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전국 182개 대학 총장과 교육부 장관에게 인권보호 대책 마련 권고

[한국대학신문 이재익 기자] 대학원생 4명 중 1명은 정당한 보수 없이 연구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의 논문 작성이나 연구 수행을 대신한 경우도 적지 않았고 자신의 논문 내용을 교수에게 도용당한 사례도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 인권위)는 지난해 실시한 대학원생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전국 182개 대학 총장에게 대학원생 인권장전을 마련하고, 인권침해 예방 및 인권침해 사안 발생 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인권전담기구를 설치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교육부 장관에게는 인권장전 마련, 인권전담기구 설치, 정기적인 인권교육 실시 등을 유도하기 위한 평가제도 도입 등 대학원생 인권보호와 증진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대학원생 연구 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대학원생의 연구환경과 이들이 처한 인권상황을 파악하고 대학 및 교육부에 대한 권고사항 마련, ‘대학원생 인권장전 가이드라인’ 제시 등 개선방안을 검토했다.

전국 189개 대학의 대학원생 1906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공동수행 연구로 학업에 지장을 받는다는 응답이 34.5%, 연구나 프로젝트 수행 후 정당한 보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는 25.8%로 4명 중에 1명은 보수 없이 프로젝트를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18.3%는 교수로부터 원치 않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을 빈번하게 강요당했다고 답했으며 지식재산권 보장수준을 물어보는 질문에서는 11.4.%가 교수의 논문작성, 연구수행의 전체 또는 일부를 대신했다고 답했다. 교수에게 논문내용을 도용당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2.2%에 달했다. 그밖에 응답자의 68.6%가 학생부모를 위한 출산 보육 정책이 미흡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대학원생이 학업과 연구를 동시에 수행하는 피교육자이자 연구자인 동시에 프로젝트 참여·연구실 행정 분담 등 노동자의 성격을 모두 포함하는 중첩적 지위를 갖고 있다고 정의했다. 또한 지도교수와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인권침해가 발생해도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운 사정을 감안할 때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대학의 자치권은 헌법상 보호되지만 대학의 자율성 또한 헌법정신의 구현과 준수를 전제로 한 것이고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은 헌법에 규정된 국민 기본권을 보장할 책임도 동시에 있다는 점에서 대학당국과 고등교육주무부처인 교육부에 정책 권고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학원생 인권장전 가이드라인’은 총 13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1항부터 9항까지는 대학원생의 권리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 금지 △학업·연구권 △복리후생권 △안전권 △연구결정권 및 부당한 일에 대한 거부권 △사생활 보호권 △지식재산권 △인격권 등 인간의 존엄성 △공정한 심사를 받을 권리로 구성됐다. 나머지 10항부터 13항까지는 권리 침해 시 권리구제 및 본인의 학업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에 대한 참여권과 대학원생의 의무규정으로 구성됐다.

한편 인권위는 대학원생 인권장전이 실질적으로 이행되고 인권침해를 해결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대학원생 인권전담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와 함께 대학원생 인권보장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교육부가 시행하고 있는 현행 대학평가 제도의 평가지표에 대학원 인권보장 지표를 포함하거나, 별도의 대학원 평가 제도를 마련해 평가항목에 인권항목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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