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총, 개헌 주제로 국회 토론회 개최
김명자 회장 “현행 헌법 속 산업, 60년대 머물러”
정치·법조계 “과학계 뿐만 아닌 모든 국민과 함께”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과학기술사회는 21세기 삶의 현실 조건이다. 더 자유롭고 평등하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 본보기로 제시하는 게 개헌의 화두다. 새로운 사회문제에 대처하고 삶의 질의 균등한 향상을 위한 전제다. 다문화, 성평등, 개방사회 등과 함께 헌법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김현철 이화여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26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과학기술사회를 반영하는 헌법의 기본 개념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과총은 이날 자체 개헌TF에서 논의를 거쳐 마련한 개헌안 초안을 내놓았다. 과학기술사회를 헌법 정신에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통문화의 계승, 민족문화의 창달을 제시하는 헌법 9조에 ‘미래 사회에 대비하고,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과학기술혁신에 노력해야 한다’는 2항을 새로 신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과학기술자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22조도 수정해 확대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신설 조항을 만들어 보다 구체적으로 과학기술자의 기본권을 명시하자는 것이다. △과학기술 연구의 자유 △법률에 따른 권리 △국가의 개발 의무와 사회 확산 △과학기술을 이용한 위험 관리와 국민 보호 의무 등이다.
과학기술계의 개헌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의 논의는 현행 헌법 중 과학기술이 경제 발전의 도구로 종속되는 대목인 헌법 127조를 수정하는 데 집중해 왔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는 지난해 11월 토론회를 열고 ‘국가는 과학기술의 혁신과 정보 및 인력의 개발을 통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노력해야 한다’는 헌법 127조 1항을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내놓은 바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가 설문조사를 실시, 응답자 2280명 중 73%가 이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과총의 개헌안도 127조 개정을 포함하고 있으나, 총강과 기본권으로 무게가 더 실린 것이 특징이다. 토론 좌장을 맡은 김명자 과총 회장도 “국가가 과학기술을 통해 국민경제 발전에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과학계에서는 독소조항이라고 본 것이다. 경제성장만을 위해 국가가 (과학기술 발전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이라며 그간 나오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김 회장은 이어 “헌법을 읽어보면 아직 60년대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우리가 지금 사는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않는 개헌을 2018년에 한다는 것이 말이 되겠나”고 지적했다. 박경주 변호사는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을 거론하며 헌법 상 과학기술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에서 모든 것을 급격하게 변화시키는 핵심으로 떠올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토론에 참여한 법조계와 정치권 인사들은 과학기술인만을 위한 헌법이 아닌, 국민 모두를 아우르고 설득할 수 있는 원칙을 세울 것을 주문했다. 개헌 논의에서 정치구조 개혁에 모든 논의가 집중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내 논의에 적극 반영하겠다”면서 “과학기술이 존중되고 대한민국이 혁신적인 국가로 나아가는 것이 앞에 배치됐으면 한다. 국가가 무엇을 지향하는 것인지 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지선 변호사는 “모든 내용이 중요하지만 다 담을 수 없다면 기본권에 가장 집중해야 한다. 주어도 과학기술인이어서는 안 되며, ‘모든 국민’이라고 시작해야 한다”며 “과학기술인만을 위한 기본권이라는 조항을 넣게 되면 국민들의 마음을 설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임기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도 “이제 개헌을 추진하는 방안에도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교육계의 인사도, 산업계도 수용해야 한다. 그래야 ‘과학기술의 이해관계에서 나온 개헌이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변재일, 이상민, 유승희, 신경민), 자유한국당(송희경), 국민의당(신용현, 오세정) 국회 과방위 여야 3당의 의원들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과학기술계에서도 이명철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이 참석했으며 과학기술 전문 법조인 8명이 패널로 참여했다.
이미 개헌안을 마련해 서명 운동과 청원을 추진중인 ESC에서도 김래영 개헌TF 팀장이 초청돼 준비 중인 개헌안을 소개했다.
과총은 이날 토론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 과학기술사회를 명시한 총강 9조 2항 신설을 최우선으로 두는 것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정리해 정치권에 청원서를 낼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