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희 한성대 교수/ 교육역량개발센터장

4차 산업혁명과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도래는 우리 앞에 평생직업교육시대를 성큼 열어놓고 있다. 초중고대학교로 특징되는 정규교육 이외에 비정규 교육으로서써 평생직업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교육의 패러다임도 일반교육 중심에서 일반교육ㆍ직업교육을 중시하는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 시리즈는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시기에 폭발적인 증가가 예상되는 평생직업교육 수요를 어떻게 대처해나갈 것인지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앞으로 평생직업교육의 필요성과 방향과 선진국의 사례 그리고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전문대학의 기능과 역할 확장에 대해 7회에 걸쳐 연재한다.

① 미래변화에 대응하는 평생직업교육의 방향
② 평생직업교육체제에 부합되는 생애전환교육
③ 선진국 평생직업교육 개선 노력과 시사점
④ 평생직업교육 발전을 위한 전문대학의 역할과 기능
⑤ 평생직업교육시대에서 전문대학 교육의 질 제고방안
⑥ 전문대학에서의 평생직업교육 기능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 특성화 IV유형 운영 성과 및 개선방안 관점에서 접근
⑦ 전문대학에서의 평생직업교육 기능 활성화를 위한 재정지원 : 사립전문대학의 수익모델 관점에서 접근

▲ 한성대 교수

직업교육에서 평생교육의 기능 강화는 오래전부터 강조됐다. 최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과 직업의 변화는 어떤 직업을 선택하고 준비해야 하는가에서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일자리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 관점에서도 초고령사회로의 진전은 생애주기상 성인기 이후 두 배 이상 길어진 노년기의 직업교육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혁신적 기술 발달로 재직자의 지속적인 전문적 직무능력 향상에 대한 시대적 요구뿐만 아니라 생애 후반기를 위한 일자리 확보와 역량 개발에 대한 기대 역시 전문대학의 주된 역할로 모이고 있다. 이는 선진국처럼 전문대학이 학령기 학생 중심의 교육에서 성인교육으로 중심축을 이동하는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다. 급변하는 사회환경 변화가 교육 중심 고등교육기관의 직업교육 강화와 기능 확대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더구나 올해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의 유연학사 운영 정책은 교육 중심대학들이 학령기 학생들의 교육 다양화뿐만 아니라 성인, 근로자, 경력단절 여성 등 직업교육이 필요한 모든 이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학사 운영이 가능한 제도적 인프라를 마련한 것이다. 

교육ㆍ 일의 순환적 교육체제 필요

대학들은 지금까지 학령기 학생의 학위취득을 위한 학사운영 모형에서 대상의 다양성, 그들의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학기운영과 교수·학습방법의 혁신, 산업체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을 통한 산학협력의 강화 지원, 대학 간 협력을 통한 공동의 학사 운영 가능성을 확인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전문대학이 평생직업교육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직업준비 고등교육기관의 패러다임에서 생애에 걸쳐 교육과 일의 순환적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평생교육 기관으로 체제를 개편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논의하는 대학의 평생직업 교육적 역할은 지금까지 대학이 해오던 산업체 위탁 교육, 계약학과, 평생교육 중심대학, 평생교육 단과대학, 평생교육원 등 고정된 기능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대학은 이제 교육을 제공하는 공급자의 측면이 아니라 전 생애에 걸친 다양한 학습자의 입장으로 교육과 일, 재교육과 일의 순환적 체제에서 교육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고 교육 시스템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를 숙고해야 한다.

해외사례로 보는 전문대학 역할

우리가 논의하는 평생직업교육 발전을 위한 전문대학의 역할 모델은 영국의 FE 대학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이 대학은 16세까지의 중등 의무교육을 마친 이후 추가교육(Further Education College)을 운영하는 평생교육 기관으로 대부분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FE 대학 학습자는 고등교육으로의 진학 및 취업을 위한 14~18세 자격과정, 19세 이상의 고등교육 자격과정, 실업자를 대상으로 고용역량(employability) 제고를 위한 프로그램(성인), 고용주들의 요청에 의한 도제훈련(apprenticeships)을 비롯한 인력개발 촉진 프로그램 등 크게 네 그룹으로 구분된다. 

FE 대학에서는 학위과정, BTEC 등 준직업과정, 도제의 규정에 맞춘 NVQ 도제 과정 등이 운영된다. FE 대학에서는 대체로 국가직업역량체계 1∼6수준의 자격과정을 운영하고 자격과정 운영에 대해서는 연령대별로 차등화해 정부의 재정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FE 대학은 의무교육을 벗어난, 직업교육 선택 가능성을 가진 대상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상을 위한 여러 과정을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학위과정 역시 그중 한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FE 대학은 지역을 중심으로 모든 수준을 아우르는 학위과정, 실무과정, 기초 과정 등 직업교육 과정을 개설하고 정시제, 파트타임 등의 다양한 학사 운영을 하고 있다. 최근 청년 실업문제 해소를 위해 국가중심 정책사업인 기존의 도제훈련제도는 고용주 중심으로 개편하였다. 새로운 도제훈련(New apprenticeships) 제도의 표준을 설정하고 도제훈련세를 부과하여 다양한 직업군의 도제훈련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이 도제훈련세는 조성된 기금이 기업으로 가면서 FE 대학들은 국가 예산 의존도를 낮추고 지역기업과의 관계가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 11월 1일 영국 FEweek의 헤드라인은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한 평생직업교육의 혁신사례로 Enfield와 North East London(CONEL) 대학이 Capital City College Group(CCCG)에 합류해 “런던에서 가장 큰 대학 그룹인 CCCG가 더 커졌다”는 소식을 전했다. FE 대학의 합병은 대학들의 자생력을 높이고 미래산업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서 미래국가정책에 부응하는 적극적인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같은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 정부와 지역사회, 고용주와 창업기관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 혁신을 위한 움직임 활발

우리나라에서도 영국의 CCCG의 한국형 모델을 기대할 기회가 생겼다. 지난 11월 10일 삼육보건대학교를 비롯한 서울지역 9개 전문대학이 업무협력 협약을 맺고 서울지역의 지역인재 공동육성을 위한 모델 구축을 약속했다. 이 공동의 노력을 통해 각 대학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방침에 따라 협약을 체결한 이들 9개교는 학술 공동 세미나 및 포럼 공동 개최, 교육 기자재 및 시설 등 공유, 취·창업 강화 방안 공동 추진, 우수 온라인 교육콘텐츠 개발 및 운영, 학생 경진대회 공동 개최, 해외연수 등 국제교류 프로그램 공동 개발 및 운영, 해외유학생 유치를 위한 공동 기획 및 운영, 지역사회 기여를 위한 봉사 활동 공동 추진, 서울지역 전문대학 위상 제고 및 이미지 강화를 위한 공동 홍보 추진, 기타 상호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협약 내용은 현재 학위과정 학생을 위한 학사운영 및 교육기반과 활동을 공유 협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전문대학이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혁신이 필요한 시기이므로 서울지역 9개 전문대학의 지역인재 공동육성 모델을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이 강화된 공동 인프라 구축모델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현재 지원 중인 대학의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을 운영 중인 대학이 아니라도 대학 내에서 정규 평생학습대학과 과정을 구상하고 성인 친화적인 학사체제를 마련해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특히 9개 대학의 기획처를 중심으로 실무위원회를 구성 운영할 계획이므로 각 대학의 교육철학과 전문분야, 교육환경의 강점을 종합 분석해 서울지역 산업과 연계한 산학연계형 나노디그리 도입, 성인대상 취업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 운영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의 국가정책에 의해 전문대학이 평생직업교육 중심 기관으로 개편할 수 있는 동력을 얻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변화를 고려할 때 생애에 걸친 직업능력을 갖추는 것은 미래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며 국가적인 책무이기 때문이다. 1995년 5.31 교육개혁안 이후 새로운 정부마다 평생직업교육 체제구축에 대한 정책을 표방했지만 고등교육기관에서의 평생직업교육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일부 대학에서만 운영하는 제한된 교육체제일 뿐이었다. 지금도 새 정부에서 추진할 평생직업교육 마스터플랜이 개발되고 있으며 고등단계에서의 평생직업교육은 중요한 과제다. 현재 마련된 안에서는 고등직업교육의 기회 확대에서 평생직업교육기관 인프라 확충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으며, 중등과 고등교육기관의 종적 연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인재 공동육성 협력 모델, 산학협력 플랫폼 구축을 담고 있다.

다양한 학습자의 요구 충족해야

전문대학 역시 평생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서 적극적인 변화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학령기 인구의 감소와 성인학습자의 증가는 앞으로 미래 교육에서 유념해야 할 사회적 변화다. 무엇보다 다양한 요구를 가진 성인학습자들은 학령기 학생들의 요구와 크게 다르므로 학위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학사제도 및 대학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성인학습자들이 평생직업교육에 효과적으로 참여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려면 학위를 기반으로 한 학사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수업방식의 변화 등 유연한 학사제도의 다양한 도입이 계획돼야 한다. 무엇보다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서 전문대학을 선택한 성인학습자들이 교육에 대한 어떤 요구를 가지고 있으며, 그 의미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대학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의 개선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전문대학이 평생직업교육체제를 갖춘 허브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인적자원개발의 관점에서 산관학 협력과 지원이 전제되어야 한다. 각 지역의 전문대학들은 다양한 세대들이 일자리 진입과 이동, 전환 등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구축해야 하며 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훈련기관 들과 협력해 평생직업교육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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