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원법‧연구실안전법 개정안 등 10여건…처리는 불투명

▲ 국회의사당 전경.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지난 21일은 50회 과학의 날이었다. 국회 상임위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는 24일 현재 처리를 기다리는 234건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소관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관련 개정안과 대학의 이공계 분야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 10여건도 포함돼 있다. 정치권은 대선 정국으로 빨라야 10월이나 늦으면 내년까지 처리가 미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 산학협력‧연구용재산 기부 촉진하는 과학기술원법 개정안 6건=우선 강길부 바른정당 의원은 작년 6월 모든 과학기술원법을 각각 개정하는 법안 4건을 발의했다. 취지는 모두 같다. 작년 3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산촉법)’이 제정돼 산업교육기관의 장이 산학협력에 참여한 산업교원의 평가, 보수를 우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에 산업교육기관인 과학기술원의 법도 개정해, ‘산학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명문화함으로써 산학협력을 촉진하자는 취지다.

상임위 검토보고서를 보면 UNIST의 경우 교원업적 평가규정 9조에 산학협력사업 기여도를 반영하도록 돼 있으나 이를 없애고 연구, 연구+산학협력을 선택해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다른 3개 과학기술원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라는 평가다.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며 기초 연구에 집중하다보니 지역 산업과 연계가 미흡하다는 분석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월 회부한 UNIST법‧DGIST법 개정안은 연구용 재산 기부를 촉진하기 위해 다른 과학기술원법과 상이한 내용을 맞추려는 법안이다. GIST의 경우 토지‧연구시설 또는 연구기자재(연구용재산) 등을 기부한 자와 일정 기간 이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GIST법에 명문화돼 있으나 UNIST와 DGIST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 학생연구원 산재가입‧정밀안전진단 제고할 연구실안전법 개정안 2건=‘연구실 안전 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연구실안전법)’ 개정안도 2건 발의돼 있다. 이 법은 대학이나 연구기관 등에 설치된 연구실의 안전과 사고에 대한 적절한 보상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학·연 협동과정의 연구활동을 수행하는 학생연구원을 대상으로 산재보험에 가입하도록 산업재해보상보호법을 개정하고, 해당하지 않으면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법안을 작년 11월에 냈다. 또 학생연구원을 ‘대학 또는 대학원에서 학위과정을 이수하는 연구원’으로 적시했다. 현행 연구실안전법에 따르면 연구 주체의 장이 ‘연구활동종사자’를 보험에 가입시켜야 하나, 이는 산재보험이 아닌 생명 및 신체상의 손해를 보상하는 내용이 포함된 보험이면 된다. 또 연구활동종사자가 R&D 활동에 종사하는 일반 연구원과 학위과정을 이수하는 학생연구원이 혼용되는 상황이다.

신용현 의원은 “연구 중 다쳤을 시 학생연구원은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관계다 보니 보상이 어렵다. 때문에 대학이 상해보험으로 이를 보상해주나 보상금액은 턱없이 낮다”며 “출연연 학생연구원은 대덕특구에 3000명을 포함 전국 5000명 규모다. 이 한도 내에서 산재보상을 해 연구 환경 안전망을 보장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개정안은 신 의원이 환경노동위원회에 대표 발의한 산재법 및 관계 법령이 의결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타 상임위에 더 강력한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 앞서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이 작년 11월 환경노동위원회에 대표 발의한 산재법 개정안은 전국의 모든 이공계 학생연구원을 산재보험에 가입시키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도 2월 이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연구실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정밀안전진단을 강화하는 법안이다. 취지문을 보면 “연구실의 안전관리와 안전점검, 그리고 정밀안전진단은 별개의 전문화된 행위임에도 동일한 대행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다”며 “정밀안전진단도 정기적으로만 실시하도록 규정해 안전성 확보가 미흡한 실정”이라고 비판한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정밀안전진단 실시를 매년으로 기간을 명확히 하고, 안전관리전문기관이 맡아 안전관리를 실시하는 경우 안전점검, 정밀안전진단은 다른 기관이 맡아 실시하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 여성과기인 실질적 지원 촉진하는 여성과기인법 개정안=문미옥 민주당 의원이 3월 발의한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여성과기인법)’ 개정안은 2003년 제정된 지 10년 동안 실질적인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던 법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됐다.

법 8조 이공계 대학 등의 여학생 비율을 적정하게 유지하도록 국가 및 지자체가 권장하는 수준에 머물던 기존 법의 범위를 더 늘려 필요한 경비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 대학과 연구기관의 여성과학기술인이 국제공동연구 및 학술교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중앙행정기관의 장 등이 업무 수행에 필요한 경비를 출연 또는 보조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추가했다.

이 밖에 대학의 R&D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으로 문미옥 의원이 2월 발의한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의 성과평가 및 성과관리에 관한 법률(연구성과평가법)’ 개정안이 미방위에 상정돼 있다. 이 개정안은 과학기술연구에서 젠더 차이를 고려하도록 하는 젠더분석을 성과평가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정부 조직개편 1순위 '미래부' 계류법안 발목 잡을까=이같은 법안들이 심도있게 논의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선으로 국회가 사실상 기능을 정지했고, 다시 국회가 열려도 정부조직 개편 논의로 지연될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가 야심차게 출범시킨 미래부는 사실상 차기정부의 조직개편 1순위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미방위 쪽 국회 관계자는 “대선 이후 정부조직구조 개편이 있으면 방송통신이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갈수도 있는데 그럼 빨라야 10월, 늦는다면 내년까지 계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쟁점법안에 밀려 민생법안이 처리되지 못한다는 하소연도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큰 논쟁이 되는 쟁점법안을 제물 삼아 나머지를 볼모로 잡고 협상하는 관행이 있다. 법리적인 내용보다 주고받기식이다”며 “의회가 선진화되려면 정치적인 것보다 사안별로 처리해야 민생에 보탬이 될 텐데, 이런 관행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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