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해외대학 벤치마킹⑤/르포] “ASU 똑같이 만들수 없어… 한국형 혁신교육 적용 고민해야”
[본지 해외대학 벤치마킹⑤/르포] “ASU 똑같이 만들수 없어… 한국형 혁신교육 적용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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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U 공동 벤치마킹 교육연수단’이 애리조나주립대를 방문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김의진 기자)
‘ASU 공동 벤치마킹 교육연수단’이 애리조나주립대를 방문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김의진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곳간에 있는 재물을 남들에게 퍼줄수록 더욱 부자가 되는 것은?  

이것이 무슨 난데없는 수수께끼란 말인지. 그런데 답이 궁금해지지 않는가. 답은 바로 미국의 ‘애리조나주립대(ASU)’다. 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ASU의 교육 철학이자 혁신 방향성의 대전제인 ‘교육의 개방성’이 오늘날의 ASU를 만들었다는 것을 설명하고자 한 질문이다.

지금은 명실상부한 세계적 혁신 대학으로 우뚝선 ASU지만, 처음부터 그들이 잘 나가는 대학은 아니었다. ASU는 20여 년간 미래를 위해 천천히, 착실히 준비한 끝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미국의 최상위권 대학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가장 혁신적인 대학’에 4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그들의 현재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일까지 기자는 본지가 주관한 ‘ASU 공동 벤치마킹 교육연수단’에 현지 동행기자로 미국 애리조나에 특파됐다. 국내 전문대학 보직자들로 구성된 교육연수단이 ‘혁신 성장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기자도 동참하게 됐다.

미국 애리조나의 피닉스 스카이 하버 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모습. (사진=김의진 기자)
미국 애리조나의 피닉스 스카이 하버 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모습. (사진=김의진 기자)

■벤치마킹 교육연수단, ASU의 모든 것을 직접 보다 = 지난달 24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을 거쳐, 피닉스 스카이 하버 공항에 도착한 교육연수단.

여름 최고기온은 섭씨 40도를 웃돌고, 겨울에도 섭씨 20도 밑으로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는 미국의 애리조나.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애리조나의 열기를 느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미국 남서부의 열기란 말인가.

교육연수단은 이곳 애리조나의 이글거리는 지면보다 더욱 뜨거워지게 할 무언가를 느끼게 될 것이라는 확신으로 가득차 있었다. 국제선 12시간, 국내선 2시간 등 장시간의 비행으로 지칠 법도 했지만, 교육을 앞둔 연수단의 모습에는 피곤함이란 보이지 않았다.

공항을 빠져나온 직후 기자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애리조나의 높은 기온이었다. 당시 공항 밖의 기온은 섭씨 41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사진=김의진 기자)
공항을 빠져나온 직후 기자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애리조나의 높은 기온이었다. 당시 공항 밖의 기온은 섭씨 41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사진=김의진 기자)

박주희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회장(삼육보건대학교 기획처장)은 “지난해 국내 대학 총장들도 ASU를 방문한 바 있다”며 “작년 연수가 리더십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면, 올해에는 그들을 직접 보좌하는 보직교수들의 시각에 걸맞은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고 전해들어 더욱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이길순 신구대학교 산학협력단장 역시 “여러 매체를 통해 들어온 ASU의 대학혁신 사례를 직접 듣게 됐다는 점에서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SU 공동 벤치마킹 교육연수 프로그램은 이튿날부터 짜임새 있게 진행됐다. 교육연수단을 태운 버스가 ASU에 도착했다. 강의실에는 연수단의 이름표가 자리마다 놓여졌다. 이름표에는 이름과 함께 소속대학이 적혔으며, ASU 관계자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연수단원이 소속대학에서 어떤 역할(보직)을 맡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사전에 제공됐다.

또 ASU 관계자들과 교육연수단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통역용 이어폰이 지급됐다. 현지 통역은 ASU에 근무하는 한인 교포 2명으로 구성됐다. 대학의 전반적인 사실을 빠르고,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한 조치였다. 물론 전문통번역사가 아니었던 까닭에 모든 설명이 매끄럽게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교육연수단이 강연자들과 의사소통하는 데 무리가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교육연수단을 처음 맞이한 인물은 마이클 크로 총장과 함께 지금까지 ASU를 디자인한 미누 아이프(Minu Ipe) 박사였다. 아이프 박사는 앞으로 진행될 교육연수에 대해 설명하며 ‘며느리에게도 안 알려줄’ ASU의 비법을 숨김 없이 모두 알려 주겠다고 공언했다.

미누 아이프(Minu Ipe)가 '혁신으로 가는 길'에 대한 주제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김의진 기자)
미누 아이프(Minu Ipe)가 '혁신으로 가는 길'에 대한 주제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김의진 기자)

그의 말대로 3일간 ASU의 각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강연자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과 일에 대해서 교육연수단에 자세하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강연 속에서 교육연수단은 저마다의 대학에 필요한 부분들, 적용 가능한 사안들이 있다고 생각될 때마다 추가질문을 던지며 강연자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질문이 들어올 때마다 강연자는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한다(That's a really good question)”며, 연수단과 교감했다.

강연자의 설명은 각각 다른 내용이었지만 이들의 태도에서는 하나의 공통점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개방성’이었다. 더욱 많은 학생들을 위해, 더 이상 소외받는 계층과 지역은 없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를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ASU의 존재 이유라고 설명하는 듯했다.

미누 아이프가 정기삼 용인송담대학교 미래혁신처장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의진 기자)
미누 아이프가 정기삼 용인송담대학교 미래혁신처장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의진 기자)

ASU의 운영에 관여하는 아이프 박사도,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전 세계 고등학생들을 교육하는 ‘프렙 디지털(PREP Digital)’ 실무자 베치 파울러도, 재직자 교육과 재학생 취업을 연계한 산학협력 총괄자 그레이스 오설리번도, 보다 저렴한 교육을 실현해 더 많은 학생들에게 입학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입학처 담당자 매튜 로페즈도, 모두 ‘개방성’을 강조했다. 거대한 지식기업인 ASU의 혁신은 ‘교육의 개방성’이라는 가치로부터 시작된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ASU의 온라인 고등학교 ‘프렙 디지털’의 실무자인 파울러는 “미국의 학생들은 대학 교육을 받을 지적 능력은 대부분 갖추고 있지만, 학비를 지불할 경제적 능력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며 “대학 교육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개방돼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직업을 얻기까지 우리가 어떻게 지원해줄 수 있는지를 가지고 고민하며, 결정하는 게 우리의 책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말을 듣는 순간, 기자는 엄청난 깨달음을 얻었다기보다는 거북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교육의 개방성’이라는 것이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시도된 바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ASU는 자신들의 교육을 나눠주며 더욱 부자대학이 됐고,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경우가 나오지 못했을까.

베치 파울러의 '프렙 디지털' 주제특강의 모습. (사진=김의진 기자)
베치 파울러의 '프렙 디지털' 주제특강의 모습. (사진=김의진 기자)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이야기에만 집중해서는 안 되는 이유 = 무엇일지 짐작되는 게 있는가. 조금 더 힌트를 주자면 ASU의 교육기회 제공은 ‘교육의 개방성’이라는 취지로 해석되지만, 우리나라의 그것은 ‘학위 장사’라는 비난으로 끝이 났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렇다. 이른바 ‘A대학 사태’로 이슈가 된 적이 있는 ‘평생교육 단과사업(평단사업)’을 언급하고자 한다.

지난 2016년 정부는 고졸 취업자와 30세 이상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보다 많은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평단사업’을 추진했다. 평생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면서, 이를 희망하는 교육 수요자를 위해 평생교육의 질을 높이는 ‘단과대학’ 신설을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또한 캠퍼스에 직접 나와 강의를 듣기 힘든 교육 수요자를 위해 ‘온라인 강의’로 수강을 대체해도 되도록 설계됐다.

어떤가. ASU가 말하는 ‘더 많은 고등교육 기회 제공’과 ‘온라인 교육 적극 활용’과 비슷하지 않은가. 그런데 왜 ASU는 ‘교육 개방성’을 실현한 ‘가장 혁신적인 대학’이라고 칭송을 받고 있고, ‘A대’는 ‘학위 장사를 하려 한다’는 비난을 받게 됐던 것일까.

다시 2016년으로 돌아가보자. ‘A대학 사태’라는 말은 A대가 평단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학의 학생들이 ‘비민주적인 의사결정’을 비판하며 자발적 평화시위를 시작한 데에서 비롯됐다. 학생들은 독단적인 대학 본부의 결정 방식을 그대로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A대 학생들의 시위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이는 다른 대학에도 평단사업을 재고하게 하는 계기가 됐으며, 교육부도 백지화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평단사업은 정책 실패로 규정됐다. 하지만 여전히 반론은 존재한다. A대 사태의 본질은 결국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학벌 사회 유지와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을 지켜내려는 움직임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는 한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이다.

■“나는 미국 사람이 아니라, ‘한국의 전문대학 교수’입니다.” = ASU와 A대학 사태를 어떻게 해석하고 평가하든 그것은 독자들의 자유다. 다만 ASU와 A대 사례 사이에 어째서, 이토록 큰 차이가 발생했는지도 함께 생각했으면 한다. 그것은 정책적 방향에 대해 모든 구성원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소통’이 첫째고, 학벌이 아닌 능력중심 사회로 나아가는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고자 하는 국민적 의지가 함께해야 가능할 것이라는 게 두 번째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국내 대학의 현실, 이를 악용해 ‘재정지원’을 빌미로 고민 없이 정부마다 새로운 교육정책을 남발하는 교육부,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대로 보내라’는 우스갯소리가, 씁쓸하지만 어찌보면 여전한 현실일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 이 모든 것이 바뀌어야 우리나라에도 ASU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ASU 벤치마킹 교육연수단 프로그램은 ‘공허한 메아리’이며, ASU의 혁신사례는 우리에게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ASU 교육연수단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길에 오르며 전문대학의 처장에게 미국의 고등교육을 직접 체험한 소감이 어땠느냐고 살짝 물었다. 그의 대답에서 기자는 희망을, 어떤 면에서는 감동을 받았다.

“ASU 관계자는 미국 사람인걸요. 나는 미국 사람이 아니라, ‘한국의 전문대학 교수’입니다. 애초부터 우리 대학을 ASU와 똑같이 만들 생각으로 교육연수에 참여한 게 아닙니다. 돌아가면 우리 현실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한국형’ 혁신전문대학을 위해 적용할 겁니다. 그래서 교육연수 프로그램 내내 즐겁게 들었어요. 나중에 보람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기(氣)’를 보충한다는 의미도 있고요.” 

ASU 방문일정을 모두 마친 뒤, 교육연수단이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사진=김의진 기자)
ASU 방문일정을 모두 마친 뒤, 교육연수단이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사진=김의진 기자)

국내 고등직업교육 전문가로서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ASU를 부러움의 대상이 아닌 하나의 참고사례로 인식한 교육연수단 덕분에 우리나라 교육에도 한 차례 더 도약할 기회가 남아 있다는 것을 느꼈다.

실제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ASU가 부러워하고 있는 세계적인 인적자원인 ‘한국인’을 매년 신입생으로 선발하고 있지 않나. 오히려 ASU가 공들여 양성하고 있는 인재상을, 우리는 ‘최상의 원재료’ 덕에 더 빠른 시간 만에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보다 나은 교육 시스템 혁신 노력만 곁들여진다면 말이다.

국내 대학들이 ASU와 똑같이 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ASU가 되고 싶어 겉모습만 배우다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자칫 방송을 통해, 신문을 통해 간접적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면 오해할 뻔 했던 ASU를, 이번 교육연수단은 가까이, 직접 보게 되면서 그들의 속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을 것이다.

“아하, 이것은 미국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이군” “이것은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사례겠어” “오호라, 이것은 변형하면 우리나라에서 오히려 더 효과가 있겠는데?”라는 생각을 교육연수단 모두가 하게 됐을 것이다.

‘교육은 모험, 모험이 곧 혁신’이라는 아이프 박사의 말처럼 교육연수단이 속한 모든 대학들도 새로운 콘텐츠와 교육모델을 접목해 창의적인 길을 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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