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문부과학성이 지난 7월 '대학의 구조개혁 방침'의 일환으로 발표한 '톱 30 대학 육성 방침"이 평가방법이나 재원 조달, 탈 평준화에 따른 부작용 등을 놓고 일본 대학가가 다양한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 다음은 본지가 산깨이, 요미우리, 일간공업신문 등 일본내 일간지가 보도한 관련 기사들을 한국과학재단 동경사무소에서 정리한 원문을 바탕으로 일본내 대학가 반응을 간추린 것이다. <편집자>
-.일본 대학가 고이즈미 내각 '구조 개혁' 진통
-.탈 '평준화', 평가 방법, 재원 조달 놓고 논란
고이즈미 내각의 구조개혁에서 촉발된 일본 문부성의 '톱 30 대학 육성 방침"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일본에는 국공사립 모두 합쳐 6백70개의 4년제 대학이 있으나 이중 30개교라면 전체의 5%도 되지 않는다.
대학가에서는 '5% 미만의 대학에 중점투자를 해서 세계 최고수준으로 육성코자 한다는 것인가', '누가 어떤 방법으로 평가할 것인가', '선정에서 탈락된 95%이상의 대학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하는 등의 문제를 놓고 관계자들이 여러 가지 생각에 휩싸여 있다.
그러나 문부과학성은 대학 단위가 아니고 대학원의 연구과 등 전문분야 마다에 '톱30'을 선정할 방침이다. 이과계와 문과계를 가리지 않고 일정기간을 두고 평가를 다시 실시하는 '교체제'도 검토되고 있다.
일본 대학이 지금까지 받아온 최대의 평가는 입시의 점수차 순위였다. 그렇지만 수험생은 연구 수준을 정확히 파악해 지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과학연구비 제도도 있지만, 연구과제의 중요성이 최대의 평가요소가 될 것이다.
미국의 과학정보회사 'ISI'가 지난 7월 17일 논문의 인용회수가 많은 세계의 대학 및 연구소를 분야별로 발표한 결과 일본에서는 도호꾸대학이 재료과학에서 세계 최고였고, 물리학에서 도쿄대학이 2위, 화학에서 교토대학이 2위, 도쿄대학이 3위 등이었다. 그렇지만 현재 일본의 대학 전체를 망라하는 공식적인 평가제도는 없다.
어느 대학의 연구기반 정비에 힘을 쏟을 것인가.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대학과 문부과학성 사이에 암묵적인 이해로 결정된다'고 알려져 오기도 했다.
연구평가의 시스템이 가장 잘 정비되어 있는 곳은 영국이다.
영국은 대처정권 시절에 제도가 갖춰져 69개의 전문분야로 나뉘어 있으며, 각 대학은 분야별로 '활발히 연구에 종사하고 있는 연구자'(Research Active Staff: RAS)를 선정하여 정부의 외곽기관인 평의회에 평가를 신청한다.
평의회에서는 전문가들이 연구업적을 심사하여 '세계적으로 탁월한 수준에 이르러 있다'에서부터 '영국 내에서 탁월한 수준이 못 된다'까지 7단계로 평정을 한다. 상위 5단계의 평가를 받은 RAS의 수와 평가순위에 따라 대학에 연구보조금이 지급된다.
보조금의 사용방법은 대학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각 대학은 RAS의 육성과 우수교수 영입에 노력하게 된다. 보조금으로 우수한 연구자를 받아들이고 시설을 정비하게 되면 기업 등으로부터 연구위탁을 더 잘 받을 수 있고 차기의 RAS 심사도 유리하게 된다.
"부유한 자는 점점 더 부유하게 되고 가난한 자는 점점 더 가난하게 된다."
영국의 제도는 경쟁원리의 상징으로서 그렇게 말해지기도 한다. 학생 교육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등의 문제도 있지만, 교육만은 확실히 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가 연구평가에 관여하는데 대해 학문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저항감이 있었다', 항아리 속에 틀어박혀 있는 형태의 연구조직인 탓에 외부로부터 평가를 받는 일에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일본의 평가시스템이 완비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 대학 관계자들로부터는 여러 가지 의견이 들려오고 있다.
'최고 30 대학' 선정이 구상대로 실시되면 대학의 운영은 크게 바뀐다. 국·공 사립대학들 사이의 담이 낮아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중요한 점이 논의되고 있지 않다. 바로 재원 문제이다.
고등교육 예산의 대폭적인 증액은 기대할 수 없다. 전체 금액은 지금 수준인 채 예산획득을 위해 각 대학이 경쟁하는 식이 될 것인가. 그것이 연구중시, 교육중심 등 대학의 특색 만들기를 촉진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쪽도 생기게 될 것이다.
과제는 있다. 그러나 안이한 평등주의로부터의 탈각은 이번의 문과성 '방침'의 시행을 기다릴 것도 없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한국과학재단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