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시장 이대로 좋은가(하)각자 뛰는 대학

교육부 운영 외국인유학생 포털은 기본적인 업데이트부터 부실
대학간에 해외 현지 '네트워크' 쟁탈전 벌이며 비방·음해 난무

[한국대학신문 이우희·손현경 기자]2023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2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교육부의 큰소리가 구호에 불과하다는 증거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한국 유학에 관심을 가진 외국인들에게 첫 정보를 제공하는 정부 운영 사이트는 업데이트조차 제대로 되지 있지 않다. 정부가 주도하는 유학생박람회는 서울과 국립대만 선호하는 외국인들의 편견을 바로잡는데는 전혀 관심이 없다. 정부주도 행사에서의 들러리 역할에 지친 지방 사립대학들은 각자 자체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면서 모두가 손해보는 과당경쟁이 고착화되고 있다.

■유학생 20만명 유치하겠다는 교육부, '스터디인코리아' 부실운영 = "유학생 유치·관리 능력을 인증받은 대학 대부분이 누락돼 있는 유학정보 사이트를 누가 이용하겠나"

인터넷은 한국 유학에 관심을 가진 외국인들이 가장 손쉽게 접근해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방법이다. 구글에서 'Study Korea'를 검색하면 만나게 되는 사이트가 바로 '스터디인코리아(www.studyinkorea.go.kr)'라는 유학정보 포털이다. 스터디인코리아는 교육부 소속기관인 국립국제교육원이 운영하는 한국유학종합시스템이다. 이 곳에는 한국의 대학에 관한 간단한 소개부터 구체적인 유학 방법과 수속 절차에 관한 정보가 정리돼 있다.우리나라 정부가 직접 운영한다고 소개돼 있어 외국인들은 이 곳의 정보를 신뢰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다수의 지방대학 국제처 관계자가 '스터디인코리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지방대학 관계자는 "사이트에는 '인증대학' 카테고리가 있는데 실제 인증을 받은 대부분의 대학들이 빠져있다"면서 "2~3년 전에 인증을 받은 대학들 중에서도 일부만 소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도 "유학생 인증대학 업데이트가 잘 안 돼 있다"면서 "가뜩이나 외국인 유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는데, 교육부가 운영하는 스터디인코리아까지 오히려 앞장서서 수도권과 특히 서울을 신경써서 홍보하고 서비스하는 느낌이 든다"고 호소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역량 인증제'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국제적 신뢰도와 경쟁력을 높이고 유학생 관리의 모범적 기준을 제시해 유학생 질 관리를 제도화하기 위해 2011년에 최초로 도입됐다. 불법체류율과 중도탈락률, 유학생 언어능력 등 지표심사와 현장평가 등을 거쳐 정부 '인증'을 부여한다. 하위 평가를 받으면 비자발급을 제한하기도 한다. 인증 결과는 국내외 정부에 공개해 외국인 유학생들이 국내 대학 선택 시 공신력 있는 정보로 활용하도록 돕고 있다.

그러나 지난 18일까지 스터디인코리아 '인증대학(Certified Schools)' 카테고리에 사진과 함께 소개된 곳은 27개교에 불과했다. 4년제 일반대학은 23개교, 전문대학이 4개교였으며 이들 대학은 한 데 섞여 나열됐다. 2014년까지 인증을 받은 대학은 83개교다. 최근 교육부는 2015년 신규 인증대학 평가결과도 각 대학에 통보한 상태다.

또 인증대학으로 소개된 4년제 대학 중 서울 소재 대학은 15곳에 달했다. 연세대 분교인 연세대 원주캠퍼스와 인하대를 포함하면 인증대학으로 소개된 일반대학 23개교 중 17개교가 수도권대학이거나 또는 수도권 대학의 분교다. 나머지 대학도 경상대와 부산대, 전북대 등 지방 거점국립대가 상당수였다.

결국 교육부가 운영하는 스터디인코리아에서 인증대학으로 소개한 일반대학 중 87%(20개교)가 수도권 또는 거점국립대였던 것이다. 지방대학은 경성대와 우송대, 한국국제대뿐이었다.

27개 대학을 일반대학(Undergraduate degrees)과 전문대학(Associate degrees)으로 구분하지 않고 나열돼 있는 점도 문제다. 외국인들이 표제만 보고 한양대(Hanyang University)와 한영여자대학(Hanyang Women`s University)을 구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사이트 운영을 책임지는 국립국제교육원 글로벌인재양성부 유학지원팀 관계자는 "인증대학에 필요한 자료를 달라는 공문을 보냈고 자료를 제공해준 대학들을 업데이트 한 것"이라며 "인증대학 카테고리 내 IEQAS 페이지에 들어가면 인증대학 리스트가 전부 공개돼 있다"고 해명했다. 

▲ 한국 유학에 관심을 가진 외국인들에게 첫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교육부가 운영하는 '스터디인코리아(www.studyinkorea.go.kr)' 사이트가 정책 업데이트도 제대로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서울과 국립대만 선호하는 외국인들의 편견을 바로잡는데도 전혀 관심이 없는 모습이다. 사진은 스터디인코리아에 소개된 '인증대학' 명단. 전문대학을 제외하면 '인서울' 사립대나 거점국립대학이 대부분이다. <사진: 18일 취재 당시 홈페이지 캡쳐>

■ '소문난 잔치' 유학박람회, '먹을 것'은 별로 없어 = 국립국제교육원이 주관하는 유학박람회도 지방대학 입장에서는 실익이 적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류의 인기에 힘입어 엄청난 방문객이 몰리지만 지방대학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인들은 적다는 것이다. 내실있는 지방대학에 관한 홍보나 선택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활발한 한국어교육원을 운영하는 한 지방사립대국제업무팀 팀장은 "지난해 교육부의 몽골 유학박람회에 참여했는데 입학으로 이어지는 성과는 거의 없었다"면서 "공부를 잘하든 못하는 외국인들도 한국에 유학을 간다면 '일단은 서울'을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고 설명했다.

내실 있는 교육으로 입지를 굳힌 충청권의 한 대학 관계자도 "유학박람회는 자주 참여하지 않고 있다"면서 "가보면 외국인 학생들이 많이 오긴 하는데 실제 유학으로 연결되는 일이 거의 없다. 특히 단체로 오는 학생들이 많아서 그런지 상담을 해도 실제 입학으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교육부가 더 많은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려면 정책적으로 이들이 지방대학에도 눈을 돌릴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유학생이 많은 한 지방사립대 관계자는 "유학박람회는 '수확'이 안 되기 때문에 지방대학들은 자체적으로 구축한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네트워크' 구축 경쟁하는 대학들의 '나라망신 혈투' = 상황이 이렇다보니 외국 현지의 브로커나 고위급인사, 거점 대학 등은 숱한 대학들의 러브콜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누워서 침뱉기 식 음해와 비난도 난무한다.

경북지역의 한 사립대 총장은 "중국에서 우리나라 대학과 브로커들이 일말의 상도의조차 없이 사실상 '제살깎아먹기' 경쟁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혀를 찼다.

그는 "우리 대학은 중국과 수교를 맺자마자 유학생을 데려오기 시작한 중국 유학생 수요 개척자로 평가 받지만 이제는 서울 지역 대학에 속수무책으로 빼앗기고 있다"면서 "수교 직후 중국의 성장이나 당서기처럼 고위공직자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우수한 학생을 유치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 대학을 나온 중국 유학생들은 현지로 돌아가 교육감까지 오른 사람이 있을 정도로 성과도 우수했다.

문제는 국내 대학들이 너도나도 중국 유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는 "오랜 협력관계인 중국 모 대학 총장이 최근에 만나 해주는 말이 "서울에 어느 대학에서 관계자가 찾아와 우리 대학을 두고 '그런 시골에 있는 대학에 학생을 보내서 뭘 하느냐'며 자신들과 관계를 맺자고 제안해 거절했다더라"고 전했다. 그는 "또 다른 중국 협력대학에도 서울 소재 대학들은 물론 지역 인근 대학들까지 달려들어 상대를 음해하고 반값 등록금을 제시하는 통에 '양보'를 해버렸다"며 "장사하는 사람들도 상도가 있는데 소위 '아카데미'라는 대학들이 지나치다"고 비난했다.

유학생을 유치한 이후도 과당경쟁은 계속된다. 한 지방대학 총장은 "사설 브로커와 연계해 재학중인 학생을 수도권 대학으로 빼돌리는 국제처 교직원이 있어 보직해임한 적이 있다"고 토로할 정도다.

한 지방사립대학 국제처 관계자는 "중국은 최근까지 한 자녀 정책을 고수해 왔기 때문에 사실상 자녀가 원하면 모두 대학에 보내고 싶어한다"면서 "기본적인 수요가 있는데도 국립대와 일부 사립대학이 반값등록금에 '플러스 알파'까지 제공하면서 대학 모두가 손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학생 플랫폼, 가능성은 확인했다 = 미숙한 운영은 문제지만 정부의 스터디인코리아는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콘텐츠의 업로드가 뜸한데도 불구하고 하루 방문객 3만7000여명 회원수 29만명이라는 수치는 한국유학에 대한 세계 네티즌들의 관심을 드러낸다. 스터디인코리아 '알림(Notice)' 게시판에는 올해 '2016 GKS 외국인 우수 자비 장학생 모집'이라는 한 건의 한글 게시글만 올라있다. '소식(News)' 게시판에는 지난해 1월 글이 올라온 이후 한 건도 없다. 그나마 온라인상담 게시판이 사나흘에 한 건꼴로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국립국제교육원 글로벌인재양성부 관계자는 "사이트를 통해 국내 대학에 입학신청을 작성한 외국인은 2012년 21명에서 2013년 650명, 2014년 789명, 2015년 1376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처음 이곳을 통해 대학들이 자신들을 홍보하는 '사이버유학박람회'도 개최해 67개 대학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순철 부산외대 교수는 "교육부는 2023년까지 20만명의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겠다고 청사진을 내걸었지만 '어떻게'에 대한 마스터플랜이 사실상 없다"며 "대학들이 각자 뛰고 있는 유학생 유치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한국 유학은 미국과 달라서 대학의 이름 보다는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보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외국인에게 각 대학이 스스로 작성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당신이 어떤 유학을 원하고 어떤 대학이 적당한지를 알려주는 신뢰있는 정보의 제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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