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AR 등 신기술, 취약점이었던 실습활동 연계 가능해져

학습 분석, 학습자 역량 강화·교육과정 개선 지표로 활용 가능
전공 세분화·학사과정 유연화 통해 사회 수요에 맞는 교육 제공해야

[한국대학신문 이한빛 기자] 온라인을 통해 교육을 제공하고 학습하는 형태인 이러닝은 오프라인 교육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시간적, 공간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서로 다른 수준의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러닝은 새로운 대안을 추구하는 교육 수요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지 못했다. 교육과 학습형태만 온라인으로 바뀌었을 뿐 오프라인과 비슷한 교육과정을 운영했고,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콘텐츠 역시 시청의 개념을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으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사회의 큰 이슈가 됐다. 더불어 교육환경 역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며 기존 오프라인 교육에 위기가 찾아왔지만, 반대로 평생교육의 중요성 높아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교육을 찾는 움직임도 늘어났다.

사이버대가 미래사회에 대응하는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려면 그동안 다양하게 언급됐던 기술과 콘텐츠의 결합, 개인 맞춤형 교육과정 제공, 학문영역의 세분화 등 다양한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현실화 시켜야 한다. 각 전략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알아보고 그 활용 방안을 소개한다.

▲ 한국복지사이버대학은 VR·AR 콘텐츠 연구소를 개설해 기술과 결합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더불어 유튜브에 VR 콘텐츠 페이지를 개설해 강의와 행사 등을 게시하고 있다.

■ 기술과 콘텐츠의 결합, 다양한 학습경험 제공 가능해져 = 그동안 사이버대의 온라인 교육은 시청의 개념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의 기술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스마트한 기술 환경에서 태어나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를 위해 지금과 같은 대면 교육 대신 인간과 기계가 서로 조화하는 교육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상수 세계사이버대 기획홍보처장은 “앞으로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장치 등을 활용한 교육이 주가 될 것으로 본다”며 “사이버공간이지만 아직 일방적 수준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인공지능 세대에 맞춘 교육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허묘연 서울사이버대 총장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콘텐츠의 개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콘텐츠와 더불어 시설과 도구 등을 결합한 수업환경이 구축돼야 가능해진다”며 “사이버대가 가장 주목해야 할 기술은 VR이다. VR 기술은 학생들에게 수준별·개인별 맞춤 학습경험을 제공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 사이버대에서도 이 같은 기술과 교육과정을 결합해 콘텐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복지사이버대학은 VR·AR 콘텐츠 연구소를 개설해 그동안 취약했던 실습과정과 기술을 접목해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최원석 한국복지사이버대학 총장은 “VR은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새로 체험하게 하는 만큼 사이버대의 취약한 부분인 실습에서 효율적인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원석 총장은 콘텐츠가 효율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학습하는 방법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동안 2D 형식의 교육에서는 보고 듣는 것에 그쳤다면 이제는 토론을 활용해 양방향성 교육을 실시하고 나아가 자기 주도 학습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이버대 관계자들은 지금의 신기술이 주도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표준화와 코스 개발을 통해 교육과정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허묘연 서울사이버대 총장은 “디바이스의 파편화 때문에 모든 이용자가 공통되고 동일한 경험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습자원의 표준화가 뒤따라야 한다”며 “전 세계가 연결돼 있고 각종 개발 및 기술 커뮤니티가 있는 상황에서는 표준을 따르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도태될 위험이 크다”고 조언했다.

정영란 서울디지털대 교수는 “제작자부터 작가, 기술담당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시청과 검색, 토론 등 여러 형태의 학습이 결합한 코스를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업의 기획·설계과정에서 학습자들의 적응을 높일 수 있도록 기본적인 안내와 교육도 함께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의 원활한 구현을 위한 플랫폼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원석 한국복지사이버대학 총장은 “현재 유튜브에서 구현되는 VR 영상들은 2D의 형태인 만큼 새롭게 플랫폼이 구축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교육이 어려워진다”며 “수요자 입장에서 시스템이 받쳐주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갖고 있어도 활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정형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해오던 학습형태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학습 과정에서 쌓이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학습 분석을 통해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학습 분석, 맞춤형 교육 제공 외에도 다양한 분야서 활용 가능 = 현재 대부분의 학습 지도는 학생의 역량을 고려하기보다 정형화된 과정에 맞춰져 왔다. 앞으로는 이 같은 학습 지도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학습 과정에서 쌓이는 데이터를 분석해 활용하는 학습 분석(Learning Analytics)은 학생의 학업 수준과 역량에 맞는 교육과정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ARㆍVR 등의 신기술과 더불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온라인을 통해 운영되는 사이버대는 학사, 수업 등의 데이터를 다양하게 축적할 수 있는 만큼 학습 분석을 활용하는 데 효율적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허묘연 서울사이버대 총장은 “사이버대는 학습 과정에서의 모든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는 만큼 학습 분석의 활용 측면에서 오프라인 대학과는 다른 차별화된 요소를 가지고 있다”며 “수준별·개인별 맞춤 학습을 제공하는 것은 기술의 역할이지만, 이를 지도하는 기반에는 학습 분석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이버대 내에서 학습 분석은 어떤 형태로 적용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로 예측했다. 첫 번째는 학습자의 학업 지속을 지원하는 차원에서의 활용이다. 학생의 정보와 학습 실태 등을 분석하고 학습능력과 학업 진행 상황을 파악해 학생이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을 개선해 지속적인 학습 유지를 끌어낼 수 있다.

두 번째는 교육 과정을 개선하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학사과정이나 교과과정을 분석해 어떤 지점에서 성과가 나타나는지, 어떤 지점에서 학습자들이 어려움을 느끼는지 분석해 과정을 개선·보완할 수 있다.

그 밖에도 학습 분석은 사이버대의 학생유치 활동에도 활용될 수 있다. 학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학습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특정 기관이나 기업을 표적화해 유치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 또 대학 정책을 결정하는 데 데이터 활용이 가능하다.

학습 분석이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 전문가들은 데이터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뢰와 정확한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블랙보드 한국지사장은 “학습 분석의 중요성이 높아진 만큼 신뢰 역시 높아져야 한다. 분석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올바른 결과를 도출해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해석하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부서가 모인 태스크포스를 구축해 다양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에서는 규제 완화와 재원 투자를 통해 학습 분석이 잘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허묘연 서울사이버대 총장은 “다양한 데이터가 축적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학습이 진행돼야 하는데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다양한 학습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학습 분석의 활성화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영란 서울디지털대 교수 역시 “학습 분석이 교육서비스 제공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사이버대만의 모델을 육성할 수 있도록 재원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미 사교육에서는 학습 패턴 분석이 활성화 돼 있는 만큼 대학에서도 이를 지원하고 질적 개선을 이뤄나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학문의 벽 허무는 ‘학문의 세분화’와 ‘융·복합을 통한 영역 파괴’ = 미래 교육의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기존의 학문 영역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광범위하던 학문의 개념이 무너지고 사회 수요와 변화에 따라 학문 역시 맞춤형으로 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다수의 사이버대가 운영하는 사회복지전공의 경우 봉사·상담·교육 등 다양한 역할이 존재하고, 대상 역시 노인·아동·장애인·군인 등 여러 계층으로 나뉘는 만큼 전공의 세분화 필요성이 높은 상황이다.

최원석 한국복지사이버대학 총장은 “사회복지라는 전공이 너무 광범위하다 보니 대학에서는 자격증을 따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버렸고, 사회복지 서비스에 참여하기 위해 졸업 이후 다시 재교육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무성 숭실사이버대 부총장은 “사회복지처럼 광범위한 전공의 경우 나노디그리처럼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프로그램이 효율적일 수 있다”며 “일반적인 사회복지가 아니라 ‘치매 환자를 위한 복지 서비스’처럼 특화된 교육을 제공해야 휴먼서비스에 필요한 인력 양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학문의 세분화와 더불어 다른 학문 간의 융·복합과 학사과정의 개편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 성인 학습자가 많은 사이버대의 특성을 살려 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무성 숭실사이버대 부총장은 “사이버대의 학생층을 고려했을 때 이공계 전공과의 융합은 한계가 있다”며 “학습자들의 인생경험이 학습 역량과 잘 결합되려면 인문사회 영역에서 세분화된 전공 간의 융합을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원석 한국복지사이버대학 총장은 “현재 1년 2학기제에 15주차 수업이 정형화된 틀로 잡혀있는데, 지금과 같은 학사 형태로는 세분화와 전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다학기제나 8주 강의제 등을 통해 세분화된 전공을 짧은 시간 안에 습득하고 이를 하나로 통합하는 방식으로 학사형태가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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