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모집 입학생 10명 중 6명은 상위 20개 지역 편중
‘고교별 2명’ 지원 가능 지균, 전형 취지 ‘충실’

(사진=서울대 제공)
(사진=서울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서울대학교 입학생들의 출신 지역을 조사한 결과 지역균형선발전형이 전형 본질에 맞춰 충실히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균형선발전형은 전형 명칭과는 달리 ‘일반고 배려’ 취지가 강한 전형이지만, 전 지역에 일반고가 널리 분포돼 있다 보니 지역적 균형을 맞추는 데 있어서도 탁월한 효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정시모집은 지역별 편중 정도를 따져봤을 때 우려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수준을 보였다. 

■서울대 지역 편중, 정시모집 높고, 수시 일반, 지균 순 =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2017~2019학년 서울대 최종등록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2일 발표했다. 박 의원은 “서울대 입학자의 지역별 편중이 수시보다는 정시에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 결과를 밝혔다. 

박 의원이 공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국 230개 시·군·구에서는 평균 14.31명의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했다. 2017년 14.19명, 2018년 14.4명, 2019년 14.35명으로 평균 수치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서울대 입학생 분석에 있어 ‘평균’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한다. 서울대 입학정원에 변화가 없고, 전국 시·군·구 수에도 변화가 없다면 평균값은 매년 비슷한 값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이월인원 등으로 인해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매년 3180여 명 안팎을 정원내에서 모집한다. 여기에 정원외 선발 인원을 더해 240으로 나누면 14명을 조금 웃도는 수치가 나오게 된다. 

실제로도 시·군·구별 ‘평균값’은 14.31명이었지만, 중앙값은 4명에 그쳤다. 중앙값은 시·군·구별 입학생 수를 순서대로 배열했을 때 가운데 오는 값을 의미한다. 중앙값이 평균값에 비해 적다는 것은 4명 미만의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한 지역이 많았고, 몇 개 특정 지역에서 서울대 입학생이 많이 나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정시모집에서 두드러졌다. 평균 3.91명의 서울대 입학생이 나온 정시모집의 중앙값은 0명에 불과했다. 3년 합산 통계뿐만 아니라 연도별로 보더라도 0명을 넘는 중앙값이 기록된 적은 없었다. 이는 240개 시·군·구 가운데 태반이 정시모집에서 서울대 합격생을 내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수시모집에서는 중앙값이 0명을 기록한 전형이 없었다. 최근 3년간 배출된 시·군·구별 서울대 수시모집 입학생은 10.4명. 이를 전형별로 나눠 보면 수시 일반전형에서는 7.18명, 지역균형선발전형(이하 지균)에서는 2.5명의 평균 합격자가 나왔다. 중앙값은 두 전형 모두 1명이었다.

■강남 강세 여전…정시 10명 중 6명 상위 20개 지역 집중 = 서울대 입학생을 많이 배출한 지역들을 따져보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정시모집의 경우 강남구에서 3년간 321명의 입학생이 나왔는데, 이는 전체 입학생의 11.9%에 달하는 수치다. 이어 서초구에서 161명(6%), 경기 용인시 155명(5.7%), 양천구 122명(4.5%), 경기 성남시 117명(4.3%), 전북 전주시 91명(3.4%), 송파구 70명(2.6%) 등의 서울대 입학생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3년간 34명의 입학생을 배출한 충북 청주시까지 상위 20개 시·군·구에서 나온 서울대 입학생은 총 1706명으로 전체 합격생의 63.2%에 달했다. 서울대 정시모집을 뚫고 실제 등록까지 한 입학생 10명 중 6명 이상이 20개 시·군·구 출신이었던 것이다.

수시모집은 정시모집보다 지역별 편중도가 확연히 낮았다. 지균이 특히 그렇다. 최근 3년간 가장 많은 지균 입학생을 배출한 지역은 51명이 나온 경기 성남시로 이는 전체 지균 합격생의 3%에 불과했다. 이어 강남구 42명, 노원구와 경기 고양시 각 36명 등의 순서였다. 각 26명의 지균 입학생을 배출한 은평구와 경기 안양시까지 상위 20개 지역의 누적 비율은 37.1%로 정시모집과 비교하면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에 불과했다. 

또 다른 수시모집 전형인 일반전형은 지균에 비해서는 지역별 편중도가 강했지만, 정시모집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종로구가 429명으로 가장 많은 입학생을 배출한 가운데 강남구, 광진구, 은평구, 대전 유성구 등의 순서로 이어졌고, 상위 20개 지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58.7%를 기록했다. 

박 의원은 ‘로렌츠 곡선’을 활용해 전형별 지역 편중현상을 나타내기도 했다. 로렌츠 곡선은 지니계수 등에 활용되는 방식으로 지역별 학생 수에 비례해 합격생이 배출돼 지역 편중이 나타나지 않은 경우라면 0, 1개 지역에서만 서울대 입학생이 나왔다면 1이 되는 구조다. 숫자가 낮으면 지역 편중이 강하지 않음을, 숫자가 높으면 지역 편중이 극심함을 의미한다. 

이 방식에 따라 지역별 편중도를 보면, 최근 3년 합산 기준 정시모집은 0.633, 수시모집은 0.476의 지역 편중을 보였다. 수시모집을 전형별로 나눠 보면, 일반전형은 0.613, 지균은 0.378의 수치를 나타냈다. 수치들에 따르면, 지균의 지역 편중도는 매우 낮고, 정시모집의 편중도는 매우 높다는 해석이 도출된다.

물론 이같은 수치들은 실제 현상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고교 소재지’를 기준으로 한 통계라는 점에서다. 강남에 거주하면서 경기 지역 자사고 등에 다니는 경우에는 강남이 아닌 해당 지역 입학생으로 수치가 기록된다. 박 의원은 “실제 학생 거주지를 감안한다면 강남·서초 집중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집규모, 전형성격 등이 차이 만드는 원인, 지균 취지에 충실 평가도 = 이처럼 전형에 따라 차이가 극심한 것은 수시모집이 많고, 정시모집이 적은 전형 구조와도 연관이 깊어 보인다. 서울대는 올해 정원내 모집 기준 수시모집 2495명, 정시모집 684명으로 수시모집의 비중을 크게 가져가는 대학이다. 이처럼 정시모집 인원이 수시모집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입학생을 배출할 수 있는 지역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중앙값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시모집 일반전형이나 정시모집에서의 지역 편중은 몇몇 특정 고교의 영향이 강해 보인다. 강남구·양천구 등의 교육특구가 아닌 은평구나 경기 용인시 등이 수시모집 일반전형이나 정시모집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지역 내 ‘명문고’의 존재 때문이라고 봐야 했다. 은평구에는 하나고, 용인에는 외대부고가 각각 존재한다. 이들 학교는 매년 기십명의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하는 전국단위 자사고다. 여타 고교들 가운데 두각을 나타내는 곳이 없다는 점을 볼 때 이들 고교가 사실상 지역 내 입학생 수를 좌우한다고 봐야 한다. 더하여 수시모집 일반전형에서 3년간 가장 많은 입학생을 낸 곳이 종로구인 것도 과학영재학교인 서울과고와 예고인 서울예고가 자리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마찬가지로 강원 횡성군이 강원 지역에서 유일하게 서울대 일반전형 입학생 배출 상위 20개교에 이름을 올린 것도 지역 내 전국단위 자사고인 민사고 때문으로 보인다. 

다른 전형에 비해 지균의 편중도가 유달리 낮게 나타난 것은 ‘지원자격’과 연관이 크다고 봐야 한다. 고교 졸업 학력 외에 별다른 자격을 요구하지 않는 정시모집이나 수시 일반전형과 달리 지균은 고교별로 학교장 추천을 받은 2명까지만 지원할 수 있다. 고교별 학력 격차 등과 무관하게 동일한 숫자만 지원하게 되면, 지역별 편중도는 다른 전형에 비해 낮게 나타나게 된다. 

물론 지균은 처음부터 ‘지역균형’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전형이기에 고교별 일정 인원에 자격 요건을 부여하는 것은 전형 취지를 잘 살린 것이라고 봐야 한다. 지균이 가장 낮은 지역 편중현상을 보인 것을 놓고, ‘전형 본질’에 충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의원은 “정시와 수시 중 어느 전형이 더 균등선발 성격이 강한지 여러 해석이 있다. 지역별 편중도는 객관적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균은 편중도가 0.3대로 매우 낮다. 지역균형을 맞추기 위한 전형 본질에 충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지역별 편중을 완화할 수 있는 지역 배려성격의 전형이나 기회균형 선발 등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더해졌다. 박 의원은 “대학의 책무 중 하나는 다양한 지역·배경의 학생들을 선발해 역동적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사회 통합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라며 “지역별 편중도를 완화할 수 있도록 지균이나 기회균형선발이 지금보다 확대되거나 적어도 그 비중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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