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 인력·예산 강화하고 맞춤형 치유대책 마련키로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서울대생들은 작은 실수라도 하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흔들리는 심리적인 병을 않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23일 학내 심리상담 전문기구인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은 상당수 서울대생들이 극심한 경쟁을 뚫고 입학한 탓에 이른바 '서울대병'에 시달린다고 진단하고 치유에 나섰다. 재학생들이 시달리는 강박·불안증세에 학교 측이 '서울대병'이란 이름을 붙인 것이다.

서울대 입학생 대부분은 최고가 돼야 한다는 완벽주의 기질이 강하다. 또 초·중·고를 거치며 단 한 문제라도 틀리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학업에 임했던 터라 작은 자극에도 민감한 상태에서 신입생이 된다.

전국의 수재들이 모인 서울대에서 새내기 생활은 만만치가 않다. 예상보다 성적이 나오지 않는 순간 열등감에 휩싸이며 점차 외톨이가 되는 학생이 나타난다. 작은 실수에도 불안과 초조함, 수치심을 느끼고 정신 건강은 점차 나빠진다.

게다가 자존심이 센 서울대생은 이런 심리상태를 남에게 잘 털어놓지 않는다. 외부의 도움을 받기 어려워 악순환에 빠지기 쉬운 이유다.

서울대병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대학생활문화원의 심리 상담건수는 2012년 5550건→2013년 5804건→2014년 6994건→2015년 7122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자살 문제로 상담한 횟수는 작년 97건에 달했다.

학교측은 최근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서울대병 치유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성낙인 총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정신적 안정이 매우 중요하다"며 "학생의 정신건강을 위한 배려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생활문화원도 상담기능을 강화기로 했다. 재학생이 자신의 정신건강을 스스로 알도록 하는 한편, 맞춤형 도움을 주는 'SNU(Seoul National University) 위기대응위원회'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신청을 하고도 실제 상담까지 최장 55일까지 기다려야했던 상담적체도 인력과 예산 투입을 통해 해소하기로 했다.

SNU 위기대응위원회는 상담으로 위험군에 속하는 학생 개인에게 특화된 도움을 제공한다. 학생의 정신건강이 악화한 원인을 찾고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교내외 인력을 소집해 집중적인 치유법을 제공한다.

곽금주 대학생활문화원 원장은 "서울대 학생은 겉보기와 달리 심리적으로 매유 연약하다"며 "개인주의적 측면도 강해 외부에서 먼저 적극적인 도움의 손을 뻗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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