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희 전남도립대학교 교수(교육복지학부)

▲ 한강희 교수

‘전문학교’가 1979년 12월 ‘전문대학’으로 명칭을 바꿔단 이후, 2018년 ‘불혹의 나이 40’을 앞두고 있다. 그간 전문대학은 고등단계의 직업교육에 걸맞게 ‘전문 직업인 양성’을 표방하며 이른바, ‘6차산업’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는 하이엔드(high-end) 화두를 견인해왔다. 이러한 시점에 전문대학의 캐치프레이즈는 당연히 ‘선진 직업교육 모색을 위한 혁신과 도약’이라 할 만하다. 전문대학 역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100세 장수시대, 평생학습시대’에 부합한 선진 직업교육으로의 학제 형태 변환 및 콘텐츠 생산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전문대학이 올곧게 달려온 40년 남짓한 연륜과 경험에 비춰볼 때 전문대학 구조혁신을 통한 도약의 초점은 ‘거품 빼기’와 ‘본질 찾기’로 상정할 수 있다. 전문대학은 적재적소의 산업역군을 양성하며 영욕과 부침의 파고를 거듭해왔다. 짧지 않은 역사는 아류(亞流)라는 생채기를 원형질로 안고서도 일취월장하는 뿌듯함이 교차하는 도정이었다. 그런데도 직업교육 선진국으로의 도약대를 넘어서지 못한 작금의 정체된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특히 그러한 원인이 전문대학 내부보다는 구조적인 정책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혁신과 도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만한 묘책은 없을까.

우선 ‘거품을 걷어내기 위한’ 시의적절한 기획과 전략이 구체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지난 정부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전문대학 집중 육성’에 포커스를 두었다. 이전보다 많은 재정을 투자하긴 했지만 정권 초반에 일찌감치 손을 접어야 하는 사업이 많았다. 2017년을 완성연도로 취업률 80% 달성을 목표로 한 특성화대학 100개교 육성사업(SCK), 평생직업교육대학 육성사업, 학위과정 및 수업연한 다양화, 산업기술명장대학원 설치, 세계로 프로젝트 추진을 정책과제에 올릴 당시 전문대학은 반색했다. 하지만 세련화 과정을 거쳐 완성된 모습을 디테일하게 갖추기엔 무리가 따랐다. 다양한 프로그램[프로젝트] 지향, 수치 절대 향상에 주된 타깃을 두었기 때문이다.

차제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신입생 및 재학생 충원율은 학습자를 가르치고 수월한 인재를 양성하는 해당 대학의 몫이다. 하지만 취업률은 많은 선진국처럼 고용노동부, 교육부, 중소기업벤처부, 대통령직속일자리위원회 등 정부가 감당해야 한다. 전 지역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업종 및 부문별 수급을 조정하고 대학엔 교육과정과 교육내용만을 요구해야 한다. 12월만 되면 전국의 모든 대학들이 ‘취업자 수치 올리기’로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 인증과 평가, 재정지원을 미끼로 일선대학에 수치를 강압한다면 ‘거품 취업’의 매너리즘은 불식되지 않는다. 일시적, 잠재적 취업을 걷어내고 산업예비군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서는 동종업계 유지취업률 및 실질취업률 제고에 전념하려는 위로부터의 일대 의식전환이 요청된다.

이런 차원에서 재정지원 패러다임의 실질적인 재구조화가 시급하다. 학습자 측면에선 반값등록금을 위시한 장학금과 취업 숙성 및 독려에, 교수자 측면에선 NCS와 연계한 현장 연구 및 선진 직업교육 연수 등에 파격적인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수다한 품목 나열보다는 굵직하고 투명한 재정지원이 요청된다. 현재 학술지원 일환으로 진행되는 교수 해외연수는 NCS 취지가 무색하게 일반대학과 달리 전문대학은 전무하다.

또 다른 하나는 ‘본질 찾기’다. 이는 현 정부에 거는 전문대학 구성원의 기대가 자못 큰 부분이다. 교육부 조직 개편 입법예고 사항에 관해 여론 수렴이 진행되고 있다. 고등교육의 두 축인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간 경쟁 도량인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어 달라는 얘기다. 공정한 룰을 만들어 게임이 공평하게 진행되어야 양극화가 해소되고 사회안전망이 견실해질 수 있다. 지난 정부의 고등교육 부문을 관장한 대학정책실은 대학정책과 등 12개 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문대학은 4~5개 과만 고등교육 관련성을 갖고 있다. 즉 전문대학 모든 정책을 전문대학정책과에서만 주관하다 보니 여타 과에서 운영하는 사업에는 관여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특히 학술지원과 소관 업무는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전문대학만을 제한경쟁하는 학술지원도 필요하다. 국정 관리과제의 경우도 비슷하다. 고등교육 18개 과제 중 전문대학은 5~6개 과제에 해당할 뿐이다. 조직 개편 시 이러한 왜곡상을 고려해야 한다.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간 임금격차도 해소돼야 할 시점이다. 2015년 말, 5인 이상 사업체 상용근로자 월 급여액 기준, 고등학교 졸업자를 100으로 친다면, 전문대학 졸업자 100.8∼113.9, 일반대학 졸업자 153.0∼162.7로 임금 격차가 과도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차별이 15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교육부의 맞짝 부처인 고용노동부의 협업이 긴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 과정은 공정할 것,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 국가 비전을 설파했다. 이는 ‘거품을 해소하고, 본질을 회복하는’ 맥락과 상통한다. 즉 한국적 상황에서 여전히 ‘사회적 루저’로 스티그마가 붙어 다니는 전문대학 구성원들의 가슴을 보듬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금과옥조임에 분명하다. 부디 새 정부의 비전과 철학이 교육부의 고등단계 직업교육정책으로 융융하게 녹아들기를 희원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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