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등 사회이슈 따라 논문도 많이 읽혀
"인문학 고전, 내년에는 달라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지난 한해동안 학자들의 시선은 어디에 머물렀을까.

지난해에도 SNS는 각광받는 주제였다. 지난 3년간 꾸준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인 SNS는 국내 논문 데이터베이스 사이트인 'DBpia'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가 다운로드한 연구주제로 꼽혔다.

지속적인 관심에 따라 SNS 연구주제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이전까지 SNS 동향과 사용실태에 집중됐던 연구가 지난해는 ‘SNS 콘텐츠 감성이 사용자의 감정상태에 미치는 영향’ ‘커뮤니케이션 성향과 모바일 SNS애착이 SNS 상호작용과 이용 후 대인관계 변화에 미치는 영향 연구’ 등 커뮤니케이션과 이용자의 심리, 대인관계 등 상호작용으로 심화됐다. SNS 중독과 우울증, 공인의 SNS사용 행태 등이 반영된 결과다. 세간의 이목이 SNS의 정의에서 SNS의 사용으로 옮아가고 있다.

사물인터넷도 괄목할만한 증가를 보인 주제다. 'IoT(M2M) 기술 동향 및 발전 전망' ’사물인터넷 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IoT 서비스를 위한 보안' 등의 논문이 새롭게 인기를 끌었다. SNS와 달리 전망과 동향에 대한 분석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빅데이터도 학계의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SNS보다 많은 연구량과 이용자들의 관심이 몰렸던 빅데이터 분야는 2012년 이후 꾸준히 연구되는 분야다. 2012년 정의와 미래 예측 등 초기 전망과 동향에 집중했던 학자들의 초점은 2013년부터 플랫폼 기능으로 옮아갔고, 2014년에는 활용사례를 담은 연구들의 비중이 증가했다. DBpia의 이용자 통계에 따르면 ‘빅데이터의 분야별 활용사례’ ‘문화산업에서 빅데이터의 활용방안에 관한 연구’ 등이 2014년 한해 다운로드 100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사회적인 논란이 커진 현안에 대한 관심도 컸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각 언론사의 보도행태가 비난에 직면하면서 언론학의 한 분야인 ‘재난보도’가 높은 관심을 받았고, 故 노무현 대통령 비하사진과 각종 패륜범죄에 연루된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반대발언으로 많이 회자된 ‘동성애’ 등의 주제도 눈길을 끌었다.

인문학은 고전했다. 다양한 연구주제와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지만 전통적인 ‘문사철(문학·사학·철학)’은 여전히 외면받았다. 2004년부터 국내 본격도입된 기록관리·문헌정보 분야가 선전하는 가운데 우편향 교과서 논란으로 역사교육과 교과서 분야가 잠시 이목을 끌었지만 연구주제를 선점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위행복 인문학총연합회 대표회장(한양대 교수)은 “인문학 위기담론은 간접적인 방식의 이해와 관심보다 직접적인 제도적 안배가 절실하다. 특히 사회적인 수요가 많음에도 대학교육에서 지속적으로 외면받는 이유 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각기 다른 학풍(學風)을 가진 대학들은 지난 한해 어떤 연구에 관심이 많았을까.

DBpia의 이용자 통계에 따르면 서울대에서는 노태돈 국사학과 교수의 ‘7세기 전쟁의 성격을 둘러싼 논의’가 가장 많이 읽혔다. 노 교수는 국내 사학계의 거목으로 고대사 분야의 다양한 연구를 남긴 학자다. 그가 지난 2011년 발표한 7세기 전쟁의 성격을 둘러싼 논의는 고대 삼국시대의 통일전쟁을 조망하면서 신라통일론을 식민사학으로 바라보는 일부 시각에 대한 논단을 담았다. 서울대 한 대학원생은 “학문적 이견이 있더라도 노 교수 정도의 원로학자가 퇴임하는 마당에 그의 글을 다시금 읽어보며 의미를 되새기자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사회로 변신한 신과 행위자의 가면을 쓴 메시아의 전투’ ‘왜 고려 무인집권자는 새 왕조를 개창하지 않았는가?’ ‘원元의 ’부마국‘으로서의 고려국가의 성격’ ‘명청교체기 동북아 질서와 조선 지배층의 대응’ 등 인문사회학적 논문들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고려대는 법학으로 통했다. ‘단체 법리(團體 法理)의 再照明(재조명) : 종중재산(宗中財産)의 법적 성격(法的 性格)’이 가장 많이 읽혔다. 김제완 고려대 법과대학 교수가 쓴 이 논문은 2005년 대법원의 종중재산에 대한 판결을 분석한 논문이다. 대법원은 국내 종중에서 여성을 배제해온 관습법이 유효하지 않다는 판결을 내놨다. 김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종중재산의 법리와 사단과 재단의 문제, 교회나 사찰에서 신도의 법적 지위 등을 다방면으로 분석했다.

그밖에는 ‘상표의 사용개념에 대한 입법론적 고찰’ ‘하버마스의 테오리아와 프락시스 개념의 정치사상적 해석’ ‘잊혀질 권리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정보프라이버시’ ‘위헌적 헌법개정에 대한 위헌심사론’ ‘소프트웨어하자로 인한 손해의 제조물책임법리 적용여부’ 등 실용과 이론을 넘나드는 법학연구논문이 다양하게 연구되고 읽혔다.

‘연상고법(延商高法)’은 옛말이 됐지만 연세대에서 상경은 여전히 관심이 많은 주제였다. 연세대에서 가장 많이 읽힌 논문은 ‘기업의 혁신저항관리활동이 기술혁신활동과 혁신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차지했다. 그러나 그 밖의 순위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논문들이 관심을 받았다.

유럽산업혁명과 동아시아 ‘대분기’ 논쟁‘을 비롯해 ’안과 밖의 정치학(법·행정)‘ ’토픽 모델링을 이용한 신문 자료의 오피니언 마이닝에 대한 연구(인문)‘ ’‘존중’없는 사회의 대중문화, 그 욕망과 미망에 대한 단상(인문)‘ ’한국 대중문화의 아이돌(idol) 시스템 작동방식(사회)‘ 등이 많이 읽혔다.

‘일베’에 대한 관심도 눈에 띈다. 연세대에서 가장 많이 읽힌 논문 순위에서 ‘<일간베스트저장소>, 일베의 부상’ ‘일베와 여성 혐오’가 각각 4위와 6위를 기록했다. ‘일베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하여’ ‘한국 좌우파 투쟁의 흐름 속에서 ’일베‘를 바라보다’ 등 두 편의 논문이 각각 13위와 34위에 오르는 등 일베에 대한 관심이 컸다.

이밖에도 성균관대에서는 ‘학술논문에서 표절의 유형과 올바른 인용 방식에 대한 고찰’이 가장 많이 읽힌 논문으로 꼽혔다. 대학별로 보면 △중앙대 ‘김현구의 시세계 연구’ △부산대 ‘한국사회의 인종차별 : 외국인 노동자, 화교, 혼혈인’ △이화여대 ‘한국민족형성시기론’ △경희대 ‘통신위원회의 심결사례를 통해 본 과징금 부과요인 △한양대 ’전 고상 박막전지 기술 현황과 전망 △경북대 ‘방송저널리스트의 PD저널리즘 인식 연구’ 등이다. 부산대는 많이 읽힌 논문 2위와 3위에도 ‘외국인 노동자, 아직 미완성인 우리의 미래’ ‘소외집단에 대한 정보행태 연구의 방법론적 특성’이 올라 외국인 노동자 등 우리 사회 안의 이방인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