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부담 고대·연대·홍대 등 인원감축 도미노

‘경희대 모델’ 부각…‘효과 있다 VS 불완전 모델’ 의견 분분
전문가들 “대학의 사회적 책무” 강조, “사회적 의제화 필요”

▲ 지난 18일 고려대, 연세대, 홍익대 등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 모여 연대집회를 벌였다. (사진= 이하은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지희·이하은 기자]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새해부터 대학가에는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의 구조조정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급히 고려대와 연세대를 방문하면서 사태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까지 나서서 대학을 압박하는 모양새에 비판 여론도 적지 않지만 대학이 협상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서 노동자들과의 마찰은 계속될 전망이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서울 대학 10여 곳은 지난해 시급을 6950원에서 7780원으로 올렸다. 이에 대학들은 결원을 아르바이트로 채우거나 충원하지 않았다. △연세대 미화 16명, 경비 15명 △고려대 미화 10명 △홍익대 미화 4명 △인덕대 미화 4명, 경비 2명 △덕성여대 미화 1명 △숙명여대 미화 1명 등이 감축됐다.

정년퇴직 빈자리 ‘알바’로 대체…일방 해고하는 경우도 = 연세대는 청소경비노동자들이 무기한 점거 농성에 돌입하며 강경히 맞서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연세대분회 소속 노동자 100여 명은 지난 16일 인원감축과 아르바이트 대체 등 학교의 일방적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연세대 본관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시도, 어림없다” “알바천국 연세대는 구조조정 중단하라” 등을 외치며 결원 충원을 요구 하고 있다.

고려대도 상황이 비슷하다. 학교는 지난해 정년퇴직한 10명의 청소노동자 자리를 이미 단시간 아르바이트로 대체했다. 이에 고려대 노조는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가 기존 노동자들의 자리를 줄이고, 저질의 일자리를 확대하려한다”며 반발했다. 고려대 노조는 매일 조식 선전전을 통해 이 같은 학교의 방침을 규탄하고 있다.

동국대 노조도 최근 학교가 정년퇴직에 따른 전일제 노동자의 빈자리를 충원하지 않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오종익 동국대시설분회장은 15일 열린 학내 집회에서 “학교가 청소노동자 84명 중 올해 초 정년퇴직하는 노동자 8명의 자리를 채우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이 자리에 근로장학생을 선발해 대체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홍익대의 경우 학교가 노동자를 고소하는 동시에 미화 노동자를 해고해 마찰을 빚고 있다. 홍익대는 지난해 시급 830원을 인상했다. 이후 학교는 용역업체를 바꾸면서 미화 노동자 4명을 해고했다. 건물 2개동을 제외하고 새로운 용역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해당 건물에 근무하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또 청소경비노동조합원을 업무방해, 명예훼손, 모욕, 상해, 건물 침입, 감금, 재물손괴, 강요미수 등 8가지 죄목으로 고발했다.

▲ 청소경비노동자들은 대학의 일자리 감축을 규탄하고, 대학은 재정 부담을 이유로 대립하고 있다. 연대집회에 참석한 청소노동자가 반대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 이지희 기자)

대학 측 “재정 어려워”…인력 대체에는 “문제없다” = 학교 측은 등록금 동결과 최저임금 인상에 임금 지급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고려대 김금성 분회장은 “학교는 비용을 아끼겠다는 게 큰 이유”라며 “학교에서 등록금을 동결됐고, 재정이 어렵다고 하면서 정규직 채용은 아예 없을 것이라고 이미 선전포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홍익대 박진국 분회장도 “재단적립금 7000억원으로 1위인 홍익대가 노동자 돈을 아낀다고 4명을 해고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학교가 가장 취약한 계층인 노동자들을 죽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홍익대 기획처 관계자는 “학교로서는 재정이 악화되니까 청소 범위를 줄이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모든 대학이 같은 상황일 것이다. 입학금이 단계적으로 폐지되는 마당에 필요한 경상비는 증가하고 있다”며 역시 재정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들었다.

또 대다수의 학교에서는 정년퇴직으로 생긴 빈자리를 아르바이트로 대체하기 때문에 기존 노동자들의 처우나 임금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연세대 기획처 관계자는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변경된 것은 전혀 없다. 또 해고는 전혀 없었다. 다만, 자연 감원된 부분을 파트타임 등 다른 고용 방식으로 바꾼 것뿐이다. 또 퇴직으로 인해 빈자리를 파트타임으로 채웠기 때문에 노동 강도에 영향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경희대 모델’ 주목…완전한 대안 아니라는 지적도 = 그 가운데 학교의 자회사 설립으로 직고용 방식을 도입한 경희대 모델이 주목을 받고 있다. 경희대는 지난해 산학협력단이 100% 지분을 출자해 ‘케이에코텍’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자회사에서 청소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한다. 이에 따라 경희대 청소노동자 140여명은 정규직 신분으로 70세까지 정년을 보장받게 됐다.

경희대의 이 같은 노력은 학교의 상생방안을 고민하는 데서 출발했다. 이전보다 비용이 조금 더 들긴 했지만 학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차이였다는 게 경희대 측의 설명이다.

경희대 관계자는 “청소노동자들은 용역과 계약하던 이전과 달리 학교의 도움을 받고 정년 보장도 받게 됐다. 학교 입장에서는 청소노동자들이 소속감을 가지고 일하게 되고, 마찰도 줄어들었다”며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경희대 모델에 의문을 가지는 시각도 있다. 자회사를 통한 고용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대학이 사용자성을 회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금성 고려대 분회장은 “경희대 모델 또한 학교가 완전 직고용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완벽한 대안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문제 반복, 갈등 지속되는데 해법 없나 = 전문가들은 학교가 사회적 책무를 가지고 고용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강승복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실질적인 사용자는 학교다. 따라서 학교는 사용자로서 의무를 가져야 한다. 용역회사와 얘기하라고 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는 것”이라며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학교가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자연 감소하는 노동자의 자리를 단시간 노동으로 채우는 것 자체가 위법은 아니지만 이로 인해 기존 인력의 업무량이 증가하면 노동 여건 저하에 따른 위법”이 될 수 있다며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대학의 인식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에 하 교수는 “경희대 모델이나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며 “약자들의 연대를 통해 문제를 사회적인 의제로 연결해 해결하는 방식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