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시장 이대로 좋은가 (중)역차별 논란

[한국대학신문 이우희·손현경 기자]외국인 유학생들이 국립대로 대거 몰려가는 현상을 두고 대학가에 논란이 뜨겁다. 학령인구의 감소 속에 상당수 지방 사립대학들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문제는 어렵게 데려와도 이들 유학생들이 썰물처럼 국립대나 서울 소재 대학으로 떠나버린다는 것이다. 지방 사립대들은 외국인 유학생과 내국인을 차별하지 않는 국립대 등록금 정책에 불만을 제기한다. 사실상 사립대와 국립대의 유학생 유치 경쟁은 사립대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불공정 게임이라는 지적이다. 외국의 사례를 고려할 때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똑같은 등록금 인하 혜택을 주는 것은 '내국인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친한파를 육성하고 교육 한류를 일으키기 위해 외국인에 대한 차별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높다.

▲ 국고로 운영하는 국립대학이 외국인에게 동등한 혜택을 주는 것은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미국 주립대학들은 외국인 유학생에게 자국민의 최대 5배에 달하는 차별적 등록금을 부과한다. 지역 모 대학 외국인 유학생들이 조별학습을 하고 있다.

■유학생 유치, 발로 뛰는 사립대 = 사립대학 국제처 직원들은 방학이 더 바쁘다. 외국인 유학생을 한 명이라도 더 데려오기 위해 해외 대학과 고교를 누벼야 하기 때문이다. 출장지는 중국과 미국, 베트남, 몽골 등 전세계를 망라한다.

고생한 보람은 오래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 유학생 상당수가 한 학기나 일년 정도 지나 지방 거점국립대와 서울 소재 대학 등으로 몰려가기 때문이다. 어학과정만 마치고 타 대학에 입학하는 경우는 물론, 학부 편입이나 타 대학 대학원 진학도 흔하다. 흐름은 주로 지방에서 서울로, 사립대에서 국립대로 이동하는 양상을 띤다.

한 지방사립대 국제교류처 직원 A씨는 국립대의 땅 짚고 헤엄치기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국립대는 등록금이 일반 사립대의 반값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어교육만 처음 들어온 지방 사립대학에서 하고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실정"이라며 "우리 대학은 500~600명이 한국어교육원을 수료하고 우리대학을 오는 게 아니라 국립대로 간다"고 탄식했다.

A씨는 "국립대는 결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대학인데, 그 혜택이 모두 국민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외국인에게까지 돌아가는 것은 문제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주립대학의 경우 해당 주의 내지인과 외지인에 차별을 둔다. 특별히 고교 성적이 좋아 장학혜택을 받아 입학하는 것이 아니라면 외국인은 해당 주민들에 비해 비싼 학비를 감수해야 한다. 미국의 해당 주민들은 등록금을 낼 때 In-state Fee를 적용 받지만 보통 외국인 유학생들은 이들보다 3~5배 비싼 Out-of-state Fee를 적용받는다. 미국은 외국인에게 비싼 등록금을 받아 국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돌리는 시스템이 정착돼 있는 것이다.

A씨는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 국립대는 외국인에 지나친 혜택을 준다"면서 "덕분에 거점국립대는 국제처가 해외 유학생 유치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데도 외국인 유학생이 넘쳐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유학생 인증관리를 전담하는 교육부 대학평가과 이보람 주무관은 "국립대로 몰리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교육부가 나서서 이를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힘들다"면서 "이는 외국인 유학생들 개인의 학습선택권에 관한 문제"라고 밝혔다. 다만 "외국인 유학생 인증시에 국립대와 사립대의 다른 여건을 감안해서 평가하거나 지방대학특성화(CK) 사업 등으로 지방 사립대에 맞춤형 지원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외국인 유학생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국립대와 사립대가 같은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내·외국인 간에 등록금 차별이 없는데다 각 대학은 국제화 점수를 높이기 위해 자체 외국인 장학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과적은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적은 등록금을 내는 경우가 상당하다. 교육부는 외국인 1인당 평균 납입 등록금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실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면 공개하지 않았다.

▲ 대학 관계자들은 외국인 유학생들을 장기적 인재양성의 차원으로 보고 있다. 모 지역대학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은 미래 인적자원···차별은 안 돼 = 장기적으로 외국인 유학생에 혜택을 주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원광대 국제교류과 조현우 과장은 "인도네시아를 가보면 정치와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80% 이상이라고 할 정도로 막강하다"면서 "식민지 시대를 거쳐 일본에서 공부한 국비 유학생들이 활약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조 과장은 "우리도 유학생을 단순히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해서 혈세를 낭비한다는 관점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인재양성의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에서 장기적인 미래 투자로 보고 더 많은 유학생을 데려와야 한다. 사람이 재산이고 모든 문제는 사람이 푼다. 이 같은 토대 위에서 국립대와 사립대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유학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방 사립대의 유학생 유출을 막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는 대학가의 의견이 분분하다. CK사업 등을 통한 정부 지원에 대해 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선문대 노상근 글로벌지원팀장은 " CK 사업 중에 지역선도대학 육성사업은 우수유학생 유치 및 관리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사업의 일환으로 최근 충남대와 건양대 우송대 등 대전충남권 대학이 같이 중국 유학생을 위한 해외 연수를 같이 했고, 성과가 좋았다"고 평가했다.

무차별적인 외국인 유학생 유치보다는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 팀장은 "언어능력이 부족한 유학생들은 제대로 공부를 못하고 결국 '반한 유학생'이 돼 대학을 졸업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외국인도 전염되는 특유의 인서울·대학서열 문화 = 외국인 유학생들의 서울 소재 대학 쏠림도 심각하다.

세명대 김계수 대외협력처장은 "국내 입시하고 똑같다. 기본적으로 신촌과 홍대 등 대학문화가 발달하고 각종 문화 인프라가 밀집한 서울 인근을 선호한다. 지방대 외국인들도 주말이면 서울에 놀러 간다"고 전했다.

대학 인지도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다. 원광대 조 과장은 "역지사지로 이해하면 된다. 우리나라 대학 특성화라든가 대학순위가 외국인 유학생들 사이에도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이나 우리나라 같이 고등교육법에 의해서 제도가 시대적인 흐름을 제약하는 것은 문제다. 세상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제도를 통해서 질서를 잡고 자율권을 주지 않으니 대학이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해 무한경쟁을 통해 살아남도록 해야 외국인도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특유의 대학서열을 깨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유학생 지원관련 지역균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세명대 김 처장은 "외국인의 선택권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교육부는 큰 틀에서 서울이 됐든 지방이 됐든 유학생을 많이 데려오기만 하면 되는거지 '지역균형'은 안중에 없다"고 꼬집었다.

김 처장은 또 "국립대가 많은 해택을 누리는 게 사실이고 공무원이기 때문에 변화에도 둔감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대학의 위기는 벚꽃피는 순서대로 밑에서부터 올라온다라는 표현도 있듯이 지방 사립대학이 위기에 더 민감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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