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중 임금, 직장보험 및 퇴직금 등 ‘깜깜이’
학칙에 위임한 매뉴얼은 자체적으로 한계 있어
강사 해고 현실화되면서 대학과 강사 갈등 예고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대학과 강사 모두 만족하지 못할 것.”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강사법 안착을 위해 매뉴얼을 마련했으나, 정작 핵심 내용은 빠지면서 대학과 강사 측에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교육부가 시행령뿐 아니라 매뉴얼에서도 방학 중 임금 기준을 대학에 떠넘기면서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 방학 중 임금 지급, 대학의 자율에 맡겨 = 개정 강사법 이후 가장 큰 논쟁이 된 사안은 ‘방학 중 임금 지급’ 문제였다. 강사법은 ‘방학 기간 중에도 임금을 지급하며 이 경우 임금수준 등 구체적인 사항은 임용계약으로 정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임금수준 및 방학 기간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현장에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교육부가 지난달 대학에 배포한 ‘대학 강사제도 운영 매뉴얼(시안)에 따르면 방학 기간 중 임금지급에 대해 ‘임금수준이나 산정방법 등 구체적 사항은 개별 대학의 임용계약으로 정한다’고 하며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는 교육부와 대학·강사·대학원생대표로 구성된 TF에서 전혀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룡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법적 강제성을 띤 시행령에서부터 실패했다. 매뉴얼은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며 “TF에서 합의를 볼 수 없었기에 담는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 관계자는 “강사법에 ‘임용계약으로 정한다’고 했기에 방학 중 임금은 시행령이나 매뉴얼이 아닌 임용계약에서 정하는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TF에서 합의한 점이 없기에 법대로 기재하는 것에 대해 별다른 의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 직장가입자ㆍ퇴직금, 매뉴얼 아닌 법 개정 문제 =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와 퇴직금 문제도 논쟁사안이다. 매뉴얼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에 따라 가입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1개월 소정 근로시간이 60시간 미만인 단시간근로자는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가 될 수 없기에 강사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퇴직급여 역시 마찬가지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1주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경우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 강사는 주당 강의시간을 6시간으로 제한받고 있어 이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강의시간과 근로시간은 다를 수 있다. 강의 준비나 연구 지도 등을 포함해 강의 1시간을 근로 2~3시간으로 인정한 판례도 있어서다. 

이에 대해 이상룡 부위원장은 법 개정을 통해서만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15시간 이상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에는 ‘기간제교직원’은 가입 대상이 아니라고 명확히 하고 있다”며 “퇴직금의 경우도 사학교직원 연금을 받는 ‘교직원’은 해당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했다”며 “법을 바꾸지 않으면 매뉴얼에서 해결하기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에서는 3개월 이상 일한 강사에게 가입 자격이 주어지도록 해당 법을 개정하도록 촉구했으나 관철되지 않았다. 

강태경 전국대학원생노조 수석지부장은 “교육부가 보건복지부와 협의해서 풀어야 한다.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해도 좋았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는다면 새로운 논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 8월 1일 이전 계약자 강사법 적용 받지 않아 = 또 다른 쟁점은 기존 임용한 강사의 계약일이 8월 1일 종료되고 다시 절차에 따라 임용할 경우 이를 신규임용으로 봐야 하는지다. 

서울 소재의 한 사립대는 시간강사를 1~3년 단위로 계약했다. 강사법은 ‘8월 1일 이후 신규 임용되는 강사부터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이번 학기에 다년 계약한 강사들은 8월 시행되는 강사법 대상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교 관계자는 “법에 8월 1일 이후 신규임용자라고 했기에 이전 계약자는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교육부도 우리와 같은 법적 해석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TF관계자는 “다년 계약을 한 사립대는 8월 1일 이후 강사법 적용받는 강사가 ‘0명’이 되는 것”이라며 “교육부에서도 그런 방식으로 계약한 강사에게는 책정된 예산을 줄 수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공동대책위원회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출범 및 강사구조조정 반대 기자회견을
공동대책위원회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출범 및 강사구조조정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한 당시 현장.

■ 강사들 “대량해고 본격화 할 것” 반발…혼란 불가피 = 교육부는 TF를 꾸릴 당시 ‘운영매뉴얼을 마련함으로써 제도 도입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 개선된 강사제도의 안착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공표했다. 그러나 매뉴얼에 그동안 쟁점이 됐던 사안은 담지 못해 현장의 혼란을 막을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강사법 시행이 다가오면서 대학의 강사 해고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19년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서 강좌수와 교원 강의 담당 비율이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2019학년 1학기 20명 이하 소규모 강좌 비율은 35.9%로 지난해보다 2.1%p 하락했다. 반면, 대규모 강좌는 1.2%p 상승했다. 같은 기간 196개 대학에서 사라진 총 강좌는 6655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사 해고가 현실화되면서 대학과 강사 간의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교조는 7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반대에서 최소 6000명의 강사가 강단을 떠났다”며 “대량해고 칼바람이 또 불 것이다. 교육부는 의도된 무능, 훈련된 무책임으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사공대위는 그동안 축소된 강좌의 원상복구와 해고된 강사들의 복직을 요구하며 11일 대학로에서 ‘강사법 온전한 시행과 대학 해고강사 원직복직을 위한 대행진’을 예고했다.

한 수도권 교무처장은 “방학 중 임금 지급을 교육부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기획재정부의 승인과 국회통과가 돼야 가능한 것”이라며 “교육부 입장에서 매뉴얼에 다 담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은 한양대 교무관리 팀장은 “법 시행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 TF는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면서도 “강사 측 입장에서 만들어진 제도이기에 만족스러운 대학은 아무 곳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시행령이 법제심사 중이라고 밝히면서 이달 말 시행령과 함께 확정 매뉴얼을 최종 공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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