을 울려라 쿵쿵쿵) 도서관’ (사진 대구보건대학 제공)
행복드림센터는 이 학생들에게 생명사랑과 중독,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기본 소양교육을 실시해 이들이 정신건강 전문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계획이다. 윤명숙 센터장은 “학생들의 정신건강 위험요소를 조기 발견하기 위해 서포터즈를 운영하게 됐다”며 “불안요소를 조기에 발견해 학생 누구나 행복한 대학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욕구 충족’으로 정신건강 증진= 활발한 문화 활동으로 대학의 이미지를 향상하고, 구성원들의 정신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대학도 있다.

대구보건대학은 지역 내에서 ‘메세나(기업들이 문화예술에 적극 지원함으로써 사회 공헌과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하는 활동)가 흐르는 대학’으로 이름 높다. 이는 남성희 총장이 부임한 2002년 5월부터 본격화됐다.

2004년 조각공원, 2005년 인당아트센터, 2008년 인당아트홀 등 각종 문화시설을 대학 내에 건립했다. 이와 함께 몽골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건국 800주년 기념 축하공연(2006), 세계보디페인팅페스티벌 아시아대회 최초 개최(2008), 국채보상운동기념관 국민성금을 위한 신춘음악회(2009), 영·유아전용 ‘북쿵(BOOK을 울려라 쿵쿵쿵)도서관’ 개관(2009) 등 굵직한 행사를 개최해 지역문화 발전에 이바지해왔다.

김기형 홍보팀장은 “지역에서 10년 이상 꾸준히 메세나 활동을 해오면서 얻은 점이 있다면 무엇보다 대학의 이미지가 높아지고, 브랜드 가치가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 내부 구성원들의 인성과 감성이 높아진 것은 물론, 이를 통해 학생들의 문화적 자존감과 자신감도 함께 높아졌다. 앞으로도 메세나에 대학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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