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이화여대, 대학생 심리 위기 극복 주제로 대학교육 정책포럼 개최

▲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이 30일 대학교육 정책포럼에서 대학생 정신건강의 심각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사진= 장진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장진희 기자] 취업 스트레스 및 성폭력 피해로 인한 트라우마 등 대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치유하기 위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이화여대 학생상담센터가 해결책 모색에 나섰다. 이들은 최근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대학생 정신건강을 위해 "정부가 학생상담센터 운영에 관심을 갖고 정책적ㆍ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교협과 이화여대 학생상담센터는 30일 오후 이화여대 이삼봉홀에서 ‘대학생의 심리적 위기 극복 및 인성계발 지원 방안’을 주제로 제57회 대학교육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 장호성 대교협 회장, 채훈관 U1대 총장, 박제일 전국대학교학생생활 상담센터협의회장을 비롯한 대학 상담센터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자살 충동을 경험한 비율이 40에%에 달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지난해에는 우리 대학 학생들이 트라우마를 경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행복지수가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한국이 압축성장하는 과정에서 물질적 풍요에는 관심을 가졌으나 마음의 문제에는 소홀했다“며 ”우리 대학 학생들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건강한 시민으로 자라게끔 도와주지 않으면 정신건강 문제는 대를 잇게 될 것이다. 오늘 참석한 대학 상담센터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좋은 정책을 논의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축사에 나선 박제일 상담센터협의회장은 “오늘 행사는 김혜숙 총장이 제안하고 대교협에서 제안을 받아들여 진행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평가에 심리 지원에 관한 지표가 포함됐다. 이제야 조금씩 대학생 심리건강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이 관심이 대학평가 지표에만 국한되지 않도록 이 포럼이 제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장호성 대교협 회장도 격려사를 통해 “대학생들이 졸업을 해도 취업을 못해 각종 자괴감에 시달리고 있다”며 “대교협에서도 포럼에서 나온 내용이 정책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첫 번째로  유영권 한국상담심리학회장(연세대 교수)은 ‘상담센터를 통한 대학생들의 정신건강 증진 방향’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유 회장은 “최근 들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고위험군’에 속한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들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치료 공동체 파괴 △자기중심적 문화 △지나친 경쟁을 들었다.

유 회장은 “이상민 고려대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대학 상담센터를 운영하면 그 운영비용의 90배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에 동의한다”며 “상담센터가 제 역할을 하면 연쇄살인 및 성범죄 등 잠재적인 사회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 회장은 대학 상담센터를 내실 있게 운영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문인력 충원 △전임상담원의 고용 안정화 △총장 직속기구로 분류 △성폭력센터와 분리 △교육기능 유지 △정신과 의사와의 협업 △대학평가 시스템에 상담센터 현황 적극 반응 △학사경고 학생에 대한 돌봄 △정신건강 문제로 휴학한 학생에 대한 상담 등을 제시했다.

▲ 천성문 한국상담학회장(부경대 교수)가 ‘미투 운동과 학생상담센터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주제로 강연을 열고 있다. (사진= 장진희 기자)

두 번째 기조강연자로 나선 천성문 한국상담학회장(부경대 교수)은 최근 대학가에 불거지고 있는 ‘미투운동과 학생상담센터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천 회장은 “미투운동이 대학가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 성평등 상담센터의 기능이 주목받고 있다”며 "성 관련 문제는 학생상담센터에서 독립해서 전담기구를 설치해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관련 상담과 일반 상담이 한 기관에서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이어 천 회장은 “대학 성폭력 상담기구의 상담원이 대부분 기간제 계약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성폭력 및 인권침해관련 전공의 전문상담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대교협 지원으로 진행된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대학생의 심리적 위기 현황과 실태’라는 주제로 오혜영 이화여대 특임교수가 발표를 했다. 오 교수가 2015학번 이하의 대학생 총 91명을 대상으로 서면조사 및 인터뷰를 한 결과 이 세대는 SNS를 통해 세월호 사건을 접하면서 사회적 부조리와 국가에 대한 불신으로 트라우마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도 이들은 졸업 이후의 삶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감소함에 따라 취업에 대한 경쟁과 불안을 경험했다.

또 오 교수는 대학생들이 처한 심리적 어려움으로 크게 △등록금 및 생활비 등의 경제적 어려움 △목적없는 스펙쌓기와 정체성 상실 △인터넷 관계 치중과 정서적 완충지대 부족으로 인한 유대감 형성의 어려움을 들었다.

‘대학상담센터 운영 모형 연구’를 주제로 발표한 김동일 서울대 교수는 “전국에 약 190여 개의 대학 상담 관련 기구가 있지만, 양적 성장과 문제행동중심의 치료적 접근에 치중한 한계가 있다”며 "통합적 상담 모형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대학상담센터 운영 모형으로 △기본형 △표준형 △확장형 세 가지의 모형을 제안했다. 그는 “개별 대학의 대학상담센터 역량 증대를 위한 지원체계 설립과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정토론은 박제일 회장의 사회로 이동훈 성균관대 교수, 권현용 협성대 교수, 서영석 연세대 교수, 이화여대 재학 중인 전혜진씨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대학 상담센터 기능 활성화를 위한 전문상담인력 육성, 신분 안정, 상담센터 기능 체계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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