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원빈 POSTECH 교수.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작년 12월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한국 소방 시스템의 고질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장비 노후화도 그중 하나였다. 소방대원이 사용하는 무전기가 먹통이 된 것. 당시 충북소방서 119 상황실은 2층에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을 호출했다. 그러나 답이 없었다. 현장 화재조사관 사무관에게 전화를 걸어야 했다. 정부 소방합동조사단은 제천소방서 기지국의 중계소 송출 기능에 이상이 있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본래 난청지역이어서 ‘먹통’이 잦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연구진이 촌각을 다투는 현장에서 눈과 귀 역할을 해줄 장비를 개발했다. 홍원빈 포항공대(POSTECH) 교수(전자전기공학) 연구진과 포항 남부소방서는 ‘일체형 소방용 무전 헬멧’을 개발했다. 소방용 헬멧에 안테나와 무전기를 삽입했다. 따로 조작하지 않아도 무선 통신을 수신할 수 있도록 했다.

소방관들은 지금까지 방화복 상의에 무전기를 끼워놓고 사용했다. 시끄러운 현장에서는 이어폰을 꼈지만 빠지기 일쑤였다. 헬멧을 쓰면 소방 작업 시에 이어폰을 끼지 않아도 정보를 받을 수 있다. 두 손을 구조와 소방 작업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탈ㆍ부착이 가능한 형태로 제작했고, 물로도 세척할 수 있다. 현장 소방관들의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최근 과기정통부는 시민의 삶과 안전에 기여하는 과학기술 개발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대학의 연구성과와 관공서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좋은 예다. 연구책임자 홍원빈 교수는 보람을 느낀다며 “구조활동은 우리 모두의 안전과도 관련된 만큼, 사회의 발전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 연구진이 개발한 무전기 일체형 헬멧의 3D 모식도.(자료=POS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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