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부총리 "대학 수급조절 필요해 … 폐쇄·청산 구조개혁 해야"

교수들 김상곤 부총리 인사청문회 '연대서명' 등 지지
김상곤 부총리 폐교 의지 드러나자 '장관퇴진' 요구도
폐교 정책 자체엔 반대 안해 "서남대는 특별한 경우"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서남대 폐교 논란이 대학가에 던진 파장이 크다. 사학비리 척결을 요구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지지해온 진보성향 교수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뒤늦게 서남대 폐교에 앞서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검토를 해본다며 입장을 선회했지만 이미 폐교 소식을 접한 서남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김상곤 부총리 퇴진론까지 제기됐다.

당초 김상곤 부총리는 수년간 지속된 교육부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에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학생정원 조정은 필요하지만 일률인 줄 세우기 방식의 평가는 지양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대학구조조정 정책을 비판해온 교수·학술단체의 주장과도 부합해 교수사회의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

이 때문에 교수·학술단체들은 김상곤 부총리가 인사청문회 당시 야당의 집요한 논문표절 의혹 제기에 곤욕을 치르자 자발적으로 지지성명을 발표하고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김상곤 부총리 체제 성립에도 적극 협조해왔다.

서남대 교수들도 김상곤 부총리 임명을 위해 학내 서명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김상곤 부총리가 취임하면 서남대 비리당사자인 이홍하씨의 영향력을 제거하고 서남대를 정상화할 것이란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특히 김상곤 부총리가 주장한 공영형 사립대는 사학비리 대학을 공영형으로 전환해 재단비리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런 교수들의 기대는 김상곤 부총리가 사실상 서남대 폐교를 승인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산산이 부서졌다.

■ 서남대 폐교, 누가 결정했나= 지난 11일 서남대 교수들과 남원시의원 등이 김상곤 부총리를 직접 면담한 결과에 따르면 김상곤 부총리는 전 정부에서 추진된 서남대 폐교를 승인했다. 서남대 한 교수는 “부총리로 취임해 서남대에 대해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있고 그럴 의지도 있다고 판단됐으나 실제론 전 정부에서 마련된 마스터플랜을 충실히 수행한 데 불과했다.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고 말했다.

김상곤 부총리가 취임 전부터 부실·비리대학에 대한 폐교를 염두에 두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지난 대선과 김상곤 부총리 인사청문회에서 대학구조조정은 모두 주요 의제로 부상하지 못했다. 사학비리를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는 드러났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논의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김상곤 부총리가 11일 서남대 교수들과 만나 나눈 대화에 따르면 적어도 서남대 폐교에 대해선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게 확인된다. 당시 김상곤 부총리는 대학구조조정을 언급하며 “수급조절을 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수급조절을 위한 합리적인 과정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서남대 폐교는 진행됐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남대 폐교가 일종의 부실·비리대학 정책의 본보기임을 드러낸 대목이다.

김상곤 부총리는 “강력한 구조개혁이라는 것은 폐쇄와 청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보다 분명하게 폐교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앞선 정부의 결정에 대해 7월 한 달간 재검토를 거쳤다고 했지만 서남대 인수에 나선 삼육학원과 서울시립대의 인수안이 의과대학과 남원캠퍼스 인수에 국한됐고 이홍하씨의 횡령금에 대한 보존이 불충분하다는 지난 결정을 반복한 데 불과했다.

한 사립대 교수는 “비리를 저지른 당사자의 횡령금을 대학을 살려보겠다고 인수에 나선 다른 기관에 보존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 아닌가. 이런 모순을 합리적으로 풀어 서남대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기대됐던 김상곤 부총리가 폐교의 실행단추를 누른 게 당혹스럽다”고 전했다.

■ 대학 폐교 정책 자체엔 동의해= 김상곤 부총리가 서남대 폐교를 실질적으로 결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육부의 부실·비리대학 정책의 방향성이 드러났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었다. 김상곤 부총리가 직접 한중대와 대구외대, 대구미래대학에 대한 폐교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동안 김상곤 부총리와 교육부는 공영형 사립대 추진을 사립대 정책의 한 축으로 삼으면서 동시에 함량미달인 부실·비리대학에 대해선 단호하게 폐교의 칼날을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눈길을 끄는 점은 서남대 폐교에 반대하는 교수들이 폐교정책 자체를 반대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한중대와 대구외대, 대구미래대학 등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학의 폐교 가능성을 바라보는 대학가의 시각은 서남대와 또 다르다. 한 교수는 “폐교가 원칙적으로 잘못됐다고 보기 힘들다. 폐교될 대학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효과도 발휘할 것으로 본다. 서남대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심지어 실제 폐교한 폐교대학 교수들도 일부 대학에 대해선 폐교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들 교수는 폐교보다 문제는 폐교 뒤 구성원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대학가에서 주목하는 서남대와 다른 대학의 차이는 뭘까. 교수들은 대학 구성원의 정상화 노력과 대학을 실제 인수하겠다고 나선 기관들이 있다는 점을 꼽는다. 비리당사자를 제대로만 처벌하고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다시 비리당사자를 대학에 복귀시키는 잘못된 결정만 반복하지 않는다면 서남대가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수들은 이런 인수 가능성을 열어놓고도 폐교를 결정한 교육부의 판단이 불합리하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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