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초중고·국립대 전액지원하면서 유독 사립대만 학교가 절반 부담

전국 155개 사립대 보훈장학금 연간 350억원 교비로 충당해
대학들 "정부가 책임미뤄 교비로 돌려막기 방치" 비판 거세

[한국대학신문 최성욱·이재 기자] 최근 사립대 총장들이 그간 정부가 사립대에 전가해 온 국가유공자 등록금(보훈장학금)을 원칙대로 전액 보전해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 155개 사립대에서 이들에게 지원하는 장학금은 연간 350억원에 달한다. 사립대는 매년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법률(국가유공자법)에 의거해 해당 대학에 재학 중인 국가유공자 혹은 직계 자녀에게 등록금 절반을 보조하고 있다. 나머지 절반은 국가보훈처에서 지원해왔다.

하지만 사립대들은 정부의 반값등록금 정책과 정원 감축 등의 여파로 재정 여건이 악화되자 국가유공자 교육지원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회장 부구욱 영산대 총장, 사총협)는 전국 155개 회원교의 ‘보훈대상 학생 교육비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지원을 확대해 줄 것을 요구하는 입법청원과 헌법소원 등 지원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사총협 발전기획단이 전국 84개 사립대를 조사한 결과 재학 중인 국가유공자 1만671명의 교육지원비로 총 228억원을 사용했다. 350억원은 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71개 대학을 추가 산정한 액수다.

■광주·전남지역 대학들 “5·18 후손들 너무 많아 지원해주고 싶지만 부담 커” = 799명의 국가유공자가 재학 중인 조선대는 연간 14억원을 등록금이 포함된 교비로 지원하고 있다. 역시 광주·전남지역에 소재한 동신대도 232명의 국가유공자에게 4억원의 교비를 썼다. 광주대도 263명이 재학해 4억9000만원을 지출했다. 광주는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가 많은 지역이다.

사총협에 따르면 사립대는 대학당 평균 127명의 국가유공자가 재학 중이고, 이들의 교육을 위해 연간 2억7000여 만원을 쓰고 있다. 국가유공자와 그 자녀들은 국가유공자법(25조 1항)에 따라 4년 등록금 전액을 면제 받는다. 사립대의 경우 관할기관인 국가보훈처에서 등록금의 절반(50%)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교비로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을 위한 별도의 기금이 없어 재학생들이 낸 등록금의 일부를 떼어서 국가유공자들에게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조선대는 799명 분의 등록금이 걷히지 않는 셈이다. 경상지역 국립대의 한 장학사업 담당자도 “국가유공자들은 정원외 선발학생도 아니고, 군대에서 갑작스레 사고를 당해 신규로 등록되는 경우도 있다”며 “대학 입장에서는 이들에게 등록금을 ‘지원’해 주는 것이라서 그만큼 다른 학생들에게 돌아갈 (장학금)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유공자법 21조에는 ‘국가는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 또는 가족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지원을 실시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국가유공자에 대한 교육지원 주체를 ‘국가’로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간 정부는 국가유공자가 국공립대에 지원하면 입학금과 수업료 등을 모두 면제해줬다.

국공립대의 경우 등록금 면제 기준이 낮다. 학점이 4.5점 만점에 평점 1.5점 이상이면 등록금을 면제해준다. 국가유공자가 본인이면 졸업할 때까지 모든 학기를, 자녀들은 최대 8학기까지 전액 면제된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대는 이들의 등록금 부족분을 모두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국공립대는 1차적으로 세칙에 따라 등록금이 일부 면제된다. 국공립대 등록금이 사립대보다 싼 이유다. 국가유공자는 국가유공자법에 따라 추가적으로 남은 등록금이 모두 면제된다. 두 차례 감면을 통해 전액 면제가 되는 방식이다.

▲ 상위 10개 대학.(자료: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초중등교육기관 100% 면제해주면서 사립대만 예외= 반면 사립대는 세칙을 통한 면제가 없기 때문에 국가보훈처가 지원하는 일부금액만 면제된다. 사총협의 주장은 국가유공자의 교육지원 주체가 국가이므로 교비를 통해 지원해온 부분까지도 이제는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총협은 “국가가 부담할 비용을 사립대에 전가하고 있을뿐 아니라 국공립대와 사립대 간의 합리적 차별이라고 볼 수도 없다”며 원칙대로 정부가 지원을 늘리라는 입장이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법리적 검토를 했던 이시우 서울여대 교수(행정학)도 국가유공자에 대한 수업료 면제액은 국가보훈처에서 사립대에 전액(100%)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이 교수는 “국가의 책무인 국가유공자 교육지원의무를 사립대에 전가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사립대 혹은 사립대학 법인의 평등권과 사학의 자유에 반하는 것으로 위헌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립 초중고등학교에 대해서는 ‘교육재정결함보조금’을 통해 전액을 국고로 보전해주면서 사립대만 유독 절반만을 국고로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총협 발전기획단은 사립대 보훈 대상 학생들에 대한 정부의 교육비 지원을 늘려달라는 취지에서 △정부 입법 △의원 입법 △헌법소원 등을 준비하고 있다. 사총협에 자문을 했던 법무법인 바른은 “국가유공자법의 규정에 의해 사립대학들의 기본권이 직접적·현재적으로 침해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니 다른 구제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가유공자 교육비를 정부가 전액 보조하지 않는 현재의 상황이 정부의 ‘이중잣대’ 탓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 재정지원사업 선정 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구조개혁 정책에서 국공립대와 사립대가 동등하게 평가받는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사총협은 “정부가 국립대와 사립대의 재정수익구조에 대한 차이보다 똑같은 고등교육기관으로서 ‘동질성’에 초점을 둬야 추가 지원의 타당성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사립대 국가유공자 지원금제도는 합리적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사립대가 국가유공자 등록금 지원에까지 곤혹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것은 최근 잇따른 재정위기 탓이다. 이성우 사총협 발전기획단장은 “등록금 인상은 못하게 하면서 장학금은 늘리라는 정부의 정책이 수년째 병행돼 오면서 대학재정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어려워진 상태”라며 “현재 사립대의 재정구조에서 수억원 대에 달하는 국가유공자 지원금은 정서적으로 접근해서는 풀리지 않는, 대학에 무시할 수 없는 타격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