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학령인구 감소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 중요성↑
한국어 못해도 입학‧졸업 가능해 ‘학위 장사’ 비판도
학자금 상환 않고 떠난 유학생, 미상환액만 2000억원

자료 한국장학재단

[한국대학신문 이하은‧주현지 기자] 재정 위기로 생사의 갈림길에 선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 활로를 찾고 있다. 동시에 교육부가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유학생 유치 방안을 내놓으며 유학생 14만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불법체류자로 변모한 ‘무늬만 유학생’, 학자금을 상환하지 않고 본국으로 떠난 ‘먹튀 유학생’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유학생이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들은 당장 ‘대입 인구 절벽’을 앞두고 있다. 이미 대학 내 학생 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재학생과 휴학생을 합친 전체 재적학생 수는 올해 337만8393명으로 지난해보다 전체의 1.7%에 해당하는 5만8916명이 감소했다.

이에 교육부는 2015년 학령인구 감소 대비와 국가‧대학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유학생 유치 방안을 내놨다. 2023년까지 유학생 20만 명을 유치한다는 내용의 ‘유학생 유치 확대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이를 위해 △대학의 유학생 유치‧관리 역량 강화 △우수 지방대 유학생 유치 활성화 △유학생 유치지원 및 기반 구축 등 3대 정책과제를 수립했다.

그 결과 2016년 외국인 유학생 수가 10만 명을 돌파한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의 ‘2018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2018년 전체 외국인 유학생 수(재적학생 기준)는 14만2205명으로 전년 대비 14.8% 증가했다.

이처럼 외국인 유학생 수는 점차 늘고 있지만, 관련 대책 미비로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 한국어 못해도 입학‧졸업 가능?…무분별한 학위 장사 논란 = 한국어능력시험의 평가 기준을 낮추는 등 한국 유학의 문을 열어둔 가운데 외국인 유학생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유학생이 언어능력 부족으로 수업 진행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대학이 학위장사를 위해 무분별하게 유학생들을 유치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들이 국내 대학‧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 전화나 부탁 등을 할 수 있는 수준인 한국어능력시험(TOPIK) 2급만 있으면 가능하다. 또 일반적 업무가 가능하고, 알기 쉬운 내용의 뉴스‧기사 이해가 가능한 수준인 TOPIK 4급 이상을 취득해야 졸업할 수 있다.

하지만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외국인 유학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학위과정 유학생 중 TOPIK 4급 이상을 받은 학생이 한 명도 없는 대학은 전국 217개 대학 중 43곳(19.8%), 대학원은 전국 659개 대학원 중 285곳(43.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제는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유학 온 외국인 학생들이 사실상 우리 국어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학생 수를 늘리는 등 양적 증가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교육의 질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 불법체류자로 전락한 외국인 유학생들 = 유학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국내 입국 후 잠적해 불법으로 취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정부‧대학 관계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와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외국인 유학생 불법체류 현황’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이 16만1371명을 기록한 가운데, 불법체류 중인 유학생은 1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 유학생 불법체류 규모는 2016년 5652명에서 2017년 8248명으로 45.9% 증가했으며, 2018년 8월 기준 1만1176명으로 지난해 대비 35.5%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법무부와 교육부는 유학생이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13년부터 매년 전국 대학을 평가해 ‘비자발급 제한 대학’을 선정한다. △불법체류율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 부담률 △의료보험 가입률 △언어능력 등을 심사한다. 올해 전국 15개 대학이 ‘비자발급제한 대학’으로 분류됐다. 2013년 제도FMF 시작한 이래 최고치다.

평가를 통해 유학생 불법체류율이 10%를 넘는 등 유학생 관리가 부실한 대학은 비자 발급을 일정 기간 제한받기도 한다. 또 불법체류율 1% 미만으로 인증된 대학은 비자 발급을 위한 제출 서류가 대폭 완화돼 보다 더 간단한 유학생 선발이 가능하게 된다.

이로 인해 유학생 불법체류율을 줄이기 위한 위법행위가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한 대학은 유학생 이탈률을 줄이기 위해 베트남 국적의 유학생 5명을 대상으로 불법취업을 알선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유학생 관리를 위한 충분한 인프라 구축 없이 수용하다 보니 유학생 유치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비판이 다수다. 김해영 의원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대학 구조개혁 등에 대한 돌파구로 삼으려는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교육부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 정책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내실 있는 사후 관리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학자금 상환 안 하고 떠난 ‘먹튀’ 유학생, 미상환액만 ‘2000억원’ = 학자금대출 이후 이를 갚지 않고 출국하는 이른바 ‘먹튀’ 유학생 문제도 심각하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을 받은 후 해외이주 또는 해외유학을 사유로 출국하는 경우 별도의 상환관리가 필요함에도 한국장학재단은 출국자의 자진신고에만 의존하고 있어 미신고자에 대한 상환 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 해외이주 및 해외유학 신고자 현황’에 따르면 현재까지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을 받고 해외이주를 신고한 누적인원은 총 311명, 미상환 대출 잔액은 10억9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유학을 신고한 누적인원은 총 2만7803명으로 미상환 대출 잔액은 1996억원에 달한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에 따르면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을 받은 채무자가 해외이주를 할 경우 출국 전 신고하고 대출원리금 전액을 상환해야 하며, 전액 상환이 어려우면 분할상환을 약정할 수도 있다. 해외유학의 경우에도 유학계획 및 원리금 상환계획을 사전에 신고해야 하며, 유학계획기간 종료일로부터 1년 후까지 귀국하지 않으면 대출원리금 전액을 상환해야 한다.

문제는 해외유학 출국자가 자진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한국장학재단에서 파악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한국장학재단은 6개월 이상 해외출국자에 대해 우편·이메일 등을 통해 신고 의무 안내를 하고 있지만, 이들이 단순 해외 체류자인지 해외유학 신고대상자인지 확인할 수 없어 해외유학생에 대한 별도의 상환 안내 및 관리 부실이 우려된다.

박경미 의원은 “해외유학생 미상환자 중에는 유학계획기간 연장 신고를 잊었거나, 대출금을 상환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학생들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애초에 미신고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외이주자 및 유학생에게 신고 의무를 확실하게 알리고 신고 현황을 관리하는 사전적 대처가 학생들과 재단 모두에 바람직한 상환 관리의 근본적 대책일 것”이라며 조속한 제도 개선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 부작용 대책 마련까지 갈 길 멀어 = 외국인 유학생 증가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는 가운데 교육부는 지난 2월 비자발급제한 대학과 과거 제한 조치를 받은 일부 대학을 대상으로 ‘외국인 유학생 모집제한 권고에 따른 맞춤형 컨설팅’을 시행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불법체류자와 관련한 사안이었다. 현장에서는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는 ‘불법체류자 신고포상제’ 도입부터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 지역 센터 증설, 불법체류율 산정기준 개선 등 다양한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자 교육국제화담당관실 과장은 “컨설팅 때 전문가가 1대1로 붙어 보완할 부분을 상담했다. 법무부도 참여했다. 불법체류자는 법무부 소관이며, 교육부는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큰 학교라고 하더라도 신규 입학자가 적으면 (불법체류자율 계산에) 불리하다. 신규 입학자가 있다가도 끊기면 대학이 유학생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강정자 과장은 한국어 자격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한국어 자격 요건을 강화하려고 하지만, 정부차원에서 유학생 20만 명 확대를 목표로 했으니 이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대학마다 입장이 천양지차라서 합치된 의견을 모으기 어렵다”며 “3주기 인증제를 앞두고 현장의 의견수렴과 정책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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