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 서정대학교 교수

▲ 조훈 교수

문재인 정부의 52번 국정과제는 ‘고등교육의 질 제고 및 평생·직업교육 혁신’이다. 2017년 11월 국정과제로 선정된 이후 지난 1월 교육부 차관을 단장으로 민관합동 추진단이 구성됐다. 이후 전문가회의, 대국민 제안 아이디어 공모와 이해 당사자인 특성화고, 전문대학, 산업별협의체 등 분야별 현장수렴을 거쳐 7월 한 달 동안 3번의 공청회를 거쳐 드디어 마스터플랜이 나오게 됐다.

평생직업교육마스터플랜을 특성화고등학교나 마이스터고 등 직업계전문고등학교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미래의 진로 로드맵을 결정하는 데 아주 중요한 나침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학생들의 진로진도를 맡고 있는 고등학교 진로진학상담교사나 3학년 담임교사 입장에서도 이번 마스터플랜은 학생지도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지침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번 마스터플랜의 진로교육의 관점에서 핵심을 꼽자면 바로 전문직업인 성장경로 모델이다. 아랫 그림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대학을 바로 진학하지 않고 초급기술인으로서의 입직을 하는 경우, 중등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직업계고등학교와 일부 일반계고등학교에서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입직준비를 위한 교육을 담당한다. 이후 먼저 취업을 하고 일정기간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후 역량개발을 위해 후학습(학위)과 자격취득을 위한 진로를 밟게 된다. 이러한 후학습을 위한 역량개발에 참여하는 대학은 전문대학, 폴리텍, 일반대학, 그리고 사내대학 등을 열거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정부의 마스터플랜에서 보면 이러한 진로경로는 공식 표준(de jure standard)에 속한다. 그러나 이번에 마스터플랜를 만들기 위한 의견수렴과정에서 정부가 강조하는 부분 중하나가 ‘국립대 후학습자 전담과정 운영대학 확대’이다. 지방의 국립대학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의도는 이해가 되나, 한편으로 고등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전문대학이나 폴리텍 등의 입장에서 보면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진로경로의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이 국립대학 중심으로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과거 특성화고등학교의 ‘동일계 대학진학’이 특성화고등학교를 또 하나의 대학 가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 놓았듯이 이번에 이러한 조치는 본래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미 정부는 초급 기술자가 중견기술인으로 가기 위해서 고등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역할을 전문대학이나 폴리텍에 부여하고 있다. 또한 고등직업교육의 ‘국가책임강화’를 이번 마스터플랜에서도 강조 하고 있다. 산업과 기업이 요구하는 숙련된 미래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직업훈련 본질에 초점을 두고 고등직업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에 과감한 인프라 투자를 해야 한다. 교육과정을 바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교육과정 혁신을 위한 과감한 재정지원이 이루어 져야 한다. 이미 정부 주도로 추진하고 있는 ‘Match業(한국형 나노 디그리)’이나 ‘마이크로 디그리(시간제등록제)’는 ‘학위’보다는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능력’위주의 고등직업 교육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뿌리 깊은 ‘학벌중심주의’의 ‘사실상의 표준’을 바로잡아야 한다. 아무리 정부의 의도가 선하더라도 소비자의 입장이나 학생들의 진로 경로 설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진로교사나 진로 컨설턴트 시각에서 보면 ‘국립대의 후학습자 전담과정 확대’는 ‘역량개발’보다는 ‘대학진학’에 목말라하는 학생들에게 매력적인 ‘사실상의 표준’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