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임박 고대 경영학과생 수강신청 못해

고려대(총장 어윤대) 경영학과 학생들이 다음달 1일 개강을 앞두고 수강인원 초과로 전공과목의 수강신청을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경영학과 강의가 다른 과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아 수강신청이 어려운 편이긴 하지만 학생들은 이번 소동이 경영학과가 국제적인 인증을 받기 위해 필요한 기준을 맞추려고 무리하게 2학기 강의 편성을 줄였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 학과는 최근 이른바 '강당 강의'라고 불리는 대형강의를 없애면서 교수진의 부족으로 수강정원만 줄이고 분반을 하지 못했다. 통상 대형강의를 분반하면 비정규직인 시간강사가 분반되는 강의를 맡게 되는데 그러지 못하는 데에는 이 학과가 '세계경영대학협회'(The Association to Advance Collegiate Schools of Business) 인증을 앞두고 있는 '속사정'이 있다. 세계경영대학협회 인증을 받으려면 전임교수의 비율이 75% 이상을 넘어야 하고 학생이 이수하는 학점의 60%이상을 전임교수가 가르쳐야 한다는 조건을 만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경영대학협회는 경영학 교육의 품질을 평가하는 미국의 비영리단체로 현재 국내에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로버트 러플린) 테크노경영대학원(석사과정)과 서울대(총장 정운찬) 경영대 학부과정이 인증을 받았다. 고려대 경영학과는 세계경영대학협회의 심사위원회를 올해 6월에 통과한 뒤 최근 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상태로 다음달 초 최종 승인통보를 앞두고 있다. 결국 충분한 준비없이 국제인증을 추진하는 고려대 측의 '보여 주기식' 학사 운영 때문에 학생의 수업권이 침해됐다는 것이 학생들의 주장이다. 경영학과의 일부 교수는 학생이 몰리는 강의를 몇 강좌 더 늘리자고 건의했지만 고려대 측이 세계경영대학협회 인증을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자 경영학과 학생회는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2학기 수강신청의 피해사례를 모으면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영학과의 한 학생은 고려대 홈페이지에 "갑자기 전공과목의 수강인원을 줄이는 바람에 교양과목만 신청했다. 전공과목을 수강하지 못하면 졸업에도 차질을 빚는데 휴학해야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하는 글을 올렸다.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학장은 "수백명이 듣는 대형강의를 줄이자는 게 원칙"이라며 "지난 학기 시작된 이중전공제 때문에 경영학과에 학생 2백7명이 불어났고 이를 교수진 수가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경영대학협회 인증은 받지 못하더라도 학생의 수업이 우선이며 임기 중 교수진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고려대는 세계경영대학협회 인증을 최종 통과하지 않았는데도 6월 말 '인증을 획득했다'고 언론에 발표, 성급히 성과를 내려고 '과대포장'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받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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