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외국 대학, 그것도 중국이라는 나라의 대학에 있다 보니까 어떻게 교수로 오게 되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중국 대학의 교수 체계는 조교(助敎)-강사(講師)-부교수-교수의 순으로 되어 있고 각 직급마다 5년이 지나면 승진 자격이 생긴다. ‘조교’는 우리의 전임강사이고 ‘강사’는 우리의 조교수에 해당되는데 명칭만 다르다고 보면 된다.
중국 대학에서는 보통 시간강사를 잘 쓰지 않고 대학 졸업자도 곧바로 조교로 임용하여 강의를 맡긴다. 교수들의 월급은 학기 중 강의가 진행될 때와 강의가 없는 방학 때의 차이가 현저하여 중국의 교수는 우리의 시간강사와 전임강사 개념이 혼합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어과의 경우 학과가 한꺼번에 설립되었던 90년대에는 대학 졸업자들을 곧바로 조교로 임용하기도 했었다. 이제는 최소한 석사 학위는 가져야 임용 가능해졌으므로 한국어과의 중국인 교수체계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 교수제도는 이와 완전히 다르다. 필자는 북경어언대학 2년을 거쳐 북경외국어대에 2년을 소위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중으로 한국교수로서는 북경뿐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도 보기 드문 경우라 할 수 있다. 중국 학생이나 교수들끼리는 필자를 외국인교수, 약칭으로 외교(外敎)라고 지칭한다.
그러나 직급에 해당하는 중국식 용어는 객좌교수(客座敎授)이다. 우리식 표현으로는 초빙교수 혹은 초청교수라고도 할 수 있다. 외국어 학과에는 대부분 필자 같은 객좌교수(客座敎授)가 있다. 똑같은 교수지만 중국의 대학 측에서 초청한 경우와 중국 대학의 초청을 받은 동시에 본국에서 파견한 경우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중국대학의 초빙교수가 되면 대우는 어찌 되는 것일까? 본국의 지원을 받지 않는 경우는 보통 전가국의 월급체계에 따른 월급을 받으며 숙소와 의료보험을 똑같이 제공받는다. 월급은 박사는 3천7백원, 석사는 3천4백원, 학사는 2천원대(30만원대)를 받는다.
숙소는 전가루(專家樓, Expert House)라 하여 독립된 건물에 배정받게 되는데, 대개 대학 안에 있으며 학교 내에서도 학과와는 다른 소속 단위의 직원들이 관리한다. 이 전가루는 호텔과 동일하여 비어 있을 때는 일반인에게도 빌려준다. 대신 아파트이기 때문에 방값이 만만찮다. 최소한 하루 방값이 200원(삼만원)에서 4백원 정도까지 한다. 하루에 300원을 잡으면 한달 방값이 9천원(우리 돈 백삼십만 원쯤)이 되는데 월급은 4천원을 못 받으면서 집은 월급의 두배가 되는 곳에 사는 셈이다.
중국 대학의 초빙교수가 되어 가장 좋은 조건은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일일 것이다. 100% 혜택을 받는데 대개 3개의 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 하나는 동네병원, 하나는 대학부속병원이고 하나는 당간부들이 이용한다는 최고급 병원이다. 2원에서 5원하는 접수비만 부담하면 모든 진료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중국 대학들은 이런 초빙교수들을 최대한 줄이려고 한다. 그래서 초빙교수를 써야할 곳에 시간강사를 쓰기도 한다. 월급에 숙소에 의료비에 경비가 만만찮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외국인 초빙교수에게는 일주일에 14시간 내지 16시간의 강의를 맡기므로 중국 대학 측으로서도 절대로 비경제적인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외국어학과에서는 원어민 교수가 다 필요하지만 모든 외국어학과에 다 초빙교수 자리를 마련해주지 않기 때문에 대학 내에서는 서로 자기 학과에서 초빙교수를 모시려고 하여 암암리에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학과간 경쟁도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학과 윗선에서 경비절감을 위해 자리를 조절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중국 초빙교수의 대우가 좋지 않다고 여겨 기피하는 경우도 있지만, 중국으로 오려는 한국 교수들은 많고 초빙교수 자리는 한정되어 있으므로 막상 중국에 오려고 마음먹었을 때는 그렇게 용이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은숙 / 북경외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