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 칼럼] 격변의 시대 미래를 열 동력 -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와 한-OECD 국제교육콘퍼런스를 준비하며
[리더스 칼럼] 격변의 시대 미래를 열 동력 -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와 한-OECD 국제교육콘퍼런스를 준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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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명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기획단장

저성장에 갇힌 한국 경제는 이를 벗어날 도약의 동력이 필요하다. 정체하는 기업, 제조업 경쟁력의 위기, 과도한 기업 집중, 불평등, 일자리와 차별, 심화되는 지역 불균형, 인구구조의 급변과 다가오는 기술변화에 대한 낮은 준비 수준 등으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산업의 생산성이 줄어들고 사회는 ‘수저계급론’으로 언급된 계층고착화로 역동성을 잃어가고 있다. 역동적인 시대는 끝난 반면, 많은 문제들은 숱한 정책에도 악화되고 있다. 우리가 직면한 도전들을 넘어 서는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이 또 한 번 도약의 성장동력이 될 것인가?

과거 한국경제는 유례없는 경제발전의 도약을 경험했고 그 도약의 원천에는 교육이 있었다. 경제계획에 일치하는 장기적인 교육계획에 따라 교육실행이 진행됐다. 국립 교대와 사범대에 유능한 청년들을 교사로 유인했고, 전문가 중심 지식집약형 국가교육과정을 만들고, 학생들을 수용할 학교 시설을 모든 지역에 세웠다. 국가는 직업고나 전문학교로 기능 인력을 양성했고, 고등교육의 특정분야에 집중 투자해 고급인력을 양성했다. 전자, 자동차, 화학, 기계, 선박 등 주요 수출품 뒤에는 교육투자가 있었다. 교육은 성장의 동력이자 계층상승의 통로였다.

하지만 이제 교육은 계층고착화의 기제로, 발전의 동력에서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 교육은 학생들의 높은 학업성취도와 고등교육 취학률에도 불구하고 입시경쟁을 위한 교육, 장시간의 학습시간, 높은 사교육비, 부실한 대학교육, 서울중심의 대학서열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제 교육은 이를 극복해야 할 뿐 아니라 복잡하고 다양해진 사회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시민들은 이제 소득증대 자체보다도 자아실현, 삶의 질, 포용적 복지, 환경과의 조화 그리고 보다 수준 높은 민주주의를 요구한다. 교육은 혁신성장의 동력이자 모든 시민들의 보다 나은 삶을 지지하는 것이어야 한다.

선진국 중에서 교육이 혁신 역량을 높이거나 민주주의, 삶의 질, 친환경에 기여한 나라들로는 미국과 독일, 오스트리아, 북유럽 국가들,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싱가포르 등이 있다. 우선 이 나라들은 소득수준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경제 정체기를 재빠르게 벗어난다. 효율성 제고나 창업 등으로 생산성이 매우 높은 혁신경제를 구성한다.

동시에 미국을 예외로 이들 나라들은 복지도 넉넉하고 삶의 질도 높고, 친환경적이다. 즉, 이들 나라의 교육은 생산성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유익하다. 학습자들은 배우는 과정에서도 학습의 즐거움과 양질의 삶을 누린다. 행복한 아동을 위한 양질의 보육체제, 개인들의 자아실현을 지원하고 상호이해와 협력의 역량을 높이는 초ㆍ중등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양질의 개방적이고 유연한 성인학습체제와 질 높고 균등한 고등교육체제는 사회적 안전망이자 혁신의 동력이 된다. 이런 교육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균형발전을 지원하며, 복지체제를 유지시킨다. 불평등 완화로 높은 사회이동성은 유지되며 시민은 행복한 삶을 누린다. 우리 시민들의 교육적 요구도 이와 다르지 않지만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25년 전 5ㆍ31 교육개혁은 민주화 이후 세계화에 대응해 교육을 변화시키려는 하나의 시도였다. 이 개혁은 권위주의와 고성장이 끝나는 시점의 새 교육 프레임이었고 아직 그 부정·긍정의 영향력이 존재한다. 평생학습과 학교·대학의 자율화를 강조한 것은 지금도 유효하다.

하지만 정부 책임을 늘려야 할 시점에 교육의 사학 의존도를 확대했으며 동시에 민주화 요구에도 중앙의 하향식 정책 관행이 유지됐다. 이에 더해 정책의 입안과 실행에 새로운 도전이 제기됐다. 5년 주기의 단임제 대통령제로 단기에 효과를 보려는 현안 중심의 단기적인 사업과제에 집중하는 정책 경향이 굳어졌고 장기적인 교육계획의 구상과 실행은 어려워졌다. 양당제의 정치 대립과 정권 교체에 따라 일관되지 않는 사업 위주의 정책이 순환됐다.

무한반복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교육의 새 패러다임을 위해 ‘국가교육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돼 여야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으로 이어졌고, 이를 출발점으로 공적 논의를 거쳐 올해 3월 25일 국회에서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밑으로부터의 사회적 합의를 추구하며 정권주기를 넘어서는 10년 단위의 장기적 계획을 수립, 일관성 있고 지속가능한 실행을 통해 우리 교육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교육이 사회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혁신과 삶의 질을 높이는 동력이 될 수 있도록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이 필요하다.

육중한 비행기가 하늘로 뜰 때, 중력을 이길 동력이 필요하다. 중력은 고착화된 이해관계, 굳어진 제도적 관행, 낡은 문화일 것이다. 동력은 시민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과 투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전망, 소망과 비전, 축적된 네트워크, 지혜와 역량이 될 것이다. 시민들 사이에는 교육에 대한 이해와 지식, 시행착오의 경험, 지혜가 누적됐고 아울러 직선제 교육감의 정책실험과 현장변화도 일어났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역량을 모아 동력을 만들고 지속적인 논의로 교육 개혁안을 도출해낼 공공적 기구다. 시민과 함께 논의하고 합의를 도출해 바람직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것이다. 교육문제에 대한 인식이나 해결방안에 대한 단기적 견해차는 크지만 장기적인 방향과 방안은 합의가 가능하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분과의 구성과 활동, 시도교육청, 학교와 대학, 훈련기관과 연구기관, 산업계와 노동계, 시민사회, 정치권과 함께 포럼의 상시적 조직화와 자문회의를 통해 지역, 정파를 포괄하는 민주적 협력 체제를 구축할 것이다.

한국 사회의 도전적인 과제들은 각자 도생하는 개인들에게 위협이자 불안감으로 다가온다. 공동체가 미래 세대와 함께 이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는 올해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 준비와 함께, 2030 미래교육체제 수립 준비를 위해 10월 23~25일 일산 킨텍스에서 ‘한-OECD 국제교육콘퍼런스’를 개최한다.

OECD가 교육 2030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만든 학습틀은 학습자의 주체성(agency)과 공동의 주체성(co-agency)을 내세우고 학습자들이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역량을 함양하는 것을 강조한다. OECD는 국제 콘퍼런스에서 이 학습틀로 한국교육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가교육회의는 이번 콘퍼런스에서 대한민국 미래교육의 비전과 체제의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국가교육회의는 이번 콘퍼런스를 준비하면서 정책의 기초를 모색하고자 ‘지역과 함께 하는 2030 교육포럼’ ‘2030 교육포럼: 학교’ ‘2030 교육포럼: 대학’ 등을 통해 정책대안을 탐색해 해외사례들과 함께 콘퍼런스에서 발표할 것이다.

법률안 발의로 활주로의 출발지점에 섰으나 국회 개원 연기로 멈춰 선 국가교육위원회, 그리고 OECD와 함께 하는 국제콘퍼런스에 많은 학교와 대학, 교사와 교수들이 시민들과 함께 참여해 동력을 불어넣어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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