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재 삼육보건대학 교수/교수학습센터장

올해 관객 천만명을 돌파한  영화 ‘택시운전사’의 돌풍이 뜨겁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주제로 한 이 영화는 독일에서 취재 온 외신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와 그를 도운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주인공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만약 위르겐 힌츠페터가 택시 대신 버스나 기차를 탔다면 광주에 갈 수 있었을까?

영화에서도 암시하고 있지만 위르겐 힌츠페터가 처음부터 택시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충분한 사례금만 준다면 택시 운전기사는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손님의 요구와 상황에 맞게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리라는 예측 때문이었다. 택시는 고객이 원하는 곳에서 탑승하고 원하는 목적지에 내려주는 특성을 지녔다. 그에 반해 버스는 정해진 경로를 따라 순차적으로 운행하는 대중교통수단으로 당연히 승객의 특별한 사정이나 코스 변경과 같은 요청은 들어줄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 대학교육을 택시와 버스에 비유하자면 둘 중 무엇에 더 가까울까? 아마도 버스에 가까울 것이다. 국내 대학은 아직 개인 맞춤형 교육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 미래 교육은 교수(Teaching) 보다는 학습(Learning)이 중요한 시대다. 따라서 세계적인 대학에서는 개별 학생이 자신에게 필요한 교과목을 자유롭게 조합해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체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학생에게 교육과정의 권한을 이양(empowerment)하는 방법, 곧 학습자중심 교육환경실현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나라 대학은 어떠한가? 학과 교육과정은 여전히 철옹성처럼 교수의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입장에 휘둘리고, 학생은 수 년 전 미리 정해놓은 교육과정에 따라 수강신청을 하고 학점의 알파벳에 관심을 두고 있다. 대학 수업에 들이는 노력을 줄이고 취업을 위한 별도의 스펙 쌓기에 투자하고 싶어 한다. 마치 오랜 세월 동안 정해진 경로를 따라 운행되고 있는 버스처럼, 우리나라 대학과 학생들은 익숙한 교육체제에 따라 과거 교육방식을 고집스레 반복하고 있다.

과거에는 개인 맞춤형 교육이 일반화된 교육 방식이었다. 서양이든 동양이든 교육을 받는 학생은 지체 높은 자녀들이었고 이들은 집에서 개인교사한테 학문을 배웠다. 오늘날과 같이 학교가 교육을 담당하게 된 계기는 산업혁명 때부터다. 공장에서 일할 기술자와 노동자를 대거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생겨난 학교교육은 빠른 시간 내에 다수를 교육시키기 위해 탄생한 산물이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던가? 최근 교육공학 분야에서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학습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획일화된 교육에서 벗어나 과거처럼 개인 맞춤형 교육의 시대가 다시 열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때 선생이 수행하는 역할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버지니아 대학 류태호 교수에 따르면 미래의 선생은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학습자의 학습을 분석하고(Learning Analytics),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를 활용해 학습을 촉진하는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영화 택시운전사를 통해 우리는 버스보다 좀 더 편한 교통수단인줄만 알았던 택시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바로 택시의 장점은 운행을 방해하는 순간적인 변수나 장애가 생길지라도 손님이 원하는 목적지까지 길을 우회해서라도 끝까지 찾아 간다는 데 있다. 개인 맞춤형 교육 시대에는 대학교육을 택시처럼 바꿔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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