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40개 달해···전체 최고위과정 시장은 위축 양상

[한국대학신문 이우희·이재익 기자]경기 침체로 대학 최고위과정 폐강이 속출하는 가운데 서울대는 여전히 40개에 달하는 과정을 운영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과정은 수강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내 최고 대학이라는 '간판'은 막강한 셈이다. 이른바 명문대학이 동문 자격을 주고 발전기금을 유치하는 간판장사가 도를 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고위과정 남발하는 '서·연·고' = 서울대가 지난해 운영한 최고위과정은 행정대학원 국가정책과정(1971년 개설)과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1976)을 비롯해 모두 40개에 달했다. 공대가 6개, 경영대가 5개, 법대와 생활과학대 각 3개를 운영한 것을 비롯해 미술관과 중앙도서관도 별도 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지난해에 새로 개설한 과정만 해도 경영대학 CFO전략과정, 경영대학 최고감사인과정, 경영대학 최고인사담당임원과정, 국제대학원 글로벌차이나최고위과정 등 4개에 달했다. 다만 새로 개설한 만큼 폐강한 과정도 많다. 서울대는 전체의 30%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과정은 수강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과대학 장수사회선도최고전략과정(2007), 공과대학 미래안보·전략기술최고위과정(2013) 등 이름만으로는 무엇을 가르치고 배우는지 선뜻 알기 어려운 과정들도 눈에 띈다.

연세대와 고려대도 평생교육원 과정을 포함해 각각 28개, 16개에 이르는 과정을 운영 중이다. 일부 폐강된 과정도 있지만 매년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기 어렵다. 최고위 과정은 비정규 과정이기 때문에 대학이 정확한 집계를 하지 않는다. 두 대학의 최고위 과정은 홈페이지에 공개된 숫자를 파악한 것이다.

연세대는 신촌과 송도, 원주, 강남 등지에서 수 많은 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었다. 굿모닝CEO포럼처럼 학교 캠퍼스가 아닌 강남에서 진행하는 과정도 있으며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프랜차이즈CEO과정은 '최고위' 과정이라 부르기 무색할 정도로 지원 자격이 일반적이었다.연세대 평생교육원의 세브란스메디컬아카데미 13주 과정은 수업료가 1000만원에 달한다.

고려대도 전통의 경영전문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외에도 평생교육원에서 명강사최고위과정, 서예문인화 최고과정, 약물중독재활상담전문가최고위과정, 온라인마케팅최고경영자과정, 우주촌명품최고경영자과정 등 지원 자격이 무의미한 과정을 상당수 운영하고 있다.

■전국 최고위과정 간판장사 실태파악 '불가' = 전국 대학에 개설된 최고위과정의 정확한 숫자는 파악이 불가능하다. 전수조사를 한다고 해도 큰 의미가 없다. 금방 생겼다가 없어지는 과정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모 최고위과정 사무국 관계자는 "대학과 민간을 합쳐 2000년대 초반에는 약 2500개에 달하는 최고위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당시에는 웬만한 전국 대학마다 10여개씩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지금은 500개 수준으로 정리되는 상황에 있다고 본다"며 "서울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 최고위 과정은 '아무나' 받으면서도 원생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귀띔했다. 

최고위 과정의 위축은 지원자의 특성상 경기 상황에 민감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세계경제위기를 기점으로 최고위과정이 급속히 줄어들기 시작했다"면서 "경제가 어려우면 회사를 돌봐야지 학교 다닐 시간이 없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최고위과정을 대학만 하는 것도 아니다. 각종 기관이나, 민간연구소, 싱크탱크, 언론사들이 자체적으로 최고위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기도 한다. 전·현직 총리나 장관, 검찰총장 등 전직 권력기관장들은 물론 성공한 스포츠스타들도 자신의 권력과 유명세를 내세워 최고위 과정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들은 오래가지 못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주로 정권에 줄을 대거나 인맥을 쌓으려는 사람들이 이런 과정에 등록한다"면서 "다만 전관예우의 지속 기간이 통상 1~2년에 불과하므로 대부분 1~2기만 하고 사라진다고 보면 된다. 그야말로 권불십년 아닌가"라고 평가절하했다.

■명예와 돈을 맞바꾸는 불편한 거래 = 서울대는 어떻게 40개에 달하는 최고위과정을 운영할 수 있을까. 고위급 인사와 서울대간의 윈-윈이 서로 통했기 때문이다. 성공한 인사는 서울대라는 국내 최고 타이틀을  필요로 했고  서울대는 그들로부터 발전기금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부생들이 사회에 나가 각 분야에서 지도자급 인사로 성장해 모교에 기여하려면 20~30년은 걸린다고 봐야 한다"면서 "반면 최고위과정 동문은 과정에 등록하면서 당장 학교에 기여가 가능한 인사들"이라고 설명했다. 최고위과정 동문들이 장학금이나 건축기부, 연구기자재 등의 형식으로 발전기금을 내면 그 혜택이 학부생들에게 돌아간다는 논리다.

최근들어 최고위과정 동문과 학부 동문에 대한 차별이 줄어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대한의 동문으로서의 예우를 제공해 더 많은 발전기금과 우호적인 관계를 이끌어내겠다는 대학들의 전략이다.

서울대 최고위 과정들은 대부분 수강생 특전으로 서울대 총동창회 동문 및 회원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기수별 동문회를 조직하고, 지속적인 교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서울대 발전기금을 모으는 창구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상당수가 기수별로 발전기금을 모금해 내고 나아가 개인단위로 거액기부를 하는 경우도 흔하다.

수업료도 상당하다. 지난 2013년 박혜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서울대 개설한 대학 공개강좌는 42개로 강좌당 평균 수업료는 426만원에 달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관계자는 "대학 최고위과정은 이익을 남기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 학교가 가진 전문 지식을 사회에 공유하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수강생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인맥과 노하우를 배워가므로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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