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협의체 및 교수단체 "자율성 공공성 회복"주장…대선주자에 공약 제시할 것

[한국대학신문 대학팀]10일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인용, 즉각 파면함에 따라 대학가는 요동치고 있다. 대학 자율성과 공공성, 발전방향을 제대로 설정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희망의 목소리가 높다.

대학정책 변화를 요구해온 대학협의체 및 총장협의회, 교수단체들의 활동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대학의 수월성을 강조하면서 위축된 자율성과 공공성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대학직원노조들은 대학 내부시스템이 개선될 수 있는 대학정책을 주문했으며, 대학생들은 이번 국정농단 사태로 드러난 부정과 비리 적폐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한편 차기 대선주자의 철저한 검증을 통해 살기 좋은 국가, 정부의 입김에 좌우되지 않는 대학을 구현하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이제는 한마음으로…제대로 된 대학정책 변화 필요” =대학협의체들은 국론 화합과 앞으로 준비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의 대학정책이 대학의 본질에 충실하게, 내실화를 기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허향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제주대 총장)은 박근혜 정부의 대학정책이 전반적으로 고등교육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지 못했다고 평했다. 허 회장은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 정책은 고등교육 본질에 대한 투자가 아닌 복지예산으로서 효과를 거두는 데 그쳤고, 대학구조개혁은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야 간 대립으로 근거가 마련되지 못했다는 점이 안타까운 부분”이라면서 박근혜 정부 국고사업에 대해서도 “프라임 사업 등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급작스럽게 만들어진 사업이라 태생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낮았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에는 신중한 대학정책 수립을 당부했다. 허 회장은 “대학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변화만 추구하는 정책은 고등교육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없다. 세계 경쟁력을 확보할 동력을 잃지 않도록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교협은 이 같은 정책방향을 담은 대학발전TF 보고서를 이달 중 채택하고, 정식으로 대선주자들에게 건의하기로 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도 차기 정부에서는 새 시대에 맞는 고등직업교육 학제가 필요하다는 의제를 밀고 나가기로 했다. 황보은 사무총장은 "새로운 시대에 맞게 직업교육이 좀 더 육성되고 활성화돼야 우리 청년 실업률을 낮출 수 있다. 저소득층에서도 제대로 된 기술과 기능을 배워서 사회 일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와 재정지원 등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계속하려 한다"면서 "전문대학인들은 완성된 직업교육 학제가 필요하다는 공통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는 직업교육을 받은 인재들도 사회에서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일반 학술교육과 동등한 위상을 지닌 투트랙 체제로 가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병진 사총협 회장(명지대 총장)은 결과에 대한 승복을 강조했다. 유 회장은 “국민 화합을 위해선 정치인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각계각층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간 사립대학으로서는 참 힘든 시기였다. 정부가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해 반값등록금 등 여러 정책을 폈지만 사립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반쪽 정책이었다. 대학들이 재정 부분에 있어서 임계점에 도달했다. 차기 정부에서는 사립대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대학은 근본적으로 자율성과 수월성 보장이 필요한데 그간 일방적 구조개혁으로 대학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지 못했다. 시장원리에 맞는 대학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한다. 모든 사립대 총장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남궁문 한국원격대학협의회 회장(원광디지털대 총장)은 “이제는 국가발전을 위해 한마음을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대학사회도 역시 그래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에서는 고등교육 내실화 정책이 펼쳐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궁 총장은 “이제는 이러닝 교육의 확산과 IT를 이용한 교육 활용 등에 신경 쓸 때다. 사이버대 규제보다 발전을 통해 대학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의 재산은 지식이라는 생각으로 교육과정의 내실화와 교원의 역량강화를 통해 탄탄한 고등교육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 지난해 11월 교수연구자자연합 광화문 시국선언 모습.

■교수단체 “탄핵인용, 지극히 국민 상식적 결정”= 교수단체 역시 조기 대선에 대비해 준비해온 정책들이 공약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회장 김영철, 국교련)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사장 박순준, 사교련)는 대학정책학회 차원에서 국립대학법과 사립대학법 등 대학기본법을 마련하고 △국가교육위원회 및 교육부 기능 축소 등 기구 개편 △대학협력체제 구축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에 노력하기로 했다. 이달 말 대국민 선언을 통해 여러 대선주자들과 협약을 체결해, 누가 대통령이 되든 주요 고등교육 정책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김영철 국교련 회장은 “박근혜 정부 대학정책은 소위 교육부, 정부, 정권이 원하는 방향으로 통제하고 컨트롤하는 일방적인 교육정책을 추진해왔고, ‘걸림돌이 되겠다’ 싶었을 대학사회의 저항과 발언을 철저히 막기 위해 대학사회를 총장선출제와 재정지원 등을 엮어 철저히 분열, 와해시켰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탄핵인용을 새로운 희망과 통합으로 나아가기 위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이제는 대통령이 함부로 헌법이나 법률을 어겨가며 정책을 해나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 본다. 교육부를 없애거나 기능을 축소시켜서 국가교육위원회를 둬야 한다는 후보들이 많으며, 국교련 역시 그렇게 가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박순준 사교련 이사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행위들로 마땅히 정치적 책임을 지고 진작에 물러났어야 했는데도 수개월간 거짓과 위선과 선동으로 시간을 끌어온 것에 대해 국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탄핵인용은 국민의 분노를 진정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보수와 진보 대립 프레임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박순준 이사장은 “일부 언론이 국론분열이니 극한대립이니 하는 말들을 분별없이 사용하고 있지만 지난 수개월 동안 국민의 절대 다수인 80%가 한결같이 탄핵인용을 찬성해 왔으니 탄핵인용은 국민 절대 다수의 뜻에 따르는 결정이라 본다. 이번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좌우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이므로 헌재가 지극히 국민적 상식의 차원에서 탄핵인용을 내렸다고 본다”고 말했다.

송주명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한신대 교수)은 “지난해 11월부터 싸워온 시민들의 명령을 헌법재판소가 수용했다고 본다. 권력을 사유화해서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부분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도 헌정파괴와 국기문란의 공범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정당성과 정통성이 사라진지 오래다. 이번 판결로 같이 퇴장해야한다고 본다”며 “정권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전국교수연구자비상시국회의를 필두로 적폐청산과 새 민주공화국을 위한 지식인으로서의 행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직원노조 “대학을 살리는 정책으로 변혁 필요”= 대학직원들로 이뤄진 노동조합은 대학 내부의 변화가 가능한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특히 대학노조는 고등교육정책 핵심의제를 정리해 정치권에 제시할 계획이다.

김병국 대학노조 정책국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해온 고등교육정책 자체와 사학비리 등의 문제가 꾸준히 드러났기 때문에 앞으로의 교육정책은 변화 수준이 아니라 대폭적인 변혁이 필요하다"면서 “고등교육 핵심은 대학이니까 대학을 구조조정하고 재정지원으로 줄 세우고, 비리사학을 옹호하는 등의 정책으로 대학 현장의 질이 황폐화 되는 방식이 아닌 대학을 살리고 더불어 재정적 뒷받침과 법 개정을 통해 대학이 자율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곤 국공립대노조 정책실장은 대학사회가 자정을 통해 공정성을 회복하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김일곤 실장은 “우리 사회에서 대학 진학만큼은 어떤 권력이나 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있었다. 그러나 정유라 특혜 논란이 일어나면서 재정지원사업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동안 이뤄졌던 대학의 서열화 방식 대신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전면 개혁해야 한다. 또한 국립대학이 체계를 구축하고 안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국립대학법 제정도 함께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광화문 5차 촛불집회.

■대학생들 “대선주자 대학정책 검증 적극 나서자”=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목소리를 피력했던 학생들의 반응은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차후 발생할 문제나 대선주자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차기 정부 정책과 관련해서는 국립대 자율성 보장, 의료 공공성에 따른 의대·보건대 설립 제한 완화, 대학 서열화 폐지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박세훈씨(고려대 정치외교3)는 “인용 결정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지만 환영할 만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언론 탄압, 세월호 참사 등 몇 가지 사유에 대해서 중대한 위반이 아니라는 등의 결정문은 안타깝다. 재판관 전원의 인용 결정은 결정 이후의 국론 분열을 최소화할 수 있을 거라 보여 다행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조기 대선이 확정된 만큼 대선 주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며 투표에 반드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심보성 시립대 총학생회장 권한대행은 "반반이다. 절반은 기분이 좋고 절반은 걱정된다. 다른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를 덮는다거나 처벌받아야 할 사람들이 이 일로 인해 묻힐까봐 우려스럽다. 후속조치가 철저히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론적으로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꿈꾼다는 심보성 권한대행은 차기 정부에 대해 “무조건적인 통합보다는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그 안에서 갈등을 서로 조율할 수 있는 정책을 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원 서울과기대 총학생회장은 “대학생들의 정치적 발언이 커진 만큼 이 시기를 잘 이용해서 사회 전반의 문제에 대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함께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차기 구성될 정부의 국립대학 관련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내보였다. “국립대학들은 교육부 정책에 따라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이 자주적이고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차기 대선주자들이 정책을 펴줬으면 좋겠다. 교육기관의 존재성과 자율성이 보장받을 수 있고 독립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졸업반인 대학생 A씨는 차기 정부에 공공 의료 시스템의 강화와 대학 서열폐지 정책을 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공공 의료 시스템이 약하다. 단적인 예로 메르스 질병관리 대책만 봐도 그렇다”며 “차기 정부에서는 공공 의료 서비스 부분을 강화했으면 좋겠다. 의대 설립이나 보건대학도 카르텔 형식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완화해야 한다. 국민들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니만큼 의료 인력 양성하고 민영화보다는 의료의 공공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학 서열 폐지에 관해서도 국공립대를 통합시키는 겉핥기식 정책보다는 실질적으로 학생들이 대학을 가지 않아도 자신의 삶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 도움을 줘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학 서열화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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