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만 뿌리는 정책 아쉬워'…'창업센터 질도 높여야'

 사업자 등록, 창업 성공 잣대 아냐… 지원 기관 가이드라인 개선 절실
“대기업의 벤처기업 기술복제 행위, 피해 부메랑처럼 기업에 돌아갈 것”
 국내기업 아직은 보여주기식 투자, 우수한 스타트업에 과감한 투자필요

*** ‘창업 코리아’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층 취업문제가 날로 커지면서 대안으로 대학생 등에 창업을 장려하며 예산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창조경제의 기반을 ‘창업’에서 다지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최대 월 10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창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17개 시·도 지자체마다 청년창업 지원사업이 활발하다. 정부지원도 이에 못지않다. 중기청이 청년 창업에 대한 직접적인 교육·지원을, 미래부는 해외창업 지원, 부처 간 창업정책 연계에 집중하고 있다. 대학도 발맞춰 창업 휴학, 창업 대체학점 인정제 등 ‘창업 친화적 학사제도’를 확대 운영하고 있다. 이 모든 지원책이 ‘청년 창업가’를 춤추게 할 수 있을까. 정부, 지자체, 기업의 이같은 지원이 ‘창업 코리아’를 현실화할 수 있을까. 청년 창업가부터 지자체 관계자, 창업을 지원하는 기업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창업 코리아’의 미래를 짚어본다.

[한국대학신문 신나리‧정윤희 기자] ‘청년 창업가’는 외롭다. 정부를 비롯해 지자체의 지원, 대학의 물심양면으로 ‘지원책’은 많아졌지만, 정작 ‘필요한 지원’이 부족한 탓이다. 자체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판로를 개척해야 하는 이들은 ‘기회의 폭’이 많아진 것을 다행으로 여기면서도 형식에 그치는 정책의 한계를 토로했다.

청년 창업가들은 지자체의 창업 멘토링이나 대학 내 창업센터의 역할이 ‘형식적’라고 지적했다. 지자체가 개설한 ‘창업 강의’ 경우 창업 경험이 없는 이가 와서 강의하는 경우도 있다. 박근혜정부 이후 늘어난 ‘창업 육성’에 지자체는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최근 2~3년간 급작스럽게 늘어난 정책이 질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식품 가공업과 관련한 창업을 한 김모(28)씨는 ‘질보다 형식에 그친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지자체에서 마련한 멘토에게 사업계획서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전문가의 조언을 원했지만 돌아온 답은 뜬구름 잡는 설명이었다. 김씨는 “해당 분야 전문가를 만나 사업에 관해 묻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전문가가 아닌 ‘컨설팅’ 전반에 관한 설명만 들을 수 있었다”며 “심지어 ‘창업 경험이 없는’ 창업전공 대학생들이 와서 강의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제적 지원만큼 실질적 지원에 대한 요구도 컸다. 조명과 관련한 제품개발에 나선 창업자 박모(25)씨는 기업과의 매칭, 창업자 보호정책, 세금 감면 등의 정책 지원에 갈증을 토로했다. 박 씨는 “창업을 한다고 했을 때 자본을 지원해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외국의 경우도 경제적 지원을 우선적으로 두는 경우는 드물다”며 “지원금만큼 중요한 정책이 많다. 기업과 매칭을 통해 판매 활로를 마련해주거나 세금 감면, 창업자 보호 정책을 만들어 실패에 대한 부담이나 세금에 대한 압박 없이 청년들이 창업에 매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 씨의 지적처럼 현재 창업 지원책은 ‘돈 푸는’ 것에 집중돼 있다. 정부부처나 지자체는 창업초기기업의 생산설비와 사업장 건축·매입자금을 지원하거나 지원금의 용도를 한정해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없게 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지원도 시제품 제작비용 300만~500만원 혹은 기술 개발을 위한 사용으로 사용처를 엄격히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창업센터에서 창업관련 세부적인 일을 도와주는 ‘창업 매니저’들의 태도도 청년 창업가의 실망을 자아냈다. 김 씨는 매니저에게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우리가 갑’이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그는 “센터 내 직원들 중에는 센터의 경제적 지원을 이유로 청년 창업가들을 ‘을’로 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창업관련 서류나 일 처리를 문의할 때 고압적인 태도를 많이 겪었다. 급한 일이 생겨 근무시간 외에 전화로 도움을 요청했더니 ‘당장 번호를 삭제하라’는 호통을 들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가정 청소용품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정모(27)씨도 비슷한 문제에 부딪혔다. 정 씨는 “(창업 매니저들이)계약직 직원이 대부분이다 보니 이들의 전문성과 책임감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있다. 관련 사업에 관한 조언이라기보다 사업 계획서를 쓰는 방식이나 형식에 대해 손봐주는 정도”라고 전했다.

창업센터의 계약직 직원 채용은 고질적 문제다. 대학 내 창업보육센터부터 지자체의 창업지원단은 대부분 ‘계약직’ 매니저를 뽑는다. 1년 계약직이나 시간제 계약직을 채용한 후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드물다. 결국 이들은 전문성을 쌓거나 책임감을 가질 시간도 없이 계약직의 신분으로 창업센터를 옮겨 다니게 된다. 청년 창업가들의 창업 초기부터 자금, 마케팅, 홍보 등 여러 과정을 함께 해야 할 매니저가 수시로 바뀌는 것은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도 곤혹스러운 문제다.

지원금을 받은 후 1년 안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도 청년 창업가를 움츠리게 만든다. 정부나 지자체는 1년 단위로 지원 사업에 대한 성과 보고서를 요구한다. 창업에 첫 발을 내딛는 청년이 1년 만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청년 창업가들은 결국 청년 창업 기업 숫자를 늘리는 식의 단기적 성과를 내는데 치우친다고 비판했다.

제품개발은 단기적 성과를 내기 어려운 대표적인 케이스다. 제조업 관련 기업을 창업한 이모(28) 씨는 개발보다 단기간 성과 창출의 난제때문에 밤을 새워 고민한다. 그는 “지자체와 대학 등의 지원을 받으며 1년 안에 성과를 내라는 은연중의 압력이 있었다. 제조업의 경우 1년이란 시간은 제품을 개발하기에는 매우 짧다. 서비스업과는 또 다른 분야다. 하지만 지자체, 대학 등에서는 재정지원에 대한 성과를 보고해야하다보니 창업한 학생들에게 이를 종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가시적인 성과에 대한 압박은 청년 사업가의 사업적 판단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교육분야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안모(27) 씨는 ‘성과’에 대한 압박이 ‘유혹’이 되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안 씨는 “성과를 따지다보면 이익내는 곳에 우선하게 된다”며 “성과에 집착하다 보면 청년 기업가의 도전정신이 퇴색되기 쉽다. 기존 기업의 좋지 않은 경영관리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단기 성과보다 청년 창업가의 도전과 모험, 초심을 유지시키도록 장기적 지원을 하고 성과도 장기적 차원에서 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정책방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인터뷰]여수아 전국대학생창업동아리연합회장 "청년 창업가 자립할 시간과 꾸준한 지원책 필요"

“기업가 정신과 창업가 정신이라는 것은 내가 내 자신의 주인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내가 하고 싶을 일을 하고 살아야 행복하고, 그 행복이 내 주변과 국가를 행복하게 하는 일인 거지요.”

창업에 관심 있는 대학생 4000여명을 이끌고 있는 전국대학생창업동아리연합회 여수아 회장은 ‘창업가 정신’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전국대학생창업동아리연합회(NEST)는 창업진흥원, 중소기업 진흥공단 산하의 전국 최대 규모의 대학생 창업동아리 연합조직이다.

KAIST 물리학과에 재학중이며, 무료로 교육 동영상을 제공하는 소셜벤처기업 '촉' 대표이기도 한 여 회장에게 ‘청년 창업’ 정책과 ‘창업 코리아’를 위한 방안을 들어봤다.

-'청년 창업'이 활발해지려면 대학의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나.

“대학은 재학 중인 학생이 졸업해 사회에 잘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을 이어주는 동문회가 있듯이 대학 내 창업동아리도 선후배간의 연계를 통해서 꾸준히 연속성을 가져가야 한다. 졸업과 동시에 지원을 뚝 끊기 보다는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자립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정부 역시 ‘창업 코리아’를 외치며 지원을 넓히고 있다.  창업지원에 대한 부처 간 중첩현상이 일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여러 부처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창업을 지원하는 제도가 생기는 것은 그만큼 창업이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 중요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본다. 다만, 각종 지원책을 잘 정리해 창업한 기업의 후속지원책 즉, 죽음의 계곡에 놓여 있는 기업들을 위한 지원책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투자 문화가 성숙하지 못했고 활발하지도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정부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키운다고 했다. 실리콘밸리와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시스템적으로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투자 문화가 성숙하지 못하다보니 문제가 많다. 투자자들은 냉철하다기 보다는 고압적인 자세를 많이 취하고 있다. 그리고 심지어 투자도 잘 하지 않는다. 유명한 투자회사나 투자단체 경우도 불합리한 지분구조로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부 투자자들의 잘못된 행동들은 개인의 성격문제라기 보다는 제도에 문제때문에 나타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각종 벤처 규제를 없애고 자금회수시장을 활성화 하면 된다.”

-창업동아리 학생들에게 지자체에서  지원 후 ‘1년’ 내로 사업자등록을 해야 창업 ‘성공’으로 본다는 불만이 있다.

“사업자등록이 창업의 성공을 대변하지 않는다. 사업자등록 자체는 지원한 기관의 실적으로 잡히기 때문에 창업자를 위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 사업자등록 자체가 실적으로 잡히게 하는 가이드라인이 변해야 한다. 실적이 사업자등록이 아니라 실질적인 창업기업의 성공 요소들로 바뀐다면 지자체가 더 현실적인 지원을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창조경제를 표방하는 국가정책상 이제 ‘청년스타트업’은 국가의 중대한 경제발전의 한 축이 됐다.

“아직 실질적으로 ‘투자’의욕을 보이는 국내 기업을 본 적이 없다. 대부분 정부에 등 떠밀려 지원하거나 회사의 이미지 개선 또는 사회 여론을 의식한 사회 공헌 차원에서의 보여주기식 투자가 대부분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해외 대기업들의 M&A사례를 적극 본받아야 한다. 잘하는 중소기업, 잘하는 스타트업이 있으면 과감하게 투자가 필요하다. 벤처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아이디어나 기술을 단순 복제해 가는 식의 기존 기업들의 행태는 국내 대기업 생태계에 부메랑처럼 그 피해가 돌아갈 것이다. 벤처 생태계를 망치는 일은 그만해야한다. 국가의 도움으로 대기업을 이루었으니 이제 국가를 위해서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그 방법이 바로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중소 벤처기업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