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문인들 교류 다짐

[일본 후쿠오카= 한국대학신문 송보배 기자]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
8일 오전 윤동주 시인이 눈을 감은 후쿠오카형무소(현 후쿠오카구치소 지소) 인근 니시모모치공원에서 윤동주의 ‘쉽게 쓰여진 시’가 울려 퍼졌다. 이날 아침 첫 비행기로 후쿠오카에 도착한 강순자 시인은 목이 메어 쉽게 시를 읽어나가지 못했다. 공원에 모인 일본인 몇 명이 촉촉해진 눈가를 훑었다.
이날 19명의 한국 문인‧교수들은 후쿠오카에서 윤동주 타계 70주기를 맞아 추모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일본 시민모임인 ‘후쿠오카 윤동주 시를 읽는 모임’이 함께 했다. 이들은 공원에서 시인의 영정에 헌화하고 대표 시들을 낭송했다.

일본 ‘후쿠오카 윤동주 시를 읽는 모임’의 코가미에(古賀) 씨는 “윤동주 시인의 ‘슬픈족속’을 통해 한국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온 김혜자 씨는 ‘서시’를 읊은 후 “(후쿠오카에 찾아 추모식을 하는 것이) 나의 버킷리스트였는데 오늘 오게 됐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미국 동북부에 거주하는 김 씨는 추모식 참여를 위해 75세 나이에 비행기를 3번 갈아타고 8일 아침 후쿠오카에 당도했다.

오후에는 큐슈(九州)대학에서 △(주)후쿠오카대한민국총영사 △한국민단장 △김우종 본지 전 주필의 축사를 시작으로 간담회와 강연이 진행됐다.
박진웅 총영사는 “최근 한일관계가 어려운 관계에 놓여 있지만 오늘처럼 한일이 함께 좋아하는 시인을 돌이켜보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며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인만큼 시민 분들의 풀뿌리 교류도 활성화되길 기대한다”며 한일교류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
김우종 본지 전 주필은 “윤동주 시인이 이곳 감옥에서 죽은 지 70년이 흘렀지만 지난 20년 간 그의 영혼은 외롭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의 핏자국이 남겨진 자리에 와서 울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에 대한 사랑의 시계바늘은 20년간 한 번도 멈춘 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본지 주최로 후쿠오카에서 첫 추모식이 열린 20년의 의미를 상기했다.
김 전 주필은 또한 “20년 전 제가 50명의 추모인단을 이끌고 이곳에 왔을 당시 행사장 단상에서 니시오카 겐지(西岡健治) 교수는 ‘일본이 윤동주를 죽였다’고 크게 외쳤다. 위령제가 끝난 후 내 손을 꼭 잡고 ‘한일 간 진정한 우정의 길을 닦아나가자’고 말했다”며 “그것은 역사의 반성이었고 그 열기는 아직도 식지 않았다. 오늘도 저는 그 손을 잡았고 앞으로도 그 손을 잡고 나갈 것”이라며 역사의 진실을 밝혀나가기 위한 한일 간 교류를 다짐했다.

한편 윤동주 시인의 조카인 윤인석 성균관대 교수(건축과)의 강연도 2시간 여 진행됐다. 윤 교수의 강연에는 한‧일 관계자 200여 명이 강연장을 가득 메워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윤 교수는 유족을 대표해 ‘큰아버지 윤동주, 그리고 그를 사랑한 사람들’을 주제로 시인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윤 교수는 특히 강연 마지막에 최근 IS에 희생당한 일본인 기자 고토 겐지의 사진을 띄워 시선을 모았다. 사진이 화면에 올라가는 순간 강연장은 쥐 죽은 듯 침묵만 흘렀다. 곧 통역사를 비롯해 몇몇 일본인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윤 교수도 어렵게 말을 이었다. 윤 교수는 “시인이 그렇게 갈망하고 원했던 평화와 사랑 그 정신이 계속 이어지고, 이분들이 당했던 그런 고통이 우리 주변에 다시 반복되지 않길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