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서 현재까지 일생을 담은 기획 대담집

김우창과의 대화 두 발을 편안하게 꼰 채 푹신한 의자에 앉아, 한 손으로 이마를 받치고 다른 한 손은 옆으로 편히 늘어뜨려 놓아라. 젊은날의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랬던 것처럼. 어린 예수가 자기가 읽은 책의 한 대목을 설명하자 주위에 모인 어른들이 놀랍기도 하고 납득하기도 어렵고 하여 허겁지겁 반박할 자료를 찾느라 두툼한 책을 뒤적이는 헛된 짓만은 삼가라. 그저, 앞을 보지 못하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처럼, 책 읽어주는 사람의 한마디 한마디를 더 분명히 들으려고 지그시 눈감고 있는 그 모습에서 배워라. 조용히 하도록 애써라. 그리고 귀 기울여라. 책읽기는 대화다. 한나 아렌트의 주저「정신의 삶-사유」첫 장을 넘기면 다음과 같은 카토의 말이 적혀 있다. “인간은 자신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을 때 그 어느 때보다 활동적이며, 혼자 있을 때 가장 덜 외롭다.”고요와 고독의 존귀함을 가리키는 것이다. 고로, 혼자 생각한다는 것은 신성한 것이다. 그때서야 인간은 가장 의젓한 모습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고종석이 김우창을 가리켜‘처변불경의 이성’이라고 치켜세운 것 또한 이와 궤를 같이하는 대목이다.
그러하기에 김우창의 철학 혹은 삶의 태도는, 아무것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완전히 평정한 편안함, 안심입명의 경지라고까지 불릴 수 있는 것이다. 대가는 쉬 흔들리지 않는 법. 그의 글쓰기가‘웅숭깊되 섬세하고 넉넉하되 정교하다’는 평을 듣는 것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의 기념비적인 저작「궁핍한 시대의 시인」, 「지상의 척도」는 현재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책들이다. 70년대에 출간 된 것들이다. 부박한 후학들이 간수를 잘못한 탓이다. 하여 그에게 매료됐던 후학들은 뒤늦게서야 그의‘발언’에 목말라 하고 있다. 그가 간혹 써내는 일부 지면의‘촌평’에서나마 일희일비하는 까닭이 그것이다. 「행동과 사유」는 김우창에 관한 그간의 갈증을 일소한다. 책의 모양새는 정년퇴임 기념 기획 대담집이다. 김우창은 지난해 2월 40여 년 동안 걸머지고 있던 대학 교수라는 짐을 덜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그를가리키는 호칭은‘고려대 명예교수’다. 김우창과의 대담에는 고종석 한국일보 논설위원, 권혁범 대전대 교수, 여건종 숙명여대 교수, 윤평중 한신대 교수 등이 함께 했다. 2002년 가을, 4차례에 걸쳐 진행됐던 것을 최근에 갈무리해 한권의 책으로 묶었다. 책은 성장기에서부터 출발해 김우창의 상표격인‘심미적 이성’혹은‘구체적 보편’등과 함께 지식인, 언론, 권력, 세계화 등 주요 담론 대부분을 아우르고 있다. 책의 말미는, 우리 모두의 바람인‘행복한 삶’이 채우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김우창 스스로도 밝히고 있듯이, 말한다는 것과 쓴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점. 플라톤의 개념적 표현으로는, 나와 자아 사이의 소리 없는 대화인‘사유’라는 것을, 김우창의 육성 으로 고스란히 들을수 있다는 점에서는 되레 진귀한 기회일수도 있겠다. “성심과 성의가 없는 곳에서 제도와 법이 기능할 수는 없는 것이다”또는“깊이는 실존의 느낌이다”와 같은 잠언적 구절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를 일. 한편「행동과 사유」와 짝을 이루는「사유의 공간」은 한마디로‘김우창에 이르는 여러 갈래의 길’을 한데 모은 것이다. 도정일 경희대 교수를 비롯해 권혁범, 김상환, 문광훈, 송무, 이남호, 조규형, 정정호, 최장집, 황종연, 황호덕 등이 김우창의 문학과 철학 사상 전반을 살폈다. 일종의‘해설서’인 셈이다. 이승호 기자 news@unn.net 6개월만에 1백만부 팔린‘태풍의 눈’ 댄 브라운의「다 빈치 코드」 100만부 기념 이벤트 등 풍성
해리포터 이후 베스트셀러가 없던 올 출판계에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화제의 책이 있다. 댄 브라운의 소설「다 빈치 코드(베텔스만 코리아 출간)」는 출간된 지 6개월 만에 1백만부 판매를 돌파하면서 침체를 거듭하던 출판시장에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미국 작가 댄 브라운의「다 빈치 코드」는 예수의 결혼설을 둘러싼 비밀과 미스터리를 파헤친 작품으로 지난해 3월 미국에서 출간된 당시부터 책의 내용과 소재를 두고 허구냐 사실이냐 논란을 불러 일으키며 미국에서만 7백만부, 전 세계적으로 1천7백만부 가량이 판매되며 세계적인 메가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다. 평범한 무명 작가에 지나지 않았던 댄 브라운 역시 이 책의 성공으로 일약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올랐으며, 그의 이전 작품「천사와 악마」(베텔스만 출간), 「디지털 포트리스」(내년 출간 예정) 등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소설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박물관 장 자크 소니에르가 살해당하면서 시작된다. 소니에르는 죽어가면서 자신의 손녀인 소피느뵈에게 의문의 암호를 남기고, 소피는 기호학을 전공한 중년의 미국 대학교수 로버트 랭던과 함께 끝없이 이어지는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 이 과정에서 1099년부터 실존했다고알려지는 비밀 조직‘시온 수도회’와 현존하는 종교단체‘오푸스 데이’의 실체가 드러나고, ‘최후의 만찬’‘모나리자’등 미술 작품들 속에 숨겨진 비밀들도 하나씩 드러난다. 서울대 김성곤 교수(영문)는“다 빈치 코드는 픽션과 팩트가 혼합된 소설로 예술가들의 미술품과 기호학, 그리고 종교 비사에 대한 지식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한편 베텔스만 코리아는「다 빈치 코드」1백만부 판매 돌파를 맞아 11월 29일부터 2005년 1월 2일까지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다 빈치 코드 1, 2’를 구입한 독자에게 추첨을 통해‘삼성 파브 42인치 TV (15명)’, MP3 플레이어, SK 10만원권 상품권, 다빈치 코드 DVD 등을 증정한다. ■ 자명한 것들과의 결별 (김명인 지음, 창작과비평사)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로서 계간「황해문화」편집주간까지 맡고 있는 국민대 김명인 겸임교수의 세 번째 평론집. 수록된 글들의 발표 시기가 87년에서 2003년까지 17년이란 긴 시간에 걸쳐 펼쳐져 있다. 때문에 이번 책은 한국문학에 대한 저자의 시각과 입장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요약본’인 셈이다. ■ 옛시와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 (김풍기 지음, 해토) 한시 읽는 즐거움에 대해 찬찬히 들려주는 강원대 김풍기 교수의 산문집.평범한 일상의 언어를 통해 시 속에 담겨있는 아름다움과 오묘함을 포착, 눈앞에 펼쳐 보여주고 있다. ■ 허난설헌 (박혜숙 지음, 건국대 출판부) 허균의 누이 허난설헌. 대략 천 편의 시를 썼으나 다시금 그 시 모두를 불사른 채 스물 일곱의 나이에 요절한 천재 여류시인. 건국대 박혜숙 교수가 그의 삶을 평전 형식으로 새롭 게 재구성했다. 그와 영향을 주고 받은 주변 사람들의 여러 기록 뿐 아니라 그 작품 자체를 세세히 살 폈다. ■ 왜 우리 신화인가 (김재용·이종주 지음, 동아시아) 원광대 김재용 교수와 전북대 이종주 교수가 함께 펴냈다. 부엌에는 부엌신이 있고, 장독대에는 장독신이 있고, 산에는 산신이 있는, ‘신의 나라, 한국’에 관한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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