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 박사과정생 등 근로자 인정 안돼 어린이집 입소 혜택도 제외

여성 연구 인력에 정책배려 부족 ... "육아 지원시설 확대 시급"

[한국대학신문 차현아 기자] 대학의 여성 연구 인력이 정부와 대학의 정책 배려 부족으로 교육활동과 연구 등에서 자연히 소외될 수 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시간강사와 박사과정 수료생 등은 육아와 연구를 병행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때론 둘 중 선택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아이를 맡길 학내 어린이집은 기대하기 어렵다. 시간강사들은 대학으로부터 재직증명서도 발급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 순위에서 맞벌이로 인정받지도 못한다.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위해서 기혼 여성들이 육아와 연구 활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대학과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방 거점 국립대학 등 일부 대학에서는 시간강사에게 재직증명서와 원천징수 영수증을 발급해주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부분의 학교 측에서 발급해주는 강의 경력증명서와 강사계약서에는 강의 시간만 명시돼있다. 이 때문에 주 40시간 이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국공립대 입소 1순위인 맞벌이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예술계열 전공 박사과정 수료생인 한 지방 국립대 시간강사는 “내가 발급받은 계약서에는 주당 8시간 강의라고만 명시돼 있었다. 강의 제반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은 근로에 해당되지 않는다. 한 시간 강의를 위해 3~4시간 준비를 하는데 근로로 인정되지도 않고 맞벌이에 해당도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특히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는 맞벌이 부부, 기초생활 수급자, 장애부모의 자녀, 다자녀 가구 등 1순위 항목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면 입소조차 기대하기 어려울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제식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전국 4702개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 경쟁률은 평균 47대 1에 달한다. 민간 어린이집의 경우 경쟁률은 조금 낮은 편으로, 6.2대 1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민간 어린이집에 비해 맞벌이 가정에 대해 배려를 해주는 분위기라는 이유로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추세다.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연구자들은 학생과 근로자 사이에 놓인 애매한 신분 때문에 육아와 연구를 병행하는 일이 더 큰 난제다. 박사과정 연구자들은 하루종일 연구에 매진하면서도 근로자로 재직증명을 받기 어렵다. 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연구소에 임시로 소속되는 경우에는 재직증명을 받기도 한다.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는 연구를 진행하거나 학내 조교로 근무하는 경우도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연구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는 다시 재직증명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인다.

최정선 서울대 도시계획전공 박사과정 수료생은 “연구생들의 경우 출산과 육아 후 연구경력이 단절되기 때문에 학교로 복귀해도 바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강사 자리를 얻기 어렵다. 이 때 맞벌이도 인정받지 못하면 어린이집 입소도 불가능해진다”고 토로했다.

대학 차원에서 학내 어린이집 확충을 위한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대의 경우 두 군데의 학내 어린이집이 마련돼있다. 특히 전체 정원 420명 중에 55%의 인원을 학생 자녀에게 배정한다. 이와 같은 학교 차원의 노력은 다른 대학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학 차원의 노력을 넘어서 정책 차원에서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과 ‘영유아보육법령’에 따르면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이거나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학의 경우 대체로 근무하고 있는 교수와 강사, 연구자 등을 포함하면 상시근로자가 500명이 훌쩍 넘는다. 그러나 대학에는 시간강사와 박사과정 연구자 등 근로자라는 테두리에 벗어나는 이들 때문에 법 적용을 피할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 사실상 학내 어린이집 개설이나 확대 등을 강제할 법적 근거는 되지 못하는 셈이다.

이나영 중앙대 교수(사회학과)는 “아이들을 잘 길러낼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대학 차원에서는 학문후속세대를 양성하는 기관으로서 구성원들이 마음놓고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