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조선이공대학교 평생교육원

111년 만의 폭염만큼 사무실 전화가 뜨겁다. 광주광역시와 광주평생교육진흥원이 지원하는 경력단절여성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연계 프로그램인 ‘SW코딩 & 3D프린팅 융합교육 전문강사 양성교육’의 교육생 모집이 홍보 3일 차 순식간에 마감됐다. 8주간 주 2회씩 진행되는 수업 외에도 자기주도적 학습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학습동아리 활동과 보조강사로서 봉사활동까지 포함된 교육과정임에도 성인학습자들의 배움의 의지는 강하고 취업에 대한 의욕은 높았다.

1972년 유네스코(UNESCO)는 ‘인간이 지속적으로 존재하고 진화해가기 위해서는 중단 없이 학습을 해야 한다’며 존재하기 위한 학습(Learning to be)을 역설했다.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수없이 쌓이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며, 정보기술의 발달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재촉해 현대인들이 이를 따라가기 힘겹게 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로 한평생을 큰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힘들게 됐다. 학교를 졸업하고 때로는 직장에서 은퇴했어도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존재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배워야 하는 평생학습의 시대가 된 것이다.

지식기반사회의 패러다임 변화로 지속적 경제발전과 사회적 성장을 위해서는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이 강화돼야 하며, 전 생애에 걸친 능력개발을 통해 사회공동체의 질을 제고해야 하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지식의 생성주기 단축, 고령화 사회로의 급진전, 고용안정성 불안 등으로 성인학습자의 평생학습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이런 맥락에서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의 평생학습 생태계는 어떠한가? 대학은 지역사회의 다른 평생교육기관에 비해 지니는 장점이 많다. 각 분야마다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교육 시설의 활용 면이나 학위와 자격증 부여 등 행정 절차와 운영 면에서도 유리한 면을 지니고 있다. 대학의 이념에 교육과 연구 이외에 ‘봉사’라는 이념이 포함되는 것은 대학의 인적·물적 자원을 지역사회에 개방해 주민들에게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라는 미션과 관련이 깊다.

대학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수의 대학 평생교육은 부설 평생교육원을 통해 기존의 비학위 과정이나 자격증 취득을 위한 부수적 교육기능으로 인식되고, 대학의 재정보조 수단으로 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학 평생교육원의 실질적 운영에서 드러나는 한계점은 운영 프로그램 대부분이 교양 및 취미 프로그램 위주의 수익창출형 프로그램에 치중돼있고, 강사는 본 대학의 교수보다 외래 강사를 초빙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가 부담하는 실직자, 소외계층, 노인교육 관련 평생교육 프로그램과 지방자치단체와 산업체에서 위탁하는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대학 평생교육원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성인학습자가 직접 지불하는 수강료에 의존하고 있다. 그나마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을 위한 다수의 무료강좌를 개설하면서 지역 내 대학 평생교육원은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두의 교육생 모집이 성황리에 마감된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 평생교육이 학문적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성인학습자의 신뢰와 만족을 이끌어낼 수 있는 양질의 교육과정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성인들의 학력수준이 높아지고 여성의 사회진출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시점에서, 전문성을 담보하는 성인계속교육과 취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직업능력향상 프로그램 운영 등 성인들의 평생학습에 대한 요구와 기대를 가장 잘 충족시켜줄 수 있는 기관이 바로 대학이라는 방증 아닐까. 평생학습기관으로서의 대학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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