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 서정대학교 교수

조훈 서정대학교 교수
조훈 서정대학교 교수

우리에게 ‘내일을 향해 쏴라’로 알려진 영화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의 가장 명장면을 꼽으라면 주인공 폴 뉴먼이 캐더린 로스를 자전거 앞에 태우고 ‘rain drops falling on my head’을 부르는 장면이다. 그러나 이 행복한 광경도 잠시뿐 폴 뉴먼은 자전거를 버리면서, ‘미래야 가라’라고 외친다. 현실을 위해 미래를 포기하는 주인공은 결국 말을 타고 은행을 털다가 죽음을 맞는다. 현재를 위해 미래를 포기하는 것은 우리 인간들에게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마치 미지근한 물속의 개구리가 서서히 온도가 데워지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결국 물속에서 죽어가는 이치와 비슷하다.

우리 대학은 지금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의 위기에 와 있다. 특히 2019년은 그렇다. 대입학령인구가 본격적으로 감소하는 원년이기도 하지만 인공지능, 5G. 블록체인과 생명과학 혁명으로 대변되는 기술변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2차 산업혁명을 주도했던 GE가 기존의 조명, 발전기 터빈, 가전제품 중심에서 2010년 산업자산을 디지털로 재편하고 소프트웨어 중심기업으로 변신을 하고 있다. 19세기 창업이래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는 GE를 ‘125년 된 스타트업’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슈퍼 컴퓨터를 중심으로 3차산업혁명을 주도했던 IBM은 올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세계 최초로 인간과 인공지능이 토론을 나눌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의 AI플랫폼 ‘스피치 바이 클라우드’를 선보였다. 이뿐만 아니라 ‘21세기 기술견습 기업 연합’을 출범시켜 향후 5년간 IT분야에서 새로운 인재 양성에 필요한 450개 이상의 교육과정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노키아, 모토롤라 등 3차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수많은 기업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리지는 것도 우리는 목격했다.

한국의 대학은 지금 어떤 세대에 맞는 대학일까? 통신의 속도가 벌써 5세대인 5G(Generation)에 와있고,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을 그리고 일본은 소사이어티 5.0을 이야기한다. 우리 교육은 ‘탐구가 예상으로, 협력이 경쟁으로 그리고 발견이 암기로’ 가고 있는 전형적인 역주행 교육을 답습하고 있다. 교수자-학습자 간 수직적 교육의 2.0세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의 대학들은 기술변혁이 이끄는 사회변혁에 맞는 인재들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 체질을 완전히 바꾸어 나가고 있다. 애플의 54번째 직원으로 교육을 통해 애플의 혁신을 이끌었던 존 카우치 전 교육담당 부사장은 《공부의 미래》라는 책에서 ‘이제 교육은 보수하고 교체하는 수준의 변화가 아니라 교육의 회로를 새로 바꿀 때’라고 주장한다. 2007년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초등학생이었던 이들이 올해 대학을 졸업한다. 이제 모든 학령인구에 속한 아이들은 개인용 컴퓨터, 전자게임, 태블릿, 스마트 폰 그리고 인공지능에 익숙해져 가는 디지털 네이티브들로 꽉 채워져 있다. 일찍이 존 듀이는 ‘어제 가르친 그대로 오늘도 가르치는 건 아이들의 내일을 빼앗는 것’이라고 갈파했다.

어른들은 현대 기술을 ‘새로운 도구’로 인식하지만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그냥 ‘살아가는 환경’의 일부라 여긴다.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용어를 처음 쓴 미래학자 마크 프렌스키는 ‘교육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교사가 시대에 뒤처진 디지털이전의 언어를 갖고서 디지털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제 우리 대학에게도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우리대학의 경쟁자를 근처에 있는 다른 대학쯤으로 인식하는 수준은 남은 정년 동안 별 탈 없이 대학이 남아 있기를 바라는 ‘나만 아니면 괞찮아’라는 의식 수준과 같다. ‘공유와 협업’을 이야기하면서 ‘평가’라는 잣대를 가지고 경쟁을 부채질 하는 교육부의 인식수준도 다를 것이 없다. 결국 이 부정적 외부효과의 희생자는 학생들이 될 것이다. 훌륭한 인생 멘토를 통해 ‘학습부진아와 시급 5달러의 복지수당 수혜자’에서 《평균의 종말》의 저자이자 하버드 교육대학원 지성·두뇌·교육 프로그램의 책임자인 토드 로즈(Todd Rose)박사의 경우처럼 교수자들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통해 ‘디지털 네이티브’들의 훌륭한 멘토가 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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