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민욱 문경대학교 부총장

▲ 길민욱 부총장

지난 11일 오전, 교육부가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발표했다. 대학관계자로서 이날 발표를 지켜봤다. “4차 산업혁명의 큰 흐름 속에서 희망찬 미래를 준비하려면, 지금이야말로 우리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꿀 적기다. 2020학년도부터는 실제로 입학할 학생들보다 대학입학 정원이 많아지게 되는 등 이제 대학이 주도적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시기는 지나갔다”는 교육부장관의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입학자원 감소로 2020년부터 대학 미충원 문제가 본격화돼 2022년에는 8만2000여 명이 미충원되는 미증유의 사태가 예견된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 인구구조의 변화 등 미래사회 변화의 소용돌이는 고등직업교육을 이끌어온 전문대학들에 더 이상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이 상황은 마치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가지 않은 길’에서 언급한 ‘두 갈래 길’ 앞에 서서 어느 길이든 선택하도록 내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며 인구절벽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얼마 전 ‘4차 산업혁명’을 키워드로 도서검색을 해보니 2300여 건이 검색됐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인 것만은 분명하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많은 책들과 각종 강연들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지만 그 실체는 오리무중이다. 19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 세계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시대’로 흘러갈 때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을 선언한 것처럼 우리는 예전에도 오늘과 같은 혼돈을 경험한 바가 있다.

클라우스 슈밥은 최근 《제4차 산업혁명 THE NEXT》를 출간하면서 “지금 세계는 중요한 교차점에 있다. 우리가 올바른 길을 가는지는 우리가 선택하는 ‘가치’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신중하게 이러한 기술의 기회와 위험을 모두 살피며, 인류 공통의 이익을 위한 공동의 기관과 책임이 작동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리가 느끼는 혼돈과 선택의 공포는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으로 특징되는 미래는 교육 분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2015 세계미래회의의 예측은 정치·국회의 소멸과 함께 드론‧로봇‧트랜스 미디어의 부상을 강조했다. 특히 전통적인 한 가지 미디어의 경계선을 넘어 서로 결합·융합돼 한 개의 스토리를 신문‧방송‧모바일‧게임‧광고‧소셜미디어‧영화 등 모든 분야의 미디어에 확산시키는 트랜스 미디어의 전성기에 주목했다. 이것이 교육에 미치는 의미와 영향은 이른바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학생들의 교육에 대한 참여수준을 확장하는 '수요자 중심 패러다임'의 실현이다.

이러한 미래의 도전에 전문대학은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어떻게 응전해야 할까. 단순한 지식과 숙련 중심 직업교육에서 산업과 직업세계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역량 중심 직업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따른 변화된 환경에 살아갈 미래 학습자들에게 필요한 ‘핵심역량’을 영국‧캐나다‧호주 등은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 핵심역량을 도입하고 있다. 4년제 대학은 학부교육선도대학육성사업(ACE), 대학자율역량강화지원사업(ACE+) 등을 수행하면서 각 대학만의 핵심역량을 도출하고 이를 교양교육, 전공교육, 비교과교육 등의 질적 개선에 연계시키고 있다. 교육부는 2018년부터 신규로 ‘4차 산업혁명 혁신선도대학사업’을 추진하고, 4차 산업혁명 유망 신산업 분야에 대응하는 융합지식과 4C 능력을 갖춘 문제해결형 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 내 교육 과정과 교육 환경을 혁신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역량 있는 전문직업인 양성의 엄중한 책무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오롯이 전문대학의 몫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일부 전문대학들도 핵심역량을 도출하고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다행이다. 존 듀이의 말을 되새기면서 책무를 다하자. “오늘의 학생들을 어제의 방식으로 가르치는 것은 그들의 내일을 빼앗는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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