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섭/ 안동대 대외협력과 과장

무더웠던 여름이 물러가고 개학을 맞으니 캠퍼스에 생기가 돈다. 역시 학생들이 붐벼야 캠퍼스는 제맛이 난다. 시대가 참 많이도 변했다. 내가 다니던 학창시절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니 캠퍼스의 모습은 격세지감이다. 캠퍼스의 분위기와 마찬가지로 대학이 감당해야 할 사명이나 도전 과제 역시 이전과 판이하다. 개강한 캠퍼스를 바라보며 문득 마음이 무거워지는 이유이기도하다.

외형적인 활력에 비해 학생들의 표정이 무겁다. 상담실에서 들려오는 학생들의 이런저런 고민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낭만의 캠퍼스는 말 그대로 지나간 유행어에 불과하다. 혹독했던 폭염은 지나갔지만 그 자리에 가을 들녘과 같은 결실의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취업 때문이다. 대문짝만한 취업진로본부 간판이 학생들이 직면한 고민을 웅변하고 있다.

이 와중에 학교 당국은 교육부 정책 과제를 따내는데 거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다. 대학 본연의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대학이 마치 사업 수행부서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자조감 마저 든다. 날로 줄어드는 재학생 수로 인한 학령인구 격감은 이미 예고된 터라 이러한 상황은 진즉부터 제시된 셈이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해법은 반드시 모색돼야 한다.

하지만 대학의 위기가 단순히 재정 문제에만 국한된 것일까? 위기를 재정 영역으로만 치환해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모든 것이 재정에 귀착되기에 돈이 없어 아무것도 못 한다는 재정위기론은 일견 설득력 있어 보이지만 일종의 책임회피다. 재정적 요소를 제외하고도 학교운영에 필요한 자산은 많다.

시대가 변했다고 치부하지만 교수들의 열정, 학생과 교수 간의 신뢰와 교감. 교직원들의 책임 있는 뒷바라지 책무 등은 여전히 학교를 지탱해 주는 중요한 자산이다. 재정문제가 해결되면 이런 문제가 저절로 해결된다는 것은 외눈박이 접근이다. 행여 재정을 핑계로 대학의 지속가능한 자산을 축적해 가는데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닌지 반문할 일이다. 아무리 디지털시대라도 교육은 아날로그 요소를 죄다 배제할 수 없다. 아날로그적 요소를 도외시한 정형화된 교육시스템으로는 변화·공감의 시대를 리드할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대학은 사회로부터 고립된 양상인 ‘갈라파고스’로 치부되고 있다. 사회에서 고립된 대학에서 더 심화돼 대학 내에서도 서로 자기 칸막이를 치고 고립된 양상이다. 오래된 관행과 푹신한 방석 같은 삶에 너무 길들어져 있는 것은 아닌가?

대학의 위기를 외부적인 요인으로만 인식하고 해법을 찾고자 한다면 단선적인 처방 외는 없을 것이다. 좀 더 구조적이고 미래적인 안목에서 진단하고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대학이 옛날 같지 않다는 회고적 그리움에만 젖을 계제가 아니다. 안주하다 보니 정체되고 사회의 불편한 존재로 쇠락해 가는 자화상에 진지한 성찰이 따라야 한다.

대학의 회복은 구성원들의 인식전환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새로운 소통구조와 협업 시스템 구축, 역량 제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학교를 작동하는 기계에 덜커덩 소리가 요란하다. 우레와 같은 경고음을 못 듣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위기의 본질 아닐까.

지성의 요람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 대학은 유연해져야 한다. 변해야 한다. 대학이 직면한 위기를 단지 재정위기에서만 바라보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희망의 밀알을 싹틔우지 못할 것이다. 그 손해는 고스란히 학생들 몫이다. 여건 탓만 되뇔 게 아니라 학생들에게 좀 더 다양하고 내실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열린 미래접근이 가능토록 마음의 책상부터 준비하고 혁신을 상시화해야 한다. 산학협력, 지역사회와 협력, 각 대학의 고유성 확보 등을 통한 자생적·소프트웨어적 활로 모색도 더욱 활발해져야 할 것이다.

폭염이 물러난 자리에 희망이 넘실대는 캠퍼스의 가을은 언제 오려나. 유난히도 길고 긴 폭염에 봉사·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취업준비에 땀 흘리다 돌아온 학생들의 손이라도 따스하게 한 번 잡아 주고 그들과 함께 소통하는 유연함도 절실하다.

** [대학通]은 교직원 여러분이 참여하는 칼럼입니다. 대학행정 소회, 제언, 단상 등 주제에 제한이 없습니다. 원고지 6매 분량, 사진 1매 첨부해서 편집국장 메일(leejh@unn.net)로 보내주세요. 게재된 원고에는 소정의 고료를 드립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