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석 (본지 논설위원/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올해 초에 발표된 정부의‘대학구조개혁 추진 기본계획’에 따른 후폭풍이 대학가를 강타하고 있다. 고등교육 관련 단체들은 저마다 세미나를 열고 입장을 정리해 앞으로 구조개혁에 대한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거나 제안하고 있다. 대학들은 향후 정원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사업과 구조개혁 평가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들 단체와 대학들은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정원감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구조개혁 계획에 대한 입장이 다르게 표출되고 있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구조개혁 정책의 방안을 찾는다는 것은 마치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인정하는 적절한 방도를 찾는 작업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구조개혁은 시대 상황적으로 필요하므로 반드시 해야 할 우리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대학구조개혁 계획은 2018년으로 추산되는 대학입학정원과 고교졸업자 수의 역전현상에 따른 급격한 고등교육 환경의 변화에 선제로 대응하기 위하여 정원을 감축하고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있다. 이를 통해 수도권과 지방대학들이 함께 발전해 나가는 건전한 고등교육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한다. 현 구조개혁 정책은 작년 9월에 발표된 박근혜 정부 고등교육정책의 대계인 ‘고등교육 종합발전 방안’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면서 전 정부의 정책 기조를 계승하면서 구조개혁을 특성화와 연계하여 정원감축 및 관련 제도의 개선, 대학평가체제의 개선, 사학의 퇴출경로 마련을 위한 법·제도의 정비 등을 내세우고 있다. 정책의 추진방식은 정부주도로 법·제도를 정비하여 정원감축과 이를 위한 평가의 근거를 마련하고 재정지원과 연계된 대학평가를 통해서 촉진한다는 것이다.

정책은 정부가 의도적으로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치의 권위적 배분 과정 혹은 민주적인 조성 기제이다. 따라서 정부가 정책을 권위적 배분 장치로 보느냐 아니면 민주적인 조성 기제로 보느냐에 따라 정책의 성격이 달라진다.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 정책을 전자로 보느냐 혹은 후자로 보느냐에 따라 정책 추진의 결과는 많이 다를 것으로 예상한다. 고등교육정책은 기본적으로 고등교육에 관한 정부와 대학 간의 소통장치이다. 대학은 기본적으로 고등교육정책의 수요자이면서 구조개혁의 대상인 당사자들이다. 그 때문에 구조개혁 정책은 소통을 통한 대학들의 호응과 협조가 그 어떤 정책보다 중요하다. 다행인 것은 교육부가 이번 구조개혁 계획의 전거인 ‘고등교육 종합발전 방안’을 성안하는 과정에서 민관 협력이 절차적으로 잘 이루어졌고, 구조개혁 계획을 최종 확정하기에 이르기까지 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구조개혁이 정부주도의 정책이 아니라 협업이 필요한 과제임을 인식시키려 노력해왔다는 점이다.

교육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권위적 성격, 하향적 추진방식이라는 국가중심성과 자율적 지성조직으로서 대학의 자기조정성 간의 인식 간극은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대학의 입장에서 교육부가 많이 다가왔지만 왠지 어색하고 숨겨져 있는 권력 본능(?)이 언제 어떤 식으로 발휘될지 모른다는 사서하는 걱정이 선뜻 소통의 장면에서 감지된다. 이 순간에 협치(governanace)의 카드를 꺼내면 시기상조일까? 사안별 협업을 넘어서 고등교육 전반의 협력적 동반자 관계로서의 다스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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